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상증법시행령 31조의 무효판결에 부쳐

1. 정상의 실종
결손법인(휴업·폐업 중인 법인 포함)을 이용한 증여세회피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상증법제41조가 1996.12.30. 도입되었고, 주주의 증여이익의 계산을 시행령 31조 제5항(→6항)에 위임하였다.

그런데 2017.4.20. 대법원은 전원합의체판결에서 ‘결손법인이 대표자로부터 금전의 무상대여를 받아 법인이 이익을 보았다 하더라도 주주가 증여이익을 얻은 바 없음에도 시행령에 의하여 법인의 이익을 개인의 이익으로 간주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법 제41조의 취지)에 반할 뿐 아니라 그 위임범위를 벗어난다’는 이유로 상증법시행령 제31조 제6항을 무효의 규정으로 판결하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오랜 법경험과 지혜의 축적물로서 추가적인 혼란을 줄이기 위해 법규나 판례해석의 기준이 되는 구속력을 가지는 것으로 이는 판례중심의 영미법 국가뿐 아니라 성문법 국가에서도 인정하고 있다(17.9.2. 중앙일보 8면 노명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D지방 국세청과 S지방 국세청 국세심사위원회는 2017.4.30.과 2017.8.10. 대법원 무효로 판결한 시행령 31조에 의한 증여세 부과처분을 정당하다고 결정하였다.

법의 지배를 확인하는 국세심사위가 종국적으로 취소될 사안에 대하여 심판청구나 행정소송으로 이어지게 한다면 이는  불필요한 사회적비용을 증가시키는 결과가 되고 ‘신뢰받는 국세청’, ‘국민과 함께하는 공정한 세정’을 형해화하여 결과적으로 헌법 제38조와 제59조의 조세법률주의는 한쪽이 실종되고 만다.

조세법률관계 특히 국민의 권리구제문제는 동일한 사안이 주기적으로 반복 된다는 점에서 공법상의 다른 법률관계와 구별되며 따라서 그 구제절차는 상대적으로 더욱 빠르고 편안하게 이루어져야 법적안정성이나 조세행정의 효율성이 제고된다.

이러한 이유로 국세기본법은 ‘납세자의 권리는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한다’는 납세자권리헌장을 두고 있으며, 제도적 측면에서는 납세자보호위원회, 납세자보호담당관제도, 납세자권리보호요청제도 등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세심사위원회가 반(反) 법치적 운영을 한다면 세정정의의 일상적 가치는 실종하게 된다. 이 건 사안만을 보아도 세금납부를 위하여 빌린 납세비용(은행이자)이 월 700만 원에 이른다. 권익구제 절차가 늦어질수록 유·무형의 경제적 정신적 고통이 증가되고 국세행정에 대한 신뢰는 그만큼 추락한다. 이것이 오늘 우리가 우생마사(牛生馬死)의 고사를 떠올리는 사연이다.

2. 이래도 되는 것일가? -사건의 개요
J법인은 결손법인으로서 대주주로부터 운영자금을 대여받고 있는데 관활 지방국세청은 이 법인이 금전을 무상대여 받음으로써 얻는 이익을 주주의 증여이익으로 보는 구 상증법시행령 제31조 제6항에 의하여 주주들에게 증여세 ○○억원을 부과하였다. 이에 대해 주주들은 거래를 전후 해 주식가치가 (-)2,000원에서 (-)1,000원으로 증가하였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평가액은 “0”원(-)이므로 여기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로 이의신청을 하였다.

그런데 이 건 이의신청 진행 중인 2017.4.20. 대법원은 ‘전원합의체판결’로 ‘결손법인이 대표자로부터 금전의 무상대여를 받아 법인이 이익을 보았다 하더라도 주주가 증여이익을 얻은바 없음에도 법인의 이익을 바로 개인의 이익으로 간주하는 것은 법 제41조의 취지에 반 할 뿐 아니라 그 위임범위를 벗어난다’는 이유로 구 상증법시행령 제31조 제6항을 무효의 규정으로 판결하였다(2015두45700,2017.4.20.).

이 판결에 따라 산하 영등포세무서장은 2017.4.26. 동일한 내용의 사안을  직권취소하였으며, 동안양세무서장은 2016.10.26. “행정소송으로 이어 질 경우에는 국가패소가 확실시 된다”는 이유로 당초처분을 직권취소하였다.

