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원(서울경제신문 기자)
황정원(서울경제신문 기자)

올해 세수(稅收)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3년간 9조9,000억원(2016년), 14조3,000억원(2017년), 25조4,000억원(2018년)이나 전망치 보다 더 걷힌 초과세수는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일차적으로 지난해 4분기부터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실적이 악화되면서 3월에 완납한 법인세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지난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했기에 일정 부분 완충이 됐다고 하더라도 기업들의 실적부진은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까지 반도체 실적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이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올해 법인세 세수가 8조1,000억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으나 4분기부터 악화해 예상보다 법인세가 덜 걷힐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2월까지 국세수입은 49조2,000억원으로 전년(49조9,000억원)보다 7,500억원이 줄었다. 세수 진도율도 16.7%로 지난해보다 1.9%포인트 낮다. 부동산 거래절벽으로 인해 양도소득세 수입도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담배 반출량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제세부담금도 올 1분기 2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6.0% 감소했다.
그 뿐 인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세수 감소를 수반하는 정책이 줄줄이 예정됐다.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가 8월 31일까지 4개월 연장되면서 6,000억원이 덜 걷히게 됐다. 
연 1조4,000억원 세수가 줄어들게 될 증권거래세도 오는 6월부터 시행된다. 경기 악화에 따라 6월 말 종료 예정인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도 연장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올해 470조 슈퍼예산에 이어 내년 예산은 500조원을 넘게 편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산업이 살아나야 자연스레 세수목표 달성이 가능해지는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현 상황은 쉽지 않은 여건이다. 각종 고용과 복지 지원을 위해 확장적 재정을 편성하는데 세수 부진이 현실화된다면, 재원 마련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깊어져 과세당국으로 불똥이 튈 수 밖에 없다.
벌써부터 세수 풍년이 어려워지면서 일선 세무서가 세원 발굴과 징수율 제고에 사활을 걸어 바빠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각종 숨은 세원 찾기가 시작됐다는 의미다. 과거 세입여건이 나빠졌을 때마다 세무서 별로 직원들의 체납징수 성과를 줄 세우기 하거나 세무조사 결정을 앞당기는 식의 징수 활동 조치가 빈번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이는 증세 정책이나 비과세 감면 제도 정비를 추진하기에 정부 차원의 부담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증세는 조세저항이 심한 민심을 고려하면 쉽사리 꺼내기가 힘들다. 
지난달에도 정부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내걸었다가 거센 국민반발로 거둬들여야 했다. 비과세 감면 정비는 지난 정부에서 상당수 추진해 마땅한 카드가 없다.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증세 대신 각종 조세감면을 축소하며 실질적인 증세를 했다.
국세청은 현 정부 들어 대기업과 고소득자에게 과세를 강화하면서 중산층과 서민의 세정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세행정개혁위원회를 통해서도 정기 세무조사 비중을 높이고 중소법인에 대한 조사비율은 낮은 수준으로 운영하겠다는 세무조사 운영방향을 밝혀왔다. 다만 과거에 그랬듯 목표 세수 달성을 위한 ‘쥐어짜기’식의 세무조사가 빈번해진다면 국세행정에 대한 저항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세무조사가 세수 확보수단으로 쓰이지 않고 공정하게 실시해야 한다는 것은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이기도 했다. 당장은 세금을 거둘 수 있더라도 과세요건에 합당치 않으면 이자까지 붙여서 돌려줘야 해 결과론적으로는 마이너스 과세행정이 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세청은 중견기업 사주일가, 부동산 재벌, 고소득 대재산가 등 95명의 ‘숨은 대재산가(히든 리치)’, 전국 21개 유흥업소, 유튜버와 연예인, 프로운동선수 등 신종·호황 고소득사업자 176명 등에 대한 전국 동시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간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불공정 탈세 혐의가 큰 대상인 만큼 엄정한 검증이 필요한데도 다른 의도(?)가 있지 않냐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들이 나타나는 것은 예전 기억을 떠올리기 때문일 것이다.
또 하나. 한승희 국세청장은 올 들어 판교테크노밸리를 시작으로 광주첨단국가산업단지, 대구종합유통단지, 오창과학산업단지, 동탄·마곡산업단지 등 산업현장을 잇달아 방문해 세무애로를 청취하며 일자리 창출 및 혁신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부담 경감, 세금징수 유예 및 납부기한 연장 등 세정지원을 약속했다. 
국세청은 올해 본청에 ‘납세자소통팀’을 신설해 세무상담 수요가 밀집한 산업단지, 전통시장, 집단상가 등을 직접 방문해 세금 관련 고충을 듣고 즉각 해결해주고 있으며, 올 연말까지 569만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해 세무조사, 신고내용 확인 등 일체의 세무검증을 배제하기로 했다. 
기업들에게 ‘저승사자'였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게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경제 활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모습이다. 다만 일부 성실 납세자들의 성실신고 동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일부의 지적도 ‘공정성’ 측면에서 새겨들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제 올해 3분의1이 지났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세수 호황 시대도 저물었다. 일부 기업들은 세수가 넉넉해지지 않게 되면 과세당국의 국세행정 운영방향도 바뀌는 것이 아니냐고 전전긍긍한다. 
‘편안한 납세’, ‘공평한 과세’, ‘소통과 혁신’이라는 3개 국세행정 운영방향 중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지만 가장 핵심은 공평한 과세다. 
특히 공평한 과세를 위해서는 국민으로부터의 신뢰가 필수이고, 그 바탕에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국민개세주의’가 있다. 여건이 바뀌어도 공정한 세정을 구현하겠다는 기본 취지는 잃지 않았으면 한다.

※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 세무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