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재 길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차장
조 재 길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차장

‘낀 세대’는 괴롭다. 베이비부머들 얘기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는 6·25 전쟁 이후인 1955∼1963년 사이 한꺼번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현재 만 60세 전후여서 ‘제2의 인생’을 막 시작했거나 앞두고 있다. 이들이 샌드위치 세대로 불리는 이유는 독특한 관습적 위치 때문이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가난을 물려받았지만, 자녀들에게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자녀 사교육비 지출 때문에 정작 자신의 노후 준비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에선 나이든 부모 세대를 봉양할 책임도 지고 있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45.7%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같은 해 12.6%로 기록됐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OECD 평균보다 3.6배 높다. 노인 빈곤율은 전체 노인 중 소득이 중위소득(소득순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딱 중간에 해당하는 소득)의 절반에 못 미치는 비중이다.

정부는 노인 빈곤율을 2021년까지 42.4%로 낮춘다는 목표다. 성공해도 여전히 OECD 평균보다 3배 이상 높을 전망이다. 고령층 가운데 소득이 최저생계비 미만인 절대 빈곤율도 약 30%에 달한다.

노인 빈곤율을 낮추는 방편엔 여러 가지가 있다. 기초연금을 증액하거나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 자격을 완화하는 게 대표적이다. 정부 주도형이다. 문제는 이런 방법이 지속 가능하느냐다. 재정을 갉아먹을 수밖에 없어서다.

미래 세대가 내는 세금에 의존하는 방식인데, 젊은층이 계속 동의할 지도 의문이다. 더구나 경제활동 가능인구는 꾸준히 줄고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근로자나 자영업자들이 경제활동 기간 중 스스로 노후에 대비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들이 사망할 때까지 꾸준히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바로 연금화다. 대표 선수는 1988년 시작된 국민연금이다. 이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근로소득자에게 의무화된 퇴직연금, 개별적으로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는 개인연금도 있다.

공무원이나 교직원, 군인 등 특수직역 종사자들은 별도로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에 가입한다. 이 같은 직역연금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합한 효과를 볼 수 있어 가입자 입장에서 유리하다.

우리 국민들의 연금 수령액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편이다. 소득대체율(경제활동기간 중 벌어들인 월평균 소득)이 40%를 밑돌고 있다. 미국(71.3%)은 물론 일본(57. 7%), 영국(52.2%), 독일(50.9%) 등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욱 도드라진다.

의무 가입형인 국민·퇴직연금의 보험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게 첫 번째 원인이다. 적게 내는 만큼 나중에 돌려받을 돈이 적다. 보험료 부담을 낮게 정한 건 초기 설계 때 의무 연금의 가입 저항을 낮추려는 고육책이었다. 보조 연금으로 활용되는 개인연금 가입률이 24% 정도에 불과한 것도 문제다.

국민들이 개인연금 가입을 미루는 이유 중 하나는 ‘세제의 매력’이 적어서다. 우리나라에선 퇴직연금(IR P계좌) 연금저축 등을 포함해 1인당 연간 70 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해주고 있다.

세액공제율은 총급여 5,500만원 이하인 사람에게 16.5%, 5,50 0만원 초과자에게 13.2%를 각각 적용한다. 퇴직금을 수령할 시기가 됐을 때 평생 나눠 받는 대신 일시금으로 받는 사람이 전체의 98.1%에 달하는 점도 노인 빈곤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퇴직금의 연금화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건 일시금에 부과하는 퇴직소득세와 연금에 부과하는 연금소득세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게 주
요 배경이다. 근로자들은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받을지, 아니면 연금으로 받을지 선택할 수 있다.

일시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 연금으로 받으면 연금소득세를 각각 납부한다. 정부가 2015년 세제를 개편해 연금 방식 때의 세율을, 일시금 수령 대비 70% 수준으로 낮췄지만 여전히 체감 차이는 크지 않다.

이 정도 차이로는 ‘목돈을 손에 쥘 수 있는’ 일시금 수령의 유혹을 상쇄하기 어렵다. 국민들이 더 많은 노후 생활비, 즉 연금을 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는 ‘경제활동 기간 중 더 많이 적립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다.

연금 수령 시기에 연금액을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게 하는 방법도 좋다. 둘 다 연금소득세율 조정과 관련이 있다. 연금 수령 때 납부하는 소득세율은 지방세를 합해 3.3∼5.5%다. 나이에 따라 차등 돼 있다. 만 69세까지는 5%, 79세까지는 4%, 그 이상부터는 3%가 기본 세율이다. 만약 특정 연금을 사망할 때까지 받기로 약속(종신형)한다면 나이와 관계없이 4%가 적용된다. 모두 분리과세 된다.

다만 연금 총 수령액이 연간 1,200만원을 초과하면 최고 46.2%인 종합과세 대상으로 전환될 수 있다. 연금소득세율(3∼5%)은 표면적으로 이자 소득세율(14%)보다 낮지만, 단순 평가할 수 없다.

이자소득세는 이자·배당 등 수익에 대해서만 부과하나 연금소득세의 경우 매달 지급받는 수령액에 대해 매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따로 수익원이 없는 은퇴자들로부터 거두는 세금이란 점을 감안해야 한다.

연금소득세율을 낮추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경제활동 기간 중의 연금 적립을 유도하고, 실제 수령 때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어서다.

머지않아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100세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인공 장기 등 의료기술의 발달 덕분이다. 연금 준비가 잘 돼 있는 노후 세대가 늘어날수록 젊은 층의 납세자 부담도 적어진다.
기초연금 등 사회보장 지출이 줄게 돼서다. 사회안전망 강화 차원에서도 연금소득세율 조정을 검토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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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신문 제728호(2018.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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