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공무원 면제받은 과목서 일반 응시생 82.1% 불합격

"불평등 논란에도 입법조치 안해”… 대통령·기재부장관 피청구인

세무사 자격시험이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해 일반 응시자가 큰 피해를 봤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지난 17일 노동계에 따르면 세무사 자격시험 수험생 256명은 이날 오전 헌법재판소에 이 같은 내용의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피청구인은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청구서에서 수험생들은 대통령이 세무사 합격자 선정 방식을 응시자 유형에 따라 분리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을 제정하지 않은 것과 기재부 장관이 사실상 상대평가로 합격자를 결정하도록 한 행위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통령에 대해 "시험에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규정하면서 헌법상 보장되는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 평등권,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며 "하지만 매해 반복되는 응시생 간 불평등 논란에도 아무런 입법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장관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에 근거해 세무사 자격시험에 관한 제반 업무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위탁했다”며 "기재부 지휘를 받은 공단은 세무공무원 응시자에 유리하도록 시험을 내고 채점도 후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세시연) 황연하 대표는 "개인이 노력을 덜 했기 때문에 불합격했다고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세무사 자격시험은 1, 2차로 나뉜다. 이 중 2차 시험은 회계학 1·2부, 세법학 1·2부 등 4개 과목의 평균 점수가 높은 순서로 합격자가 결정된다. 다만, 한 과목이라도 40점에 못 미치면 탈락이다.

지난해 제58회 세무사 자격시험에서 논란이 일어난 과목은 세법학 1부다. 일반 응시생 3천962명 중 82.1%(3천254명)가 이 과목에서 40점 미만을 받아 과락으로 탈락했다.

이처럼 어렵게 출제된 세법학 1부를 세무공무원 출신 수험생 상당수는 아예 면제받았다. 현행법상 20년 이상 세무공무원으로 일했거나 국세청 근무 경력 10년 이상에 5급 이상으로 재직한 경력이 5년 이상인 공무원은 세법학 1·2부 시험을 면제받기 때문이다.

일반 응시생들이 대거 탈락한 과목을 세무공무원 출신은 면제받으면서 세무공무원 출신 최종 합격자가 많아졌다.

지난해 세무사 자격시험 전체 합격자 706명 중 세무공무원 출신은 237명(33.6%)에 달한다. 이 중 2차 일부 과목을 면제받은 세무공무원 출신은 151명이다.

청구인들은 변리사 시험의 경우 특허청 경력 응시생들에게 일부 시험과목 면제 혜택을 주면서도 일반 응시생과 분리해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고 전했다.

그 결과 특허청 경력 응시생의 변리사 시험 합격자는 연평균 약 10명으로, 일반 응시생 합격자 약 200명에 크게 못 미친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세무사신문 제812호(202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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