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금 회수 막은 건물주에 소송…대법 "갱신요구권 없어도 권리금은 보호"

2014년 1월 서울 종로구청 인근에서 진행된 상가권리금 약탈방지법 발의 기자회견
 

상가 임대차기간이 5년이 지나 임차인에게 더는 계약갱신 요구권이 없더라도 임대인은 임차인이 권리금을 되찾을 기회를 보호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상가 임차인이 투자한 비용이나 영업활동으로 형성된 지명도와 신용 등은 임대차기간과 무관하게 임대인이 함부로 침해할 수 없도록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6일 상가 임차인 김 모씨가 임대인 공 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해 임차인이 계약갱신 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도 임대인은 상가임대차보호법상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의무를 부담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어 "임대차기간이 5년이 지나도 임차인이 형성한 고객, 거래처, 신용 등 재산적 가치는 여전히 유지돼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런 해석이 임대인의 상가건물에 대한 사용 수익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공씨의 상가건물을 빌려 식당을 운영하던 김씨는 임대차기간이 5년이 지나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없게 되자, 제삼자인 A씨와 식당의 시설, 거래처 등 모든 재산적 가치를 권리금 1억4천500만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맺었다.

김씨는 공씨에게 권리금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알리고 A씨와 상가임대차 계약을 새로 체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공씨가 재건축을 이유로 거부하자 '권리금 회수기회'를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새로 상가를 임차하려는 사람으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권리금 회수기회'를 임대인이 방해하지 못한다고 규정해 놨다. 다만 임대인이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가 있다면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할 필요가 없도록 했다.

이에 따라 재판에서는 김씨처럼 계약갱신 요구권이 없는 경우가 '임대인이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임대차기간인 5년이 지나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계약갱신 요구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해야 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 관계자는 "2015년 신설된 상가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의무에 관해 판시한 첫 판결"이라며 "이와 상반된 하급심 판결이 다수 있었는데 향후에는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조항에 대해 통일된 법해석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삼청동 상점에 붙은 '임대문의'
지난해 고용원이 없는 영세 자영업자는 도·소매업 분야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됐다.
27일 현대경제연구원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도·소매업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78만2천명으로 전년(83만8천명)보다 5만6천명(6.6%) 줄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상점에 붙은 '임대문의' 안내문. 2019.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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