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반납 노인에 10만원 교통카드…서울·부산·인천 도입
경기도·경북도·대전시·전남도 등으로 확대

운전면허 자진반납 고령운전자
 

경남 통도사 교통사고 등 고령 운전자 사고가 속출하자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는 노인에게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사업이 전국 각 시·도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지원사업은 작년 7월 부산시가 처음 도입했다.

부산시는 65세 이상 노인이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면 10만원이 충전된 교통카드를 지급하고, 병원·음식점·안경점·노인용품점에서 정상 요금의 10∼40%를 할인받을 수 있는 '어르신 교통사랑 카드'도 발급했다.

도입 초기에는 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았다.

오랜 기간 실제 운전에 사용되지 않은 '장롱 면허'가 반납 면허의 대다수를 이룰 것이라며, 사고 예방에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제도 도입 후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 사망사고가 대폭 감소하는 등 노인 면허 반납이 교통 사망사고 감소에도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부산에서는 5천280명의 노인이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했고,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 사망사고는 2017년 36건에서 2018년 21건으로 41%나 감소했다.

서울시도 올해 3월부터 면허 반납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부산보다 기준 연령을 5살 높여 70세 이상 노인이 면허를 반납하면 10만원 상당의 교통카드를 지급하는데, 노인 사이에 인기가 높아 1개월여 만에 지원 대상 인원 4천명이 모두 채워졌다. 서울시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지원자 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시도 이달 중 관련 조례 제정을 마무리하고 하반기부터 면허 반납 지원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면허를 반납하는 70세 이상 노인 2천명에게는 10만원의 교통카드를 지급할 예정이다.

이 밖에 경기도·경북도·대전시·전남도 역시 하반기 중 65∼75세 이상 노인 중 면허 반납 운전자에게 10만원 상당의 지역 화폐나 교통카드를 지급하는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관련 조례를 정비하고 있다.

면허 반납 지원사업을 도입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빠르게 늘면서 면허 반납 고령 운전자도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3월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한 만 65세 이상 운전자는 7천34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천294명의 5.7배 수준을 기록했다.

전연후 한국교통안전공단 경남본부 교수는 "고령 운전자 사고가 많이 증가하는 추세인데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인지나 판단, 조작이 오류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 확률이 커진다"며 "고령 운전자들이 면허를 반납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제도를 활성화하는 한편, 고령자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교통수단 확충과 인센티브 확대 등도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령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2012년 1만5천190건, 2013년 1만7천590건, 2014년 2만275건, 2015년 2만3천63건, 2016년 2만4천429건으로 해마다 불어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김모(75)씨가 몰던 체어맨 승용차가 13명을 들이받아 1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고령 운전자의 대형 교통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 면허반납 어르신 교통카드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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