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부 이전, 조세회피 등 의도 없어”…‘증여세 부과 정당’ 전심 파기환송

회사의 특수관계인이 신주인수권증권을 매입해 이익이 났더라도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정현진 전 이노셀 대표(현 에스티큐브 대표)가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지난달 21일 밝혔다.

1·2심은 “신주인수권 매수 당시 원고는 이노셀의 경영 상황, 연구개발 진행 경과 등 내부 정보를 상세히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며 “대표이사 사임 뒤 2∼3개월 내 하향 조정된 가격에 신주인수권을 행사하고, 곧바로 매각해 약 200억원의 차익을 얻었다”고 지적했었다.

1·2심 재판부는 “정 전 대표는 특수관계에 있는 이노셀로부터 직접 취득한 것과 다름없는 우회거래를 통해 신주인수권을 취득해 증여세를 부당하게 회피했다고 봐야 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특히 “신주인수권 거래가 단기간에 이뤄진 것을 고려할 때 이노셀의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은 정 전 대표의 신주인수권 매수를 예정한 것”이라며 “회사 내부정보를 상세히 알 수 있는 정 전 대표가 신주인수권 매수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합리적 경제인 관점에서 정상적인 거래로 보인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정 전 대표가 신주인수권 인수 및 행사에 따른 차익을 누리게 된 것은 주가 하락 가능성을 감수한 결과로 봐야 한다고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정 전 대표가 신주인수권을 취득한 것은 하나은행과 한양증권이 각자의 사업 목적에 따라 자발적으로 거래를 한 결과”라며 “정 전 대표에게 부를 무상으로 이전하거나 조세를 회피하려는 목적이 존재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정 전 대표가 신주인수권 행사로 차익을 누리게 된 것은 이노셀의 영업활동 부진에 따른 신용위험 등으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을 상당기간 감수한 결과”라며 “따라서 정 전 대표가 신주인수권 행사로 상당한 이익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원 판단이 유지되면, 정 전 대표는 신주인수권 행사로 자사 주식 517만주를 새로 인수해 185억원의 차익을 얻은 뒤 납부한 증여세 79억원을 돌려받는다.

경영난을 겪던 이노셀은 2009년 12월 29일 권면총액 8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했고, 하나은행은 이를 전부 취득한 뒤 다음날 한양증권에 신주인수권만 분리해 팔았다. 한양증권은 같은 날 권면총액 40억원의 신주인수권을 정 전 대표에게 1억6,000만원을 받고 재매각했다.

정 전 대표는 2012년 3월 상장폐지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회사 주가가 1116원에서 733원으로 하락하자 그해 10월 두 차례에 걸쳐 40억 원 어치의 신주인수권을 행사, 회사주식 517만4640주를 사들였다.

자신의 신주인수가 ‘증여’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정 전 대표는 증여이익을 185억9,700만원으로 계산해 79억4,118만원의 증여세를 자진 납부했다.

서울지방국세청도 그해 11월 정 전 대표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자진 납부한 증여세가 적정한 신고내역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냈었다. 하지만 정 전 대표는 이듬해 2월 “한양증권으로부터 신주인수권을 사들였을 뿐 회사로부터 신주인수권을 증여받은 것이 아니다”라며 납부한 증여세를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었다.

세무사신문 제748호(2019.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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