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32명 세무조사 착수…작년엔 60명 조사해 4천430억원 추징

초등학생 명의로 페이퍼컴퍼니 만들고 전업주부 배우자에 허위급여도

A 시공사 사주는 계열사를 동원한 ‘벌떼입찰’로 B 시행사가 공공택지를 취득하게 한 뒤, 미성년자인 자신의 자녀에게 B사 주식을 액면가에 증여했다.

B사가 시행하는 아파트 공사 용역은 A사가 저가에 진행했다.

이렇게 부당지원을 받아 B사가 두 차례의 신축 아파트 분양에 성공하면서 B사의 주식가치는 5년간 200배 올랐고, A사 사주의 자녀는 막대한 이득을 챙기게 됐다.

C사는 공공택지를 낙찰받았으나 사업 시행을 포기하고 해당 택지를 C사 사주 자녀가 지배하는 D 시행사에 싸게 넘겼다.

D 시행사는 C사 사주 자녀의 또 다른 시공사 E사와 공사 도급 계약을 체결했고, 이 과정에서 사주 자녀는 D사의 분양수익과 E사의 공사수익을 모두 독차지했다.

사실상 ‘일감 몰아주기’를 한 셈이지만 복잡한 구조를 설계해 증여세는 피해갔다.

F사 사주는 자녀에게 계열사가 추진 중인 대규모 개발사업 정보를 넘겨 계열사 주식을 미리 취득하게 했다.

또 계열사가 개발한 특허권을 자신의 명의로 출원한 뒤 특허권을 해당 계열사에 양도해 수십억 원을 빼돌리기도 했다.

G사 사주는 초등학생 자녀에게 수억 원의 현금을 증여한 뒤 자녀 명의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이후 G사가 직접 원재료를 수출하던 거래 과정에 이 페이퍼컴퍼니를 끼워 넣어 자녀가 ‘통행세’를 챙기게 했다.

G사 사주는 전업주부인 배우자가 출근하는 것처럼 위장해 고액의 급여도 허위로 지급했다.

H사 사주는 가격이 급등한 재개발지역 인근 토지를 자녀 회사에 싼 가격에 넘겨 양도소득세를 줄였다.

국세청은 이처럼 변칙 자본거래로 부를 편법 대물림한 불공정 탈세혐의자 32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조사 대상에는 ‘벌떼입찰’로 공공택지를 독점하거나 사주 자녀 회사에 택지 저가양도, 건설용역 부당지원 등으로 이익을 몰아준 탈세 혐의자 8명이 포함됐다.

페이퍼컴퍼니 등 위장회사를 동원해 공공택지를 낙찰받는 ‘벌떼입찰’에 대해서는 전날 국토교통부도 1사 1필지 입찰제를 도입해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세청은 또 법인자산을 사유화하고 기업이익을 빼돌린 사주 11명도 조사 대상에 올렸다.

이들이 사유화한 슈퍼카, 고급 별장 등 호화 법인자산 규모는 1천748억원에 이른다.

경영권 편법 승계와 통행세 제공 등으로 가족에게 부당하게 이득을 넘긴 사주 13명도 조사 대상이 됐다.

평균 나이 37.0세인 이들의 자녀들이 보유한 재산은 총 1조6천456억원, 1인 평균 531억원에 달했지만 이들이 신고한 증여재산은 모두 합쳐도 1천978억원에 불과했다.

오호선 국세청 조사국장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자금추적 조사, 디지털·물리적 포렌식 조사, 과세당국 간 정보교환 등 가용한 집행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조사 과정에서 사기 등 부정한 방법으로 세금을 포탈한 혐의가 확인되면 예외 없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범칙조사로 전환해 고발 조치하는 ‘무관용 원칙’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지난해에도‘부모찬스'를 통해 재산을 증식하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의 반사이익을 독점한 탈세 혐의자 60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조사로 법인세 2천980억원, 소득세 798억원, 증여세 437억원 등 총 4천430억원의 세액을 추징했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세무사신문 제829호(2022.10.4.)

저작권자 ©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