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사실상 이중과세” vs 정부 "과세 대상·취지 달라”

증권거래세 개편 주장의 주된 근거 중 하나인 ‘이중과세' 여부를 두고 정부와 업계가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으며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업계는 증권거래세가 사실상 이중과세라며 점진적 폐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여당도 최근 이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세제 개편 여론에 힘을 실었다.
반면 정부는 정치권과 업계의 상황을 주시하면서도 개편 여론에 선뜻 동조하지 않는 분위기다.
증권거래세가 이중과세라는 업계의 주장과 입장차가 큰 데다, 세제 개편을 추진한다 해도 세수 안정성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 정부 "증권거래세 논란은 이중과세와 달라”
지난 27일 관계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15일 더불어민주당과 증권사·자산운용사 대표들과 간담회 이후 증권거래세 개편 여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업계 대표들은 간담회에서 "증권거래세와 주식 양도소득은 사실상 이중과세”라며 점진적인 조정을 건의했고, 민주당 지도부는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간담회 직후 업계에서는 증권거래세 폐지·인하 전망이 담긴 보고서가 이어졌다. 일부 증권주 주가는 거래 활성화라는 기대 심리를 타고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증권거래세는 주식 거래 대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세율은 코스피 시장의 경우 0.3%다. 1963년 도입된 뒤 폐지와 재도입을 거쳐 1996년부터 지금과 같은 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대다수 투자자는 주식 양도소득세는 내지 않고 증권거래세만 원천 징수 방식으로 납부하고 있다.
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모두 내야 하는 대상은 지분율이 일정 기준 이상이고 보유주식 총액이 15억원 이상인 대주주다.
정부는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의 보유주식 기준을 2021년 3억원까지 단계적으로 낮춰 과세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이중과세 논란이 커지는 것도 이런 정부 방침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정부는 증권거래세 개편 여론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세제 논란 대해서는 "이중과세가 아니다”며 선을 긋고 있다.
‘이중과세'는 국세기본법 등에서 조세 조약과 관련해 사용되는 법률 용어다. 세금 부과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지만 조세 조약 등을 통해 조정이 이뤄진다.
외국에서 일하는 주재원이 같은 소득에 대해 외국과 국내에서 모두 세금을 낸 뒤(이중과세) 사후에 외국에서 낸 세금을 공제받는 외국납부세액공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는 이중과세가 아니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증권거래세는 과세 대상이 거래대금, 양도소득세는 양도차익으로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과세 취지도 다르다. 소득세는 국민개세주의 원칙에 따르지만 증권거래세는 단기매매 억제, 주식시장 안정 등 취지가 강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외국납부세액공제와 달리 증권거래세는 주식 양도소득세를 낼 때 ‘세액공제'를 해주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다만 정부는 주식 양도차익 과세표준을 계산할 때 증권거래세를 필요 경비에 포함해 빼주고 있다. 부동산 매매차익을 계산할 때 취득세 등 거래세를 과세표준 계산 때 빼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 관계자는 "증권거래세는 영국 등과 같은 금융 선진국도 채택하고 있는 세제”라며 "증권거래세와 주식 양도소득세는 이중과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증권거래세→양도소득세' 중심 이동 하나…세수 안정성 ‘걸림돌'
이중과세 논란과 무관하게 증시 거래 활성화 차원에서 증권거래세를 축소하되 양도소득세 과세 범위를 늘려 세수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구상은 학계·업계 등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중과세 논란 소지를 줄이는 동시에 자본소득 과세를 강화해 과세 형평성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증권거래세는 이중과세로 보기는 어렵지만, 주식 매입이 아닌 매도대금이 과표이기 때문에 양도세와 일부 겹치는 측면도 있다”며 "거래세를 낮추고 양도세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 세수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증권거래세수가 줄고 주식 양도소득세 비중이 커지면 자본시장의 불확실성 탓에 세수 예측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수 예측에 실패하면 예산 계획·집행의 효율성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정부 지출의 역할이 커지는 최근 상황에서 안정적인 세수 확보는 정부로서는 더 민감한 과제다.

세무사신문 제741호(20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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