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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기자실 칼럼]전자세정 22년사(史)…인공지능(AI) 세무가 온다

박 준 식
머니투데이 경제부 기자

국세행정(國稅行政)에 전자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7년이다. 3년 간 개발한 국세통합시스템(TIS, Tax Intergrated System)이 가동화하면서 본청 전산망과 지방국세청, 세무서 전산망을 정보통신망(Network)으로 연결해 사업장별, 인별 통합관리시스템이 운영됐다.

김영삼 정부가 도입한 금융실명제와 맞물린 이 과학세정은 개인이나 법인이 보유할 수 있는 금융자산과 부동산, 골프장회원권 등 주식을 제외한 모든 재산을 TIS에 수록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서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법인세 등 세목별 신고 성실성 여부를 판단할 기초자료를 확보했다.

전산을 활용한 두 번째 세정 도약은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이뤄졌다. 국세청이 ‘홈택스'를 도입한 사건이다. 홈택스는 납세자가 안방에서 세금을 내는 건 물론이고, 세무서에 가지 않고도 민원서류를 발급받는 시대를 열었다.

세 번째 이정표는 현금영수증제도를 2005년부터 본격 시행한 것이다. 국세청은 납세자 성실신고를 유도하면서도 가맹점이 맞을 급격한 세부담에 대비해 적잖은 인센티브를 제시해 제도 활성화를 이끌었다. 가맹점 매출액이 전년에 비해 30%를 초과한 경우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법인세 감면은 물론이고 관련 금액에 대한 세무조사 면제 혜택을 준 것이다.

이듬해인 2006년 말 시행된 연말정산 서류 간소화는 해마다 12월이면 영수증을 찾아헤매던 직장인들에게 실제적 편의를 준 계기다. 물론 시행 초기에 의료비는 일부 기관들이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여 불편이 야기됐지만, 국세청이 이에 대해 적절히 대처하면서 협조 병원이 늘어나 제도는 빠르게 안착됐다.
직장인이 2006년부터 혜택을 얻었다면 사업자들은 2010년 초에 전자세정이 주는 선물을 받았다. 1월 1일 정식개통한 ‘e세로(稅路)' 덕분에 세금계산서 발행이 전자화해 각사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과 연결된 것이다. 특히 e세로에선 자체 발행한 세금계산서 뿐만 아니라 ASP(발행시스템 임대사업자)나 ERP 시스템 발행 분까지 조회가 가능해 편리함이 더했다.

2010년 초부터 시작된 국제거래세원 통합분석시스템(ICAS)은 역외탈세자들을 벌벌 떨게 한 과학세정 무기가 됐다. 과세사각지대에 숨은 해외 탈세자들을 찾아낼 분석역량이 획기적으로 강화된 것이다. 실제 2010년을 계기로 국세청은 한국을 근거지로 성장해 부를 쌓고도 해외로 이주하거나, 이주한 것처럼 거소지를 옮겨다니며 관련 산업에서 ‘왕'이라 불리던 인물들을 집중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구리왕', ‘선박왕', ‘봉제왕’ 등은 해당 산업에서 군림한 지배적 리더이지만 막대하게 쌓은 부(富)에 걸맞지 않게 세무를 회피하던 이들이다. 이들이 드러난 것은 ICAS 활약 덕분이다. 국세청은 조세피난처 등과 정보교환 단절이 역외탈세 원인이 되고, 이에 의한 자본조달비용 저하와 과도한 금융투자가 금융위기 원인이 됐다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지적에 부응했다.

국세청은 OECD와 G20 등 선진 국가들과 국제 과세정보교환에 나서 네트워크를 확대하면서 각국이 펼치는 역외탈루소득 파악 노력을 뒷받침했다. 실제로 OECD가 주도해 정보교환 분야 블랙&그레이 리스트를 발표하고 공동대응을 천명하자 유럽 금융비밀주의 국가들까지 정보 교환기준을 수용하기로 했다.

‘검은 머리 외국인'에 집중하던 국세청은 2015년 7월 다시 역량을 국내에 집중해 세무부조리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동시에 전자세정 차세대 시스템도 선보였다. 1997년에 만든 TIS를 ‘엔티스(NTIS, NEO TIS)’로 개명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변화한 세정환경에 대응한 것이다.
엔티스는 국세청이 4년 반에 걸쳐 30여 종 전사시스템을 한 번에 개편한 ‘빅뱅' 방식으로 태어났다. 모바일과 PC 환경을 하나로 합하고 모든 문서와 자료를 전산관리화해 국세정보와 세원관리를 그야말로 전자화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 시스템을 기초로 국세청은 2016년 초 정부3.0에 발맞춰 ‘편리한 연말정산' 서비스를 개통해 국민적 필요에 획기적으로 부응했다. 근로자들은 새 시스템을 통해 연말정산 자료로 예상세액을 계산해볼 수도 있게 됐다. 특히 3개년 추이 표와 그래프 시각화는 근로자 절세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이다. 맞벌이 부부는 공제대상 부양가족 선택에 따라 세부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할 수 있게 됐다.

22년 전자세정 역사는 지난해부터 중대한 변화를 맞고 있다. 국세청이 20년 세정과학화를 토대로 2017년 말부터 시작한 빅데이터 도입 및 활용이 지난해 인공지능(AI) 분야로 확대된 것이다. 국세행정개혁위원회는 올해 이른바 전자세정 끝판왕이라 불리는 빅데이터 센터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빅데이터 센터가 만들어지면 국세청은 6천억 건이 넘는 과세정보를 보유한 기관으로 과학적 탈세혐의 분석력을 강화하게 된다. 지능적 탈세와 고의적 체납에 대응할 체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국세청은 앞으로 납세서비스는 높이면서도 범법적 행위에 대한 여지는 추호도 남기지 않을 플랫폼을 확보하게 된다.
최근 조사국이 숨은 대재산가를 추적하고, 유튜버와 일부 연예인 등 신종·호황산업 탈루자를 찾아내는 실적이 그 단초로 보인다.

세무사신문 제746호(2019.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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