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의 공공·윤리성 요구…상인 영업활동과 본질적 차이”

공공성과 윤리성이 요구되는 세무사는 ‘상인’이라고 볼 수 없으며, 이 때문에 세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은 10년 동안 유효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풀빌라 소유주 A씨가 “세무사 B씨의 용역비 강제 집행을 막아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지난달 25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지인인 호텔업주 C씨의 제안으로 관광지 풀빌라를 사들여 2014년부터 C씨에게 빌려줬다.

C씨는 A씨의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풀빌라 운영을 하면서 A씨에게 임대료를 줬다. 또 A씨에게서 받은 공인인증서 등을 이용해 A씨 대신 풀빌라 관련 세금 신고 업무도 했다.

세무사 B씨는 C씨의 위임을 받아 26015∼2017년 A씨의 풀빌라 세금 신고를 담당했다. 이후 B씨는 A씨에게 세무 대리 용역비를 청구했고 429만원을 받아낼 수 있다는 법원 명령도 얻어냈다. 이에 A씨는 이 돈을 강제집행해서는 안된다며 2020년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A씨가 세무사 B씨와 세무 대리 계약을 체결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용역비를 줄 수 없다고 했지만, 2심은 두 사람 사이에 세무 대리 계약이 체결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2심은 ‘변호사·변리사·공증인·공인회계사·법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이 3년이 지나면 소멸한다고 정한 민법 162조를 유추 적용해 A씨는 청구액 429만원 중 44만원만 B씨에게 주면 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세무사의 직무 대가는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아니라 10년의 일반 소멸시효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심까지 지급 의무가 없다고 본 385만원까지 A씨가 B씨에게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상법상 ‘상인’에게 보장되는 5년의 소멸시효도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강조하고 있는 세무사법의 규정에 비춰 보면 세무사의 활동은 상인의 영업활동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세무사 직무와 관련해 형성된 법률관계에 대해 상인의 영업활동 및 그로 인해 형성된 법률관계와 동일하게 상법을 적용할 특별한 사회경제적 필요·요청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세무사를 상법상 상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세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은 민법 162조에 따라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올해 6월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이 요구된다”며 의사 역시 상법상 ‘상인’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세무사신문 제829호(202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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