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한국세무사회가 국세청과 ‘영세납세자지원단 운영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함에 따라 전국 1천390명 나눔세무사들의 활동이 시작됐다. 나눔세무사로 활동중인 남복우 세무사(충청북도 청주)와 이형배 세무사(서울 서초)를 만나 상담 에피소드와 고충을 들어보고 나눔세무사가 나아갈 방향을 짚어본다.<편집자>

남복우 세무사
“부도·폐업 상담자 하나하나 가슴에 남아…분산된 영세사업자 지원체계 손봐야”

Q. 영세납세자 지원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중소·벤처기업 세금문제에 대해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사업정리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또 산학협동 컨소시엄에 여러번 참가하며 나름 열심히 공부도 했다. 실태를 정확히 알아야 제대로 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영세사업자일수록 한 푼이 아까운데 큰 규모의 사업자보다 오히려 세무정보 부족으로 더 많은 지출이 나가고 있었다. 세무사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아낄 수 있는 세금인데 안타까웠다. 넋 놓고 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힘이 되고 싶어 지원하게 됐다.

Q. 상담하다 힘들었던 적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상담 받으러 오신 분들이 좋은 분들이어서 친구처럼, 이웃처럼 친절히 상담을 진행할 수 있었다. 동료 나눔세무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모두가 다 그런 것 같지는 않아 나름 행운인 것 같다. 물론 세금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어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간혹 탈세를 상담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럴 때는 단호히 대처한다. 절세와 탈세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또 세무사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불법에 조언해 준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분들에게는 ‘성실납세가 가장 큰 절세’라는 진리를 잘 설명해 드린다. 여기에 떼를 쓰거나 따지는 분들은 없다. 다들 수긍하시고 받아들이는 편이다.

Q. 기억에 남는 상담은?
얼마 전 비사업용 토지를 사업용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세금을 감면해 드린 적이 있다. 또 간단한 잔금일 조정을 조언해 바뀐 세법의 혜택을 볼 수 있게 해 수천만원에 이르는 큰돈을 절세해 드린 적도 있다. 간단한 무료 상담으로 수천만원을 아끼게 돼 상담받은 분이 정말 기뻐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하지만 나에겐 지자체나 세무사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전화번호를 보고 알음알음 전화상담을 요청하는 모든 분들이 소중하다. 부도나거나 폐업하는 이들은 결국 다들 딱한 사정 하나씩 마음에 새겼는데 어떻게 쉽게 잊힐 수 있겠나.

Q. 나눔세무사의 발전을 위해 한마디 부탁한다.
나는 소상공인진흥원의 컨설팅 멘토, 행정안전부 마을세무사도 맡고 있다. 각기 주관 정부 부서는 다르지만 ‘영세납세자 지원’이라는 큰 틀을 놓고 보면 맥을 같이 한다. 지원대상이 겹친다는 말은 충분히 협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분산된 지원체계를 통합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놓으면 영세사업자들에게 분명 더 큰 힘을 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형배 세무사
“청년창업자부터 은발의 인생2막 사업자까지 다양…작은 감사에 큰 보람”

Q. 나눔세무사로 활동하는 동기는?
나눔세무사의 이전 명칭은 영세납세자지원단이다. 나는 영세납세자지원단 창업 멘토로 지난 5년간 활동해 왔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예나 지금이나 영세상인분들의 속사정을 비슷하다. 알토란같은 자금을 종자돈 삼아 생업에 뛰어든 모든 사장님들의 사정은 팍팍하기 마련이다. 이분들에게 세무사로서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어 지원하게 됐다.

Q. 주로 어떤 분들이 상담을 오나?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은 다양하다. 창업의 부푼 꿈을 가진 청년부터 노후자금을 탈탈 털어 인생2막을 준비하는 노년까지 각자의 세금고민을 나눔세무사에게 들고 오신다. 세무사 입장에서 보면 간단한 세금신고일 때가 대부분이지만 처음 사업을 시작한 분들은 어떻게 하는지 몰라 걱정을 한가득 짊어지고 오실 때가 많다. 또 자금조달방법을 묻는 경우도 많은데 이때는 정부의 소상공인지원제도를 소개해 드리고 있다. 간혹 상인분들의 사정을 들어보다가 부당한 처분으로 억울함을 겪고 있다고 판단하면 세무서의 납세자보호위원회를 연계해 드리기도 한다.

Q. 상담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나?
서초세무서에 마련된 통합지원센터 민원실로 두 달에 한 번 정도 나간다. 또 창업 멘토로 멘티들에게 전화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매번 10∼15건의 상담이 이뤄져 눈코 뜰 새 없다. 한 분, 한 분 정성껏 상담해 드리지만 뒤로 대기 줄이 늘어날 때마다 시간의 압박에 쫒기기도 한다. 그래도 상담 후 연신 고마워하실 때마다 세무사로서 보람을 느낀다.

Q. 세무사회 홍보상담위원회 위원으로도 봉사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홍보상담위원회 상담위원으로 일반 납세자들과 인연을 맺은 지 벌써 15년이나 흘렀다. 하루에도 수십 통의 전화 상담과 내방상담을 소화하다보면 하루 끝에는 녹초가 된다. 하지만 홍보상담위원회 무료상담업무는 세무사회에 입회하자마자 시작한 일이라 지금까지도 애정이 남다르다. 소명의식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고 나만의 작은 만족이다. 실제 무료상담이 수임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상담 후 신고대리 정도가 간혹 있긴 하다. 또 다른 수입 창출의 기회로 임한다기 보다는 순전히 내가 하고 싶으니 하는 거다. 요즘엔 젊은 후배 세무사들도 재능을 살린 봉사를 많이 하고 있다고 들었다. 선배로서 선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무사신문 제730호(2018.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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