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의미의 법률은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국민의 대표기관이 만들어 낸 성문의 규범을 말 한다.
이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국민의 법적 안정성과 국민 생활의 예측가능성을 확보해 주기 위하여 국민들이 법률행위를 하기 전에 미리 만들어 공표해 주는 데 그 뜻이 있다.
이 두 가지 목적에 어긋나는 법률은 올바른 법률이 될 수 없으며 위헌성을 면하기 어려운 것이다.

세법은 다른 법률에 비하여 유독 그 제정과 개정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 상례가 되어 버렸다. 이는 사회와 경제적 현실이 그런 변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바쁘더라도 법제의 기본원리를 지키지 않고 만들어 낸 법률은 그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두 가지 예를 들면, 하나는 법률의 위임이 없는 명령 즉 대통령령이나 부령(시행규칙)을 소홀히 취급하여 만들어 내는 일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조세법률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즉 조세의 부과 또는 징수 등의 행정행위는 법률의 근거를 마련하지 않고는 이를 행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현대의 행정은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하여 그 전부를 법률로 규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일정한 범위를 정하여 행정관청에 위임할 수 있도록 하는 위임입법의 행태를 갖추고 있다. 다만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은 반드시 법률로 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한계를 넘는 내용을 위임한다거나 아예 법률의 위임 근거도 없이 명령으로 규정해 버린 일이 수 없이 발생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명령의 무효나 취소의 판결 또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수없이 반복되었다.

예를 들면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위임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법인에게 증여한 재산가액을 법인의 소득으로 과세하고 또 그 법인의 주주에게 증여한 것으로 보아 과세하였다가 위임근거가 없음을 이유로 부과취소가 되자 당해 법령을 개정하고 개정된 규정에 따른 부과가 또 취소되면 또 이를 개정하는 일을 반복하는 현상이 일어난 것은 부끄러운 일로 기록되고 있다. 이러한 조세법령의 제정 또는 개정의 오류나 관습은 속히 청산해야 할 과제다.

또 하나는 소급과세를 금지하는 원칙을 지키지 않는 일이다.
모든 법률은 제정 당시보다 소급하여 그 효력을 발생할 수 없도록 제정하는 것이 이른바 법률불소급(法律不遡及)의 원칙이다. 특히 형법과 같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법률이나 조세법과 같이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법률은 그 의미가 더욱 절실하므로 엄격히 지켜져야 할 법률이다. 

즉 행위 시에 없던 규정을 새로 만들어 그 행위 시 까지 소급하여 적용한다면 예측하지 못한 권리의 침해를 받을 것이며 이로 인하여 국민생활의 예측가능성을 상실하게 되고 따라서 국민의 안정성을 해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부동산투기방지책으로 이른바 ‘9.13 대책’을 내 놓으면서 새로운 규제와 과세권을 확장함으로써 국민들은 재산권의 침해를 우려하여 불안 해 하고 있다. 여기에 소급적 효력을 인정하는 규정을 또 만들어 낸 것이다.

예를 들면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제 97조의3의 개정규정은 등록임대주택 양도소득세의 감면에 관한 규정으로서 해당 주택요건에 주택가액 기준을 새로 설정하였는바 임대 개시 시의 가액이 수도권은 6억 원, 비수도권 가액은 3억 원 이하의 주택에 한하여 적용하도록 하였다. 문제는 적용의 시기에 관하여 소급적 효력을 부여한 것이다.
즉 9.13 대책 발표일의 다음 날인 9월 14에 취득하는 주택부터 적용한다고 개정하였다. 

이 개정 규정은 2018. 10. 23.에 공포되었으므로 공포일 이후 효력이 발생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개정에 관한 부칙 제2조의 ‘장기임대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과세특례에 관한 적용례’에는 ‘2018. 9. 13. 이전에 취득한 경우에는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고 규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공포일 전인 2018. 9. 14.이후 취득한 주택은 주택가액에 관한 제한규정을 적용받게 된 것이다.

따라서 시행령이 공포일과 시행일 사이에 40일 간의 틈새가 생기고 그 기간을 소급적용하게 된 것이다. 또한 같은 날짜에 개정된 소득세법 167조의3(조정대상지역의 신규취득임대주택 양도세 중과) 동 시행령 제155조(조정대상지역 일시적 2주택의 중복보유 허용기간 2년으로 단축) 등도 모두 같은 내용으로 개정되었다.

무엇이 얼마나 바쁘기에 40일을 참지 못하고 소급하여 효력을 발생하게 하는지 한심스럽기도 하다,

모든 법률의 효력 발생 시기는 공포일로부터 15일이 경과하여 발생하게 하는 것이 일반원칙이나 특별히 따로 효력발생 시기를 규정한 것은 그에 따른다. 그러나 이번 시행령 개정과 같이 공포되지 않은 법률을 공포일 보다 앞당겨 효력을 발생하게 한 것은 국민의 법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상실하게 할 것이며 그로 인한 재산권 침해가 클 것으로 생각되어 법제에 주의를 촉구하는  바이다.

※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744호(2019.3.16.)

저작권자 © 세무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