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고 난 뒤, 기온이 뚝 떨어지며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한 날씨가 됐다. 바야흐로 날씨가 쌀쌀해지며 실외 활동보다는 실내 활동이 늘어나게 되는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계절 가을을 맞아 세무사신문이 회원들의 마음도 살찌워 줄 <2017 노벨상 수상자들의 저서> 중 추천도서를 정리해 소개한다.<편집자>

<노벨문학상>
가즈오 이시구로 ‘남아있는 나날’, 나를 보내지 마’, ‘녹턴’, ‘파묻힌 거인’

‘남아있는 나날(2010, 민음사)’은 일본계 영국작가인 가즈오 이시구로 작가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소설은 영국의 한 저명한 저택의 집사로 평생을 보낸 주인공의 인생과, 그의 시선을 통해 근대와 현대가 교차되면서 가치관의 대혼란이 나타난 1930년대 영국의 격동기를 가즈오 이시구로 특유의 문체로 풀어내고 있다.

주인공이 꿈꾸던 ‘위대한 집사’가 되기 위해 외면했던 사랑하는 여인과 아버지, 자신이 모시던 달링턴 경에 관한 이야기를 한 축으로 우리 인생에서 정말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인간성과 계급 문화를 가슴 저미게 파고드는 수법이 마술에 가깝다”라며 극찬한 바 있다.

작가의 다음 대표작인 ‘나를 보내지 마 (2009, 민음사)’는 1990년대 후반 영국 외부와의 접촉이 단절된 기숙학교를 졸업한 후 간병사로 일하는 주인공 ‘캐시’의 시선을 통해 인간에게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복제되어 온 ‘클론’들의 사랑과 성, 슬픈 운명을 그리고 있다. ‘타임’지가 선정한 ‘100대 영문 소설’ 및 ‘2005년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며 화제가 되었고, 전미 도서협회 알렉스 상, 독일 코리네 상을 받은 바 있다.

앞서 소개한 두 권의 책이 장편소설이라면 세 번째 추천도서는 ‘녹턴(2010, 민음사)’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단편집이다.

특히 ‘책’이라는 물리적 환경 속에 ‘음악’이라는 테마를 결합시킨 이 작품은 총 5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각 단편들은 음악을 하거나 음악과 관련이 있었던 화자를 중심으로 그들의 기억속 가장 드라마틱하고 특별한 순간에 대한 회상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별한 클라이막스가 없이 이시구로 특유의 덤덤한 문체로 쓰여져 ‘밋밋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으나 마치 한편의 ‘녹턴(야상곡)’을 듣고 난 뒤의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파묻힌 거인(2015, 시공사)’은 고대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모험담이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7번째 장편소설인 ‘파묻힌 거인’은 자신들의 과거에 대해 기억하는 것이 없는 노부부가 자신들의 ‘사랑의 기억’과 ‘아들’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도깨비, 용, 수도사, 기사 등 판타지적 요소가 진한 소설이지만, 정작 소설은 ‘기억과 망각’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더 타임즈’는 “올해 이보다 더 중요한 소설은 출간되지 않을 것”, ‘워싱턴 포스트’는 “이전작과 전혀 다르면서도 가장 이시구로다운 작품”이라며 극찬한 바 있다.


<노벨물리학상>
라이너 바이스/킵 손/배리 배리시 ‘블랙홀과 시간여행’, ‘인터스텔라의 과학’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지난해 2월 사상 최초로 중력파 검출에 성공한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명예교수 라이너 바이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배리 배리시 교수, 킵 손 명예교수 3명에게 돌아갔다.

이와 함께 킵 손 교수의 저서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으로 ‘블랙홀과 시간여행(2016, 반니)’, ‘인터스텔라의 과학’(2015, 까치글방)이 있다.

두 책 모두 블랙홀, 웜홀, 중력, 시간여행 등 현재 과학으로 쉽게 설명이 어려운 과학적 지식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하지만 물리학 용어만 가득한 전문서적이 아닌 블랙홀 역사의 흐름에 한 줄기를 담당했던 저자의 살아 있는 경험담과 그 뒷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일화는 킵 손 교수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의 아이디어 착안자이자 고증 담당, 과학 고문이었다는 점인데, 그만큼 킵 손 교수는 우주의 원리를 대중들에게 쉽게 알리는데 큰 공헌을 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

우주여행을 떠나기 전 알아야 할 기본 지식을 시작으로 영화 속 블랙홀 ‘가르강튀아’, ‘웜홀의 구조’, 영화 인터스텔라의 주인공 ‘쿠퍼’가 자신의 딸 ‘머피’에게 시공간을 뛰어넘어 전달하는 메시지의 전달 가능성 등 영화만으로는 풀 수 없었던 우주에 대한 수수께끼와 궁금증을 풍부한 삽화와 더불어 설명하고 있다.

우주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블랙홀과 시간여행’보다는 ‘인터스텔라의 과학’을 먼저 읽어보길 권한다.

 

<노벨경제학상>
캐스 R. 선스타인/리처드 H. 탈러 ‘넛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오바마 행정부에서 규제정보국 책임자였으며 하버드 대학 로스쿨 교수이기도 한 캐스R. 선스타인과 행동경제학의 선구자이자 현재 시카고 부스 경영대학원 행동 과학 및 경제학 교수로 활동 중인 리처드H. 탈러가 함께 집필한 ‘넛지(2009, 리더스북)’는 어떠한 금지나 인센티브 없이도 인간 행동에 대한 적절한 이해를 바탕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고 현명한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힘 ‘넛지(nudge)’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은 ‘소변기에 파리 모형 스티커를 붙여 놓는 단순한 아이디어만으로도 소변기 밖으로 새어나가는 소변 량을 80%나 줄일 수 있었다’는 예부터, ‘내일 투표할거냐’라는 질문만으로도 실제 투표율을 높일 수 있다는 사례, 퇴직연금 설계, 장기기증, 결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신선한 예시들로 ‘넛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런 사례들을 통해 책은 ‘인센티브나 강제 없이도 똑똑한 선택을 유도할 수 있다’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의 영향력과 가능성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넛지’라는 개념은 ‘온건한 개입주의를 받아들일 경우, 그 이후에는 극도의 개입주의적 간섭이 뒤따른다’는 논란도 함께 불러왔다.

이런 논란과는 별개로 미국의 지난 오바마 정권이 ‘넛지’ 정책을 수용하면서 ‘넛지’는 폭발적인 유명세와 더불어 저자에게 노벨상이라는 명예까지 함께 안겨줬다.

지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이 책은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줄 것이다”라며 “재미가 있으면서도 중요하고, 실용적이면서도 깊이가 있다”며 극찬한 바 있다.


세무사신문 제710호(2017-10-16)

저작권자 © 세무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