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니는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은 항상 회사에서 이야기 하는 자신의 연봉을 보고 놀란다. 실제 자신의 계좌에 찍히는 것과 차이가 너무 크다고 생각해서다.

명세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근로소득세와 주민세를 비롯해 건강보험과 고용보험 등 각가지 준조세들이 회사 지급액에서 하나씩 차감되는 것을 보면 기분이 씁쓸하다. 그러다 길가에 세워진 외제차를 보면 왠지 자영업자가 세금 혜택을 받기 위해 리스로 빌린 것 같아 보여 화가 치민다. 그리고 자신의 급여명세서에 붙은 세금과 준조세를 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람들이 세금에 분노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세금이 공정하게 걷히고 있지 않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나머지 하나는 제대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아서다. 특히 세금이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은 강남 유명 클럽 탈세 사건이나 연예인, 운동선수, 자영업자, 사업가들이 교묘하게 세금을 탈루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점점 굳어지게 된다.

불법적인 탈세도 세금이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하지만 제도권에서 진행되는 세제 개편 작업도 이런 생각을 들게 한다.

대표적인 예가 가업상속공제 완화 혹은 확대다.
가업상속공제는 고용 유지 등을 위해 기업가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다. 가업상속공제는 매출 3000억원 미만 기업의 오너가 자신의 회사를 자녀 등에게 물려줄 때 상속세를 최대 500억원 깎아주는 제도다.

혜택을 받게 되면 가업 자산의 80%를 10년간 보유해야 하고, 상속 후 10년간 가업에 종사해야 한다. 또 해당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고용도 10년간 유지해야 한다.

중소·중견 기업인들 사이에선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기가 까다롭다고 불평이 많다. 내가 내 회사를 아들에게 물려주는데 세금을 왜 이렇게 많이 내야 하고, 세금을 감면 받는 절차는 왜 이렇게 까다롭냐는 것이다.

이런 불만 때문인지, 아니면 경제가 워낙 안 좋다보니 투자 확대를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인지, 이런 기업인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가업상속공제를 손보려는 움직임이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2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가업 상속 후 기업의 지분을 유지해야 하는 기간을 현행 10년에서 7년 전후로 완화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며, 조만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소분류 내에서만 가능한 업종 변경도 중분류 안에서 가능하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매출 요건 3000억원과 최대 공제한도 500억원에 대해선 움직일 생각이 없다고 했다.

여당에선 이보다 훨씬 더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확대하고, 요건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 등은 10년인 고용인 수 유지 기간 등 사후요건도 대폭 완화해야 하며, 업종변경도 중분류보다 더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의원은 지난 3월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의 매출 기준을 3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완화하고, 공제금액 역시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높이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가업상속제도가 부의 대물림만 지원할 뿐 공공의 이익에는 별로 기여하지 못 하게 된다. 또 지금도 가업을 상속하겠다는 사람에게는 충분한 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에 추가 혜택을 줄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가업상속공제의 목적은 기업이 상속세 때문에 유지되지 않아 고용이 주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기업 소유주가 누구냐’와 ‘기업의 고용과 영속성’은 별개 사안이다.

우리보다 먼저 가업상속공제를 도입한 독일은 2014년 가업상속공제가 다른 재산의 상속에 비해 과도한 혜택을 준다고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다. 이후 독일은 상속자가 기업 지분을 제외한 자신의 모든 자산을 팔아 상속세를 내고 모자란 부분에 대해서만 공제를 해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기업 자산 중에서도 경영에 직접 필요없는 부동산 등 자산도 팔아 상속세를 내게 했다. 일본은 비상장기업에만 혜택을 주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보다 훨씬 엄격하게 가업상속공제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반대로 지나치게 회사를 가족에게 물려주려고 하다가 회사가 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독일이나 일본은 수대째 같은 업종을 하면서 바뀌는 세상에 맞춰 발전을 시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빵집 아들이 가업을 물려받아 빵을 만들면서 기술이나 생산체계, 유통을 발전시키며 빵집을 새로운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다른 일을 하던 아들을 불러 회사를 물려주는 작업을 좀 더 편하게 해주는 것이 한국 경제에 어떤 도움이 되냐는 것이다. 심지어 가업상속공제의 유일한 공공기여인 고용유지 요건을 완화해주면서 말이다.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확대하고,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한국의 상속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보다 높기 때문에 우회로 차원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상속 관련 각종 공제제도로 실효세율은 높지 않고, 상속받은 사람들 중 상속세를 내는 사람이 2%에 불과하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사람들이 왜 세금에 분노하는가를 다시 생각해보자. 예로부터 조세와 병역이 불평등한 나라는 오래가지 않았다. 부자에게 과도한 세금을 물려서도 안되겠지만, 시민들이 세금이 불평등하게 걷히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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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신문 제748호(2019.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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