전후 사정이 이러함에도 상급청인 지방청 국세심의위원회가 이의신청 “심리 및 판단” 대상에서 저간의 사실을 빼버리고 당초처분이 정당하다고 결정한다면 이는 ‘사건’일 수 밖에 없다.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일가?

3. 대법원 판결의 요지
<2017.4.20. 대법원 판결요지 요약>
법인이 금전을 무상대여 받음으로써 설사 법인이 이익을 얻었다 하더라도 주식의 평가액이(-2,000원에서 -1,000원으로) 높아졌다 하여 법인의 이익(대출금액×이자율)을 바로 주주의 이익(법인의 이익×증가된 1주당가액)으로 보는 것은 상증법 체제 (제2조의 증여)의 범위를 벗어난 무효의 처분이다(2015두45700 전원합의체). (괄호안은 필자 주)

가. 쟁점 시행령 개정과 판례의 변경의 연혁
1996.12.30. 결손법인을 이용한 증여세 회피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증여의제 규정인 법제41조가 도입되었고, 시행령 제31조 제5항(99년 이후 6항)에서 증여이익의 법위와 계산방법을 규정하였다. 그 후 그 과세의 범위나 증여이익 계산규정의 유효성여부가 소송에서 여러 번 다투어 졌는데 다툼의 중심은 증여를 전후 해 주식가치가 모두 부수(-)인 경우에도 증여세를 과세하는게 맞느냐는 것이었다. 2003.11.28. 대법원은 이를 부인 하였다(2003두4249). 단순히 부수의 절대가치가 감소(-2,000원→-1,000원)했다는 이유로 주식의 1주당 가액이 증가했다고 보는 것은 재산의 가액평가에 관한 규정(필자주 시행령 제54조 등)의 해석상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후 2006.9.22. 대법원은 (-)2,440 원에서 (+)1,924원으로 증가한 실제사안의 소송에서 1,924원으로 계산한 것이 정당한 것으로 판단하고 (-)2,440원에서 0원이 되기까지의 부분은 증여세를 과세 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으며(2004두4727), 2009.3.19. 다시 특정법인에 재산의 무상제공 등이 있으면 그 자체로 주주 등이 이익을 얻은 것으로 간주해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법 제41조 제1항의 개정취지에 반할 뿐 아니라 그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하여 종전의 입장을 재확인하였다(2006두19693 전원합의체 판결).

이에 대해 정부는 2010.1.1. 법제41조 제1항을 다시 개정하였으며 2015.12 .15.에는 상증법 제41조를 아예 삭제하고 법 제45조의5를 신설하여 증여의제규정으로 전환하였고 그 적용시기를 2016.1.1 증여받는 경우부터로 하여 2015.12.31. 이전에증여받은 분에 대한 계쟁 중인 사건에 대하여는 취소의 길이 열린 것이다.

4. 앞으로의 문제
법 제41조의 증여규정이 삭제되고 법 제45조의5의 증여의제규정으로 신설되면서 구 시행령을 법률에 흡수하였으므로 위임범위에 관한 위법성 논란은 제거되었다. 그러나 이 규정은 다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익이 없는 경우에도 증여세를 과세)과 맞물려 향후 위헌여부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제청 문제가 또다시 개시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5. 제안
무효의 법령에 의한 처분을 유효로 보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따라서 시급한 정상화 방안의 하나로 다음 같이 제안한다.
가) 납세보호사무처리규정 제25조 제2항 “…다음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직권으로 시정하여야 한다”는 규정 제1호의 “1.세법에 명백히 위배된 처분”을 “위헌 또는 대법원이 무효로 판결하였거나 세법에 명백히 위배된 처분”으로 명확히 해석하고
나) 납세자보호담당관 제도의 「납세자 권리보호요청제도」 대상에도 (규정체계가 다를 때는 다른 규정)에 1.세무조사 후 당해 세법·동시행령이 위헌판결, 또는 법원의 무효판결이 있을 경우를 추가한다.

*결손법인은 그 증여가액을 결손금으로 상쇄해 법인세를 내지 않고, 특수관계자인 주주는 이익을 얻는 행위

☞ 기고자의 요청에 따라 원안 그대로 실었습니다.

※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709호(2017.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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