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는 말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이슈와 쟁점에는 다양성·전문성 등을 내포하고 있고, 조세·특허·노무 등의 분야에서도 영역별로 전문화·세분화되어 가고 있다. 지난 해 12월에 우리 한국세무사회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을 폐지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도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전문성·다양성 등의 추세에 따른 것이며, 그 결과 국회 본회의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가결된 것만 보아도 국민들이 얼마나 세무사의 조세분야에 대한 전문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동자격 부여를 폐지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 대한변호사협회에서는 다양한 법률수요의 충족과 더 많은 법률서비스의 공급을 위해 설치한 법학전문대학원의 설립 취지에 반하고, 또한 변호사의 전문영역이었던 세무사 자격을 합리적 이유 없이 변호사에게서 박탈한 것은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세무사에게 세무대리의 독점화를 허용한 개정 세무사법을 강력히 반대한다면서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이 성명서에 따르면 정부와 국회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다양하고 공신력 있는 전문자격사 정책을 수립하지 않고 방치하였고, 이에 따라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받도록 하였을 뿐만 아니라 세무사에게 세무대리의 독점화를 허용함으로써 전문가 제도에 대한 신뢰와 품질 저하문제, 전문가 복수선임으로 인한 비용 증가라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기업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현대사회의 전문화·세분화 추세에 대해 변협에서도 공감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의 선택권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변호사에게 조세소송대리를 독점하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침해하게 되어 전문가 복수선임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이 발생하게 되므로 세무사의 조세소송대리에 대한 정당성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조세소송대리와 관련한 세무사의 전문성, 국제적인 추세 등을 살펴보고, 법률소비자인 납세자의 편의를 위하여 조세소송제도가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검토해 본다.

2. 세무서비스시장의 전문성 동향
오늘날 전자세정이 확대되고 기업의 회계와 세무가 더욱 복잡해져가는 등 납세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세무서비스시장에서는 세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일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회계학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이와 관련한 경제학·재정학 등의 학문에 대한 지식도 겸비되어야 한다. 그래서 세무사자격시험에서는 법률과목보다 회계학·재정학·세무회계 등 비법률과목의 비중이 더 크고, 세법에 대한 심도있는 전문성이 강조되고 있다.
반면에 과거 사법시험에서는 조세실무과목이 전혀 없었고, 조세법마저도 1차시험 선택과목 중 하나일 뿐이다. 이처럼 세무대리업무 중 실무적인 부분에 관하여는 사법시험이 세무사자격시험의 전문성을 포섭하거나 이를 대체할 정도에 이르지 못하고 있어 그 전문성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세무사자격소지자 중 세무사자격시험에 합격한 자에 대하여만 ‘세무사’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입법자의 판단이 합리성을 현저히 결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 세무대리업무에 대한 세무사의 변호사에 대한 차별성을 인정하기도 하였다,
현실적으로 변호사의 경우에는 조세법과 조세법의 배경을 이루는 학문에 관하여 많은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조세법은 4년간의 법과대학과정이나 사법시험에서도 선택과목에 불과하고, 그 배경이 되는 경제학, 회계학, 재정학 등에 대한 지식도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개설되는 조세법과 관련하여 개설된 과목에는 ‘세법개론’, ‘조세소송’, ‘조세법 연습’ 등이 개설되어 있지만 이들 과목은 모두 선택과목이고, 세무사의 직무수행에 반드시 요구되는 소양과목인 ‘회계학’, ‘세무회계’, ‘경제학’이나 ‘재정학’ 등의 과목은 개설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다.
조세소송사건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법률지식만으로 접근할 수 없는 조세법의 전문성을 비롯하여 회계·재정·세무회계 등의 전문성을 두루 섭렵하여야 하므로 현실에서 변호사가 세무사의 조력을 받아서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3. 전문화 시대에 걸맞지 않는 조세소송대리제도
오늘날은 조세·특허·노무 등과 같은 해당 고유한 영역별로 전문화·세분화되어 가고 있다. 특히 조세법분야는 방대하고 복잡하며, 납세자의 형태 또한 다양하여 세무회계 및 조세법에 대한 전문성이 없으면 납세자의 조세소송의 조력에 어려움이 있다. 더구나 최근 법률?회계?세무 등 전문직서비스시장이 개방되면서, 앞으로 외국의 우수 전문인력과 거대자본과의 무한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조세소송절차에서는 납세자를 조력할 수 있는 소송대리인을 변호사로 한정함에 따라 납세자는 이중의 선임절차와 수임비용 등이 발생하면서도 세무전문성에 기인한 조력을 충분히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법률서비스 소비자로서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
조세관련 전문법원이 없는 우리나라의 사법현실에서는 재판부에게 조세소송의 쟁점이 되는 세무전문성을 전적으로 기대할 수 없는데, 납세자가 세무전문성이 충분한 소송대리인을 활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소송의 효율성 및 경제성에 반할 뿐만 아니라 신속한 재판의 원칙에도 반하게 된다. 세무전문성을 가진 조세전문 변호사의 숫자(26,720명 중 77명, 2016. 3. 21. 현재)는 극소수인 만큼 납세자가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하기 어렵고, 조세전문 변호사는 큰 규모의 사건만을 수임하는 경우가 많아서 납세자의 소액사건이 외면되고 있다.
