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역경제가 붕괴되고 있다. 부자도시로 불리던 울산을 필두로 통영, 구미, 군산 등 전통적 공업도시들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지역 상권은 무참하게 무너지고 있으며 젊은이들이 떠난 지역은 고령화로 성장동력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최근 지역 취재가 있어 들렀던 울산 등 제조 중심의 도시들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 직장이 없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한국의 러스트벨트는 비단 최근 일어난 게 아니다. 산업화 시대를 뒷받침했던 제조공장 중심의 지역경제가 한계를 드러내면서 시작됐다. 지역 경제가 이렇게 되기까지 곱씹어봐야 할 점은 한 두개가 아니다. 더 아쉬운 건 정부의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에도 불구하도 점점 지역경제가 엉망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여년간 지역산업, 균형발전 정책을 펼쳐왔다. 해방 이후 지역정책은 중앙 중심의 산업화를 뒷받침하는 역할에 머물렀다. 그러나 지역과 수도권의 격차가 점차 벌어지자 정부는 1999년 처음으로 지역산업 정책이라는 것을 선보였다. 2003년에는 지역균형발전으로 진화해 정부 차원에서 지역발전을 주요 의제로 삼았다. 그 이후로 지역산업정책, 균형정책이라는 명목으로 수 백조원을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흘렀다. 지역 경제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수도권에 몰리는 인구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전체 인구의 46.3%가 수도권에 거주했는데 2015년에는 49.5%로 증가했다.

투자 역시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 1인당 지역 내 총생산은 2010년 수도권과 그 외 지역이 각각 2585만원과 2535만원이었다. 2015년에는 3134만원과 2977만원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지역경제가 붕괴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의견이 모아지는 것은 제조업 중심의 지역경제다. 본사와 연구센터 없이 생산기지 역할에만 머문 것이 문제라는 것. 과거에는 공장에서 고용이 많이 이뤄졌지만 자동화가 되면서 인력이 과거에 비해 많이 필요치 않게 됐다. 값싼 인건비와 생산비를 찾아 제조 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

반면에 첨단 지식 산업은 점점 수도권에 몰리면서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실제 한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혁신활동 평가지수 중에 ‘총합 혁신지수'라는 게 있다. 2015년 기준 수도권의 총합혁신지수는 0.7848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지난 2003년 0.7948과 비슷하다. 반면 지방권역을 보면 충청권(0.7431)을 제외한 모든 권역이 0.3에도 미치지 못한다. 혁신이 이뤄지면 인재가 몰리고, 연구개발(R&D)에 탄력이 붙고 투자유치가 가능하지만 지역은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개발 투자비와 연구개발 조직 수의 격차도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연구개발 투자비의 경우 1995년 수도권(4조9000억원)과 비수도권(4조5000억원)이 비슷했지만 2015년에는 수도권(44조3000억원)이 지역에 비해 2배 가량 많았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결국 ‘돈'이었다.
누가 권한과 책임을 갖고 돈을 쓰느냐의 문제였다. 당연히 실패했을 때 강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는 것.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지역이 살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중앙 중심의 성장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지자체 스스로가 먹거리를 만들고 기획해야 한다는 것. 결국 지자체가 브레인 역할을 해야 지역경제가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전제조건은 재정이다.

현재 지방 재정은 대부분 중앙으로부터 나온다. 지방세가 있지만 지방교부세, 국고보조금의 비중도 큰 게 사실이다. 국세중심의 재정구조와 조세법률주의로 지역이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재원에 제약이 굉장히 큰 편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범정부 재정분권 TF'를 만들었다. 8대 2 수준의 국세, 지방세 비율을 6대 4로 재조정하는 것을 큰 뼈대로 하고 있다.

다만 정부부처의 이견 차이로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2월 안에 구체적인 안이 나온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4월이 시작되고도 결과에 대한 이야기는 사라졌다.

이제는 정부안 발표 시점까지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지역은 죽어가고 있는데 지역을 살릴 근본적인 대책 등은 마련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추가경정예산으로 1조원의 지역활성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붕괴되는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에 권한을 위임하고 중앙은 이제 선수에서 심판자 역할을 해야 할 때다. 과거와 같은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생각의 틀을 바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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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신문 제722호(2018.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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