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도 416억원 비상장주식으로 물납…아직 처분 못해·탈세 우려도
박영선 "비상장주식 물납, 편법 증여·탈세에 악용 소지 있어 제도 보완 필요"

정부가 비상장주식으로 세금을 받았지만 해당 기업의 자본 잠식 등으로 장부가액 '0원'이 된 비상장주식이 3천억원에 육박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소유 논란이 끊이지 않는 주식회사 다스도 상속세를 비상장주식 416억원으로 물납했으나 정부가 처분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기획재정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정부는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주식으로 총 1조2천662억원을 물납 받았다.

물납은 세금을 현금 이외의 재산으로 납부하는 것으로, 정부는 국·공채, 거래소 상장 유가증권, 부동산, 비상장주식 순으로 물납을 받게 돼 있다.

주식 물납 대부분은 비상장주식이었다.

2010년∼올해 상반기까지 비상장주식 물납은 총 1조413억원으로 전체 주식 물납의 80%를 차지했다.

상장주식은 2천249억원이었다.
그러나 매매가 쉬운 상장주식과 달리 비상장주식은 평가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어 매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물납 받은 주식 중 정부는 상장주식 2천306억 원어치를 처분했지만 비상장주식은 4천336억원어치밖에 처분하지 못했다.

여기에 자본 잠식 등으로 휴짓조각이 된 비상장주식은 6월 말 기준으로 157종목, 2천968억원에 달한다.

국세로 물납 받은 비상장주식을 발행회사(특수관계인)가 매입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매각된 비상장주식 4천231억원 중 특수관계인이 매입한 금액은 2천371억원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특수관계인의 비상장주식 매입은 탈세 여지가 있어 문제가 된다고 박 의원은 지적했다.

물납 금액보다 매입한 금액이 적으면 결국 세금으로 낸 주식을 상속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입하게 되기 때문이다.

비상장주식 물납 문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소유 논란을 빚는 다스에도 고스란히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 의원에 따르면 다스의 형식상 주인인 이 전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 씨가 2010년 사망하자 부인 권영미 씨가 다스의 소유주가 돼 상속세 416억 원을 납부했다.

이때 권 씨는 상속세를 다스의 비상장주식으로 물납해 현재 19.19% 다스 비상장주식을 기재부가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다스 비상장주식은 2011년부터 6차례나 유찰됐다.

최초 매각 예정가는 1천426억원이었으나 현재 856억원으로 떨어졌고 수의 계약이 가능한 상태가 됐다.

다스 비상장주식에 대해 특수관계인도 매입이 가능해진 것이다.

만약 다스 상황이 좋아지지 않아 매각 예정가가 물납 받은 가격보다 하락하고 특수관계인이 이를 매입하면 다스가 차익만큼을 탈세할 수 있다고 박 의원은 지적했다.

박 의원은 "비상장주식으로 수백억을 물납 받아놓고 휴짓조각 돼버린 비상장주식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며 "비상장주식 물납을 허가해준 국세청, 비상장주식을 받게 한 기재부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비상장주식 물납 자체가 편법 증여, 탈세에 악용될 소지가 있어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