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무사회가 창립 57주년을 맞았다. 세무사회는 그동안 조세전문가단체로서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세정동반자로서 국가재정 확보에 기여해왔다. 이러한 업적은 납세자에게 최고의 세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회원의 노력과 회원 간 소통과 화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세무사회 역사와 함께 해 온 선배회원으로부터 세무사회 창립 57년을 맞이하는 소회를 들어봤다.<편집자>

이세훈 세무사(989)
이세훈 세무사(989)

“세무서비스 시장의 어려움은 구조적 문제, 세무사회에서 해결방안 찾아야”

매년 ‘선배의 날’에 참석하고 있다. 70세 이상 원로회원들이 모이는 자리인데 요즘은 한참 후배라고 생각한 세무사들이 어느새 칠순을 넘겨 함께 있는 걸 보니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웃음) 세무사회는 선후배들이 흘린 땀방울이 모여 성장한 조직이다. 나 역시 우리회가 나날이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긍심을 얻어간다.
오늘 ‘선배와의 대화’ 시간에 제안된 사안들을 머리 맞대고 고민해 봐야 한다. 특히 기장료 문제는 세무사회가 적극적으로 공론화시키고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적으로 기장료를 명시할 수도, 함부로 올릴 수 없는 상황에서 시장 포화로 1인당 수임 거래처는 점점 줄어간다. 더욱이 기장료 후려치기 같은 덤핑문제로 갈수록 세무서비스 시장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만성적 병폐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이제 막 개업하는 후배 세무사들 입장에서 보면 하루빨리 자리 잡고 싶은 절박함에 비정상적인 탈법의 유혹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그들만의 잘못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인 만큼 세무사회가 해결방안을 찾는데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천진식 세무사(2322)
천진식 세무사(2322)

“회원들로부터 다양한 제언 듣고 해결 방안 같이 모색해야”

생각보다 많은 선후배 세무사들이 행사에 참석했고 오랜만에 만나니 정말 반갑고 즐거웠다. 예전에는 세무사 수가 많지 않아 자주 만나 안부를 묻고, 동료들의 사정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규모가 커져 어느덧 1만3천명이 넘는 명실상부한 전문가단체로 성장했지만 오히려 동료 간 끈끈함은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쉽다. 이런 자리를 통해서나마 옛 동료들을 다시 만날 수 있어 다행이다.
세무사회에 바라는 게 있다면 회원 간 소통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을 정례화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역회 단위로 골프모임이 있지만 좀 더 다양한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모임이 생겼으면 좋겠다. 다 같이 모여 오고 가는 대화 속에서 자연스레 난관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도 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 원로 따로, 청년 따로가 아닌 세대를 넘어 공통의 관심사로 뭉칠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많아졌으면 한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레 나온 건설적 제안들을 모아 세무사회에 전달하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할 것이다. 진정한 소통은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잘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회원들의 다양한 의견 속에 답이 있다. 귀를 열고 실무적 해결방안을 모색한다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변동수 세무사(3472)
변동수 세무사(3472)

“달리는 호랑이 등 뒤에 탄 형국…형세 이용해 지혜롭게 헤쳐나가야”

서울올림픽이 개최되고, 5공화국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던 격변의 해인 1988년에 개업했다. 개업 이전에는 지금의 명지전문대학 전신인 명지실업학교와 명지대학교에서 세무·회계학과 교편을 잡았다. 학생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치기 위해 공부하면서 관련 분야에 대해 깊은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돌이켜 보면 학생들과 부대끼며 생활했던 이때가 참 좋았다.
개인적으로 외국어에 관심이 많아 국제협력위원회 활동도 오랫동안 해 왔다. 국가 간 조세제도의 차이를 살펴보고, 우리나라 제도와의 접점을 살펴봤다. 학술적 접근 외에도 실무적으로 어떤 것들을 우리 제도와 접목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른 위원들과 함께 고민했다. 아직까지도 이때의 시간이 일생의 기쁨이자 추억으로 남아있다.
현재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주변에 다른 회원들도 고전하고 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변호사, 경영지도사 등 다른 자격사들의 공세와 인공지능 발달로 우리 업계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달리는 호랑이 등 위에 탄 형국이다. 우물쭈물 겁만 먹고 두려워만 하다간 잡아먹힌다. 이럴 때 일수록 형세를 지혜롭게 활용해 난관을 과감하게 돌파해야 한다. 다 함께 힘내서 우리 앞에 놓인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나갔으면 한다.

한봉은 세무사(6519)
한봉은 세무사(6519)

“단결된 힘은 우리가 훨씬 우위에 있어…조세소송대리권 쟁취 이번엔 꼭 성공해야”
세무사회 창립기념식에 참석해 그리운 동료 세무사들의 근황도 듣고 업계 고민도 나누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정답고 재밌으니 매년 참석한다. 다들 나이가 많은 만큼 부고를 전해 듣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마음이 좋지 않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인생의 마무리를 생각하다 보면 하루하루를 결코 허투루 살 수 없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끝에 대한 고민으로 되려 생이 더 날카롭게 벼려지는 것이다.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성찰하며 어떻게 살아갈지를 계획한다.
1994년에 개업했으니 올해로 25년차다. 지난 정기총회 때는 거북이상도 받았다. 학창시절 개근상을 받았을 때처럼 감회가 새로웠다. 그동안 성실히 일해왔던 내 지난날에 대한 보상처럼 느껴졌다.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세무사법 헌법불합치 결정 소식을 듣고 매우 화가 났다.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국민을 진정 위하는 길이다.
올해도 변호사와 소송대리권을 쟁점으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변호사 수는 2만 명이 훌쩍 넘지만 우리 세무사는 1만 3천명이다. 하지만 단결된 힘만으로 따지자면 세무사가 변호사보다 훨씬 우위에 있을 거다. 모두가 일치단결된 힘으로 이창규 회장님과 집행부에 힘을 모아준다면 올해는 다시 세무사회의 새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이다.

세무사신문 제742호(2019.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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