뇌물도 세법상 과세 대상…추징·몰수는 뇌물액 전부 해당

대법원 판례, '납세 후 뇌물 추징 시 경정청구로 세금 환급 가능'

범죄로 얻은 이익도 세금을 내야 할까? 만약 과세가 됐다면 유죄가 확정돼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할 때 이를 제외할까?

무소속 곽상도 국회의원의 아들 병채 씨가 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퇴직금과 위로금 명목으로 받았다는 50억원에 대해 법원의 추징보전 결정이 내려지면서 범죄수익 처리에 새삼 관심이 쏠린다.

아직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유·무죄를 예단할 수는 없다. 다만 검찰과 법원은 곽 의원과 아들이 공모한 것으로 간주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미리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씨는 지난달 퇴직금 50억원 수수 보도가 나오자 입장문을 통해 "원천징수 후 약 28억원을 2021년 4월 30일경 제 계좌로 받았다”며 수수 사실을 인정했다. 50억원에서 22억원을 세금으로 내고 나머지 금액을 수령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형법 제48조는 범죄행위로 취득한 물건은 몰수·추징하도록 규정하기 때문에 만약 뇌물죄가 인정되면 해당 금품은 몰수·추징된다. 하지만 곽씨 사건의 경우 몰수·추징 대상이 50억원인지, 28억원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소득세법 제21조는 뇌물과 알선수재 및 배임수재로 받은 금품을‘기타소득'으로 열거해 과세 대상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곽씨가 받은 금품이 뇌물로 결론 나면 세금 부과는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뇌물액 중 일부를 세금으로 낸 경우 몰수·추징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지에 대해선 두 가지 학설이 있다. 공무원이 뇌물을 받으면서 일정한 비용을 지출한 경우 차액만큼만 몰수해야 한다는 순익주의설과 비용 상계 없이 뇌물액 전체를 몰수해야 한다는 총액주의설이다.

대법원 판례는 이 가운데 총액주의설 편에 서 있다. 대법원은 2017년 공무원이 뇌물을 받는 데에 필요한 경비를 지출한 경우 그 경비는 뇌물수수의 부수적 비용에 불과해 뇌물의 가액과 추징액에서 공제할 항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곽씨의 경우 뇌물죄가 인정되면 계좌로 이체된 28억원이 아닌 50억원 전부를 몰수·추징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법무법인 주한의 송득범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뇌물 사건은 은밀하게 이뤄지므로 원천징수가 쟁점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뇌물죄에 대한 총액주의설에 따르면 원친징수 또는 세전, 세후 무관하게 50억원에 대한 뇌물의 대가성이 인정된다면 향후 본안에서도 50억원 전부의 추징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바른의 최승환 변호사도 "원친징수 후 잔액이 계좌로 이체돼 애매한 점은 있지만, 기본적으론 돈을 받아 세금을 냈더라도 뇌물 자체가 범죄로 생긴 수익인 이상 그것을 어디에 쓰는지는 소비 방법의 문제에 불과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수뢰자는 뇌물액에 대해 세금을 낸 경우 이후 납세액까지 다시 몰수·추징당해 이중으로 금전적 부담을 져야 할까.

대법원은 원래 범죄수익에 대한 세금을 납부한 뒤 범죄수익을 다시 몰수당해도 과세를 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수년 전 이 같은 입장을 뒤집는 새로운 판례를 세웠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5년 위법소득에 대한 세금을 납부한 후 몰수나 추징과 같은 후발적 사유가 발생해 당초 성립한 납세의무가 그 전제를 잃게 됐다면 경정청구를 통해 납세의무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뇌물액을 몰수·추징당한 뒤 세무당국에 경정청구로 관련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무사신문 제807호(2021.11.1.)

저작권자 ©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