세무전문성을 가진 세무사가 행정심판단계서 해당 조세사건을 대리하면서 이미 사실관계 및 법률적 쟁점의 검토를 정리하였으나, 납세자는 이를 수행한 세무사와 불복쟁송자료를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 새롭게 조세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는 처음부터 소송사건의 전말을 살펴보고, 사실관계 및 법률적 쟁점을 확인해야 하는 만큼 효율성이 떨어지고 신속한 재판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
또한 불필요한 진입장벽과 경쟁제한을 철폐함으로써 공정경쟁을 촉진하고 현재 소송단계에서 포기할 수밖에 없는 다수의 소액조세사건에서도 양질의 저렴한 조세법률서비스를 제공하게 함으로써 납세자의 권익이 충분히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조세전문가인 세무사에게 조세소송대리권을 금지하는 것은 경쟁의 억제에 따른 서비스질의 저하와 가격인상을 유발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4. 세무사의 조세소송대리에 대한 국제적인 추세
우리나라와 같은 대륙법 계통 국가인 독일의 경우에는 조세소송사건의 경우 일반행정사건과 구분하여 2단계 심급으로 구성되며, 제1심은 각 주에 있는 조세법원이 관장하고 제2심은 최종심으로 연방조세법원이 관장하고 있다. 제1심은 본인 또는 소송대리인이 수행할 수 있으나, 조세법원의 상고심인 연방조세법원의 소송절차에 있어서는 대리강제주의가 적용되어 납세자는 반드시 변호사 또는 세무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 조세기본법에 따라 세무당국이 독자적으로 형사사건을 소추한 경우에는 조세형사사건과 조세범칙사건에 있어서 세무사가 변호인으로 선임될 수 있다. 따라서 독일은 세무사의 조세 전문성을 인정하여 조세관련 사건이라면 형사사건까지 세무사가 변호사와 동등하게 사건을 수임하여 조세소송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2001년 5월 25일 개정된 일본 세리사법에서는 조세에 관한 사항에 한하여 재판 중 세리사가 “사법보좌인”으로서 소송대리인인 변호사와 함께 출두하여 법정 진술을 할 수 있도록 개정하여 납세자를 조력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민사소송법에서 사법보좌인제도를 규정하지 않아서 일본의 사례를 직접 도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의 경우 조세분야 대리인으로 변호사외에도 한국과 같은 세무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등록대리인을 두고 있고, 내국세입법 제7452조의 규정에 의하여 조세법원의 규칙하에서 비법률가인 등록대리인이 조세소송대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5. 마무리
세무사법에서는 세무사의 소송업무수행 등 법률적 소양을 함양하기 위하여 지난 2002. 12. 30. 세무사법시행령이 개정으로 세무사시험과목에 “민법”, “행정소송법” 등의 과목이 추가하여 2005년부터 시행하여 왔고, 한국세무사회 부설 세무연수원에서는 조세법 외에도 소송수행을 위한 일반 법률인 상법, 민법, 행정법, 민사소송법 등에 대한 전문적인 법률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소비자 중심의 합리적 제도개선이 개방화시대의 국가경쟁력이 되는 시점에서 조세소송대리를 변호사에게만 계속 독점시켜 경쟁을 제한한다면 「진입장벽과 경쟁제한적인 규제를 해제하여 경쟁체제를 통한 소비자의 이익을 제고한다」는 국가의 규제개혁정책에도 어긋나는 것이며, 이는 결국 법률서비스 시장의 잠식이라는 크나큰 국가적 손실을 면치 못할 것이다. 더구나 세무사는 해당 납세자에 대해 조세에 관한 심사청구 및 심판청구의 대리를 수행하면서 축적한 정보와 법률적 쟁점에 관한 시각을 행정소송단계에서 활용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수임사무 일관성의 소송 경제적 측면”과 “소송구제절차의 접근 용이성”이라는 “국민권리구제의 적합성과 효율성”이 제고되면서 사법제도개혁의 궁극적인 목적에도 부합된다. 따라서 세무사가 조세소송사건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함으로써 법률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자격사간의 경쟁체제를 도입하여 소비자가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여 납세자 권익구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도록 개선하여야 할 것이다.

※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735호(2018.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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