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세정 조세뉴스
[문화일보 기고] ‘세무대리’ 보완立法 필요하다

이창규
한국세무사회장

1년 전, 헌법재판소는 2004년부터 2017년까지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받은 변호사에게 세무사가 수행하는 세무대리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현행 세무사법 규정이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결정하면서 해당 변호사에게 일정 수준의 세무대리를 허용하는 입법을 하도록 명했다. 그런데 위헌으로 결정된 조항의 입법에서부터 헌재의 판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복기해 보면 이 판결에 법조인의 직역 확장을 위한 이기주의가 크게 작용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먼저, 위헌 조항의 입법 과정을 보자. 2003년 11월 국회 재경위원회는 그동안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던 세무사법을 개정해 2004년 이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자는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법사위에 회부했다. 그런데 법조인 위주로 구성된 법사위에서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법안을 되돌려 놓았다. 대신 변호사는 세무사가 수행하는 장부기장, 세무 조정 등 업무를 일절 할 수 없는 것으로 법안을 수정·통과시켰다. 법안 통과 당시 표결에 참여한 법사위원은 9명인데 모두 법조인 출신이었다. 

재경위원회 의원들은 크게 반발했으나 법사위 결정을 되돌릴 수 없었다. 그 후 이 법은 별다른 이의 제기 없이 시행됐는데, 2015년 느닷없이 고등법원은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깨고 이 건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청구를 제기했다. 소송 당사자가 밝힌 대로 대한변협은 물론 전·현직 대한변협 회장이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대한변협 회장은 2017년 11월 법사위에서 세무사 자동 자격 폐지 법안을 심의할 때 “2018년 상반기에 헌법재판소에서 이 건에 대한 결정이 있을 테니 심의를 미뤄 달라”고 할 만큼, 헌재 결정 시기 등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었고, 2018년 4월 헌재는 이례적으로 기존 판례를 뒤엎는 결정을 내렸다. 

돌이켜보면, 재경위가 회부한 법안을 변호사에게 유리하게 수정하고, 수정된 법률안에 대해 위헌법률심사 제청을 하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들은 직접 이해당사자인 법조인이다.  

다행히도, 헌재는 결정문에서 나름 합리적인 입법 권고를 했다. 즉, 전문 자격사인 세무사 제도의 취지에 맞도록 세무대리에 전문성과 능력을 가진 변호사가, 세무대리에 필요한 전문가 규모를 고려해 시장에 진입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변호사 측은 대다수가 회계학과 세법을 배운 적 없는데, 장부기장이나 세무조정에 문외한인 1만8000여 변호사에게 아무런 교육이나 전문성 검증 없이 세무대리 시장에 진입하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의 입법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 

2016년 기준, 전문 직종의 1인당 사업소득을 보면 변호사는 1억1360만 원인데 비해 세무사는 6710만 원(월 560만 원)이다. 여기에 세법상 인정되지 않는 비용을 차감하고 최근 급격히 인상된 최저임금을 고려하면 세무사 실제 수입은 입에 담기 부끄러울 정도다. 따라서 보완 입법 문제는 한계 경영에 직면한 1만3000세무사, 6만 사무직원, 30만 세무가족에게는 생계가 달린 문제다. 이제 믿을 곳은 보완 입법을 추진할 국회밖에 없다. 하지만 그동안 국회에서 변호사의 이해와 관련되는 법률 입법 과정을 무수히 경험한 필자는 국회 입법을 생각하면 쉽게 잠을 이룰 수 없다.

마지막으로, 법조인들에게 간절히 호소한다. 사법부를 중심으로 한 법조계는 약자를 보호하고 정의를 수호함으로써 국가의 토대를 바르게 하는 우리 사회 양심의 최후 보루다. 부디 이 건 보완 입법 과정에서 집단 이기주의를 떠나 존경받는 사회 어른으로서 품위 있는 처신을 기대한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42601033711000002

<저작권자 © 세무사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