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시점 2021년 10월→2022년→2023년, 두번 연기…신고·납부는 2024년 5월부터

정부 끝까지 반대…"조세 수용성 해칠 것” 반발도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시점이 2022년에서 2023년으로 1년 미뤄지게 됐다.
내년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 밀려 당초 예정된 과세 시점을 불과 한 달 앞둔 상황에서 제도 시행이 미뤄진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소득세법 등 세법개정안을 의결했다.

 

◇ 내후년부터 가상자산 소득에 20% 과세…세금 신고·납부는 2024년부터
이날 처리된 세법개정안은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 시점을 2022년 1월에서 2023년 1월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았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내년까지는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한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후 2023년부터는 250만원(기본 공제금액)을 넘는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에 20%의 세율로 세금을 내야 하지만, 실제 세금 납부는 이듬해인 2024년 5월부터 시작된다.


국내 거주자의 경우 매년 5월에 직전 1년치 투자 소득을 직접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1년간 여러 가상자산에서 낸 소득과 손실을 합산해 세금을 매기는 손익통산을 적용한다.
예컨대 한 투자자가 비트코인을 처분해 1천만원 차익을 얻었으나 이더리움에서 500만원 손해를 봤다면 남은 500만원 중 기본 공제금액을 제외한 250만원에만 과세하는 방식이다.


현재 보유한 가상자산의 경우 과세 시행 이전 가격 상승분에 대해서는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정부는 이를 위해 의제 취득가액을 도입, 투자자가 실제 취득 가격과 내년 말 시가(가상자산 사업자들이 공시한 가격의 평균액) 중 유리한 쪽으로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가령 한 투자자가 보유한 가상자산의 실제 취득가액이 5천만원, 내년 말 시가가 1억원이라면 1억원에 자산을 취득한 것으로 간주해주겠다는 의미다.


해외에서 취득해 국내로 이전한 자산의 경우 취득 당시 매입 가격을 취득 가액으로 보고 세금을 매기며, 국내 비거주자가 보유한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추가로 세부 과세 기준을 마련한다.

 

◇ 벌써 두 차례 밀린 가상자산 과세…"조세 수용성 해칠 것”
당초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서 2021년 10월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시작하려 했으나 국회 통과 과정에서 과세 시점이 2022년 1월로 3개월 미뤄졌다.


이후 올해 국회에서 과세 시점이 2022년 1월에서 2023년 1월로 또 다시 1년 연기됐다.
1년여 만에 과세 시점이 벌써 두 차례나 밀린 것이다.


정부는 법적 안정성이나 정책 신뢰성 차원에서 예정대로 내년부터 과세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내년 대선을 앞둔 여야가 한목소리로 과세 유예를 주장하면서 결국 뜻을 관철하지 못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정부로선 내년부터 가상자산 과세가 시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단 입장을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며 "가상자산 과세 기반은 당장 내년에 과세가 되더라도 차질이 없게끔 구축돼있다”고 말했다.


국회의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끝까지 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을 뜯어고쳐 가상자산 과세를 연기함에 따라 추후 과세가 계속해서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과세 시점을 한 달 앞두고 납세자의 반발이나 불만을 의식해서 과세를 유예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세제 안정성 측면은 물론, 조세 수용성을 해친다는 측면에서도 대단히 좋지 않은 선례”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최근 재정 여력이 악화한 상황에서 앞으로도 세입을 확충하고 세원을 확대하게 될 텐데, 이렇게 번번이 세제를 정했다가 바꾸게 되면 납세자들이 과세를 수용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무사신문 제809호(20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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