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원인급여'로 단정 못해…명의자에 소유권 주면 정의관념에 어긋나”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른바 ‘타인명의로 등기된 부동산'의 소유권은 명의자가 아니라 원 소유자에게 있다는 기존 판례를 유지했다.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을 금지하기 때문에 원 소유자가 소유권을 되찾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반론이 있었지만, 대법원은 법적 안정성을 고려해 기존 입장을 유지하기로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20일 부동산 소유자 A씨가 해당 부동산 명의자 B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한 입법자의 의사는 신탁부통산의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부동산실명법을 어긴 채 명의신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불법원인급여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명의를 빌려준 사람의 불법성도 작지 않은데 부동산 소유권을 귀속시키는 것은 정의관념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명의신탁을 금지하겠다'는 부동산실명법의 목적 이상으로 부동산 원 소유자의 재산권 본질을 침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조희대·박상옥·김선수·김상환 대법관 등 4명의 대법관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며 반대의견을 냈지만 소수에 그쳐 채택되지 않았다.

A씨의 남편은 1998년 농지를 취득한 뒤 농지법 위반 문제가 발생하자 B씨의 남편 명의로 소유권 등기를 했다. A씨는 2009년 남편이 사망하자 농지를 상속받았고, 뒤이어 2012년 B씨의 남편도 사망하자 B씨를 상대로 명의신탁된 농지의 소유권 등기를 자신에게 이전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다른 사람 이름으로 부동산을 등기한 ‘명의신탁'의 경우 범죄자가 범죄행위로 얻은 이익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도록 한 민법의 ‘불법원인급여'로 간주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기존 판례에 따라 "무효인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다른 사람 명의로 등기를 마쳤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2002년 9월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명의신탁 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이 무효가 되므로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은 명의신탁자에게 귀속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 사건을 넘겨받은 대법원은 기존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사회적 파급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지난 2월 한 차례 공개변론을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심리 결과 대법원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기존 판례를 유지하기로 결론 내렸다.

세무사신문 제751호(20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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