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국내 미등록 특허권은 법인세 과세대상 아냐”

세무당국이 삼성전자와 마이크로 소프트(이하 MS) 사이에 맺어진 특허권 사용료(로열티)에 대해 징수한 법인세를 되돌려줘야 할 처지에 몰렸다.

한미조세협약에 따라 국내 미등록 특허권 사용료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매길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다.

수원지법 행정2부(홍승철 부장판사)는 삼성전자가 세무당국을 상대로 낸 법인세 원천징수 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고 지난달 24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2011년 7월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사업에 필요한 MS의 특허권을 사용하고, 그 대가를 지급하기로 MS와 계약을 체결했다.

특허 사용료에 대한 법인세는 한미조세협약에 따라 제한세율 15%를 적용해 세무당국에 납부했다.

삼성전자가 MS에 특허 사용료를 주면서 일부를 법인세로 떼어놓고 세무처리를 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세무당국은 2016년 법인세 통합조사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2013 사업연도에 MS로부터 받아야 할 690억원을 특허권 사용료와 같은 금액에서 상계(소멸시킴)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만 법인세를 납부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삼성전자가 법인세를 과소 납부한 것으로 보고 690억원에 대한 법인세 113억원을 징수했다.

삼성전자는 조세심판원에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심판을 냈다가 기각당했고, 다툼은 소송으로 이어졌다.

이번 소송에서 양측은 특허 사용에 대한 법인세 산정을 두고 팽팽히 맞섰다.

2013년 기준 MS의 전체 특허 개수는 4만1천613개이고, 그중 국내 등록 특허 개수는 1천222개로 2.9%에 불과했다.

반면 삼성전자가 같은 해 MS에 지급한 특허권 사용료는 1조2125억원, 이로 인한 법인세 원천징수세액은 1818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와 MS는 한미조세협약에 따라 미국법인이 국내에 특허권을 등록해 특허실시권을 가지는 경우에 그 사용 대가로 받는 소득만이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미등록 특허권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따라서 특허 사용료 소득 전부가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해 원천징수대상이 된다고 본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는 논리를 폈다.

세무당국은 구 법인세법(2000년 12월 24일 개정 이전)을 근거로 들어 국내 미등록 특허권 사용료 소득이더라도 국내에서 제조·판매에 사용한 대가에 해당하면 국내원천소득으로 볼 수 있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양측 주장을 검토한 끝에 삼성전자와 MS의 손을 들어주면서, 원고 청구 취지에 따라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법인세 원천세 113억원에 대해 징수처분 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외국 법인의 국내원천소득에 관해서는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보다 조세조약이 우선한다”며 “국내에는 등록되지 않은 미국법인의 특허권 등이 국내에서 제조·판매 등에 사용돼 대가로 받은 소득을 국내원천소득으로 볼 것인지는 한미조세협약에 따라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한미조세협약은 미국법인이 국내에 특허권을 등록해 국내에서 특허실시권을 가지는 경우에 그 사용 대가로 지급받는 소득만을 국내원천소득으로 정했을 뿐”이라며 “국내에 등록하지 않은 경우에는 국내원천소득으로 볼 수 없다”고 대법원 판례를 들어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법리는 해당 특허권이 국내에 등록되지 않는 이상 미국 이외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번 판결로 세무당국이 국내 미등록 특허 사용료에 대한 법인세 분은 되돌려줘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판부는 삼성전자로부터 특허 사용료를 받은 MS 측이 납부했어야 할 법인세를 56억원으로 보고, 앞서 법인세 1818억원을 납부한 만큼 추가로 납부해야 할 법인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세무사신문 제743호(20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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