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불볕더위와 싸우다 보면 땀을 많이 흘리게 되는데 한의학에서는 이 같은 증상을 ‘기운이 빠진다’고 한다. 땀을 많이 배출하게 되면 탈수증상뿐 아니라 맥이 풀려 자칫 건강까지 해치게 된다.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고 했다. 본지는 무더운 여름철을 맞이해 원기회복을 돕는 ‘여름철 건강식’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편집자>

세발자전거를 몰고 동네를 누비던 어린 날엔 기운이 셌다. 어디서 그런 호랑이 기운이 솟아났는지 온종일 뛰어 놀고도 힘이 남았다. 별다른 보양식을 챙겨 먹지 않아도 날마다 행복한 디즈니랜드였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만 걸어도 숨도 가쁘고 힘에 부친다. 요즘 따라 이렇게 기운이 쇠한 건 야속한 세월 탓도 있겠지만 이글이글 타오르는 무더위 때문이기도 하다. 이럴 때는 어떤 음식을 먹어 기운을 북돋아야 할까?
지금까지 보양식으로 알려진 대부분은 고단백, 고지방 음식이었다. 이는 고기라고는 명절 때나 간신히 구경하던 어려운 시절에나 보양식 대접을 받았지 사시사철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오히려 영양과잉으로 건강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육류보다는 가급적 생선 위주의 식사를 하고 제철 과일과 채소를 섭취할 것을 추천한다.

■ 열 배출에 탁월한 ‘팥’과 ‘메밀’

무더위 속에서 시원한 팥빙수 한 그릇을 해치우는 것보다 더 큰 행복은 없다. 그런데 의외로 이 팥빙수의 주재료인 팥에는 여름철에 꼭 필요한 영양소가 가득 들어있다. 팥은 열과 땀이 많은 사람에게 가장 효과적이다. 팥의 차가운 성질이 해열 작용을 해 열독을 소변으로 내보내기 때문이다. 또 여름철 입맛이 없을 때도 탁월하다. 우리 몸은 비타민B1이 결핍되면 소화불량이나 식욕부진이 나타나는데 팥은 비타민B1이 풍부해 식욕을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이 외에 녹두, 율무도 열을 식히는 작용을 한다.
여름철 별미인 냉면의 원료인 메밀도 체내의 열을 내려준다. 단 평소 소화 기능이 약하거나, 찬 음식을 먹으면 배가 아프고 설사가 잦은 사람은 메밀 섭취를 조절해야 한다. 또 메밀에는 살리실아민과 벤질아민이라는 독소 성분이 있는데, 무와 함께 먹으면 무가 독성을 중화해 준다. 흔히 메밀국수를 먹을 때 무즙과 같이 먹는 것도 이 때문이니 참고하도록 하자.
제철 간식인 찰옥수수를 먹어보는 것도 좋다. 찰옥수수는 간단히 찌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편리하고 옥수수에 함유된 비타민B가 여름철 무기력증을 이기는 데 도움을 준다. 옥수수는 배아 부분에 영양이 집중돼 있으므로 알맹이를 뺄 때는 칼보다 손을 쓰는 것이 좋다. 또 보다 맛있는 옥수수를 먹기 위해서는 삶는 것보다 찌는 것이 좋다. 속껍질을 2∼3장 남겨두고 찌면 옥수수 특유의 풍미를 더해 주고 수분이 유지돼 촉촉하고 쫄깃한 맛을 느낄 수 있다.

■ 알록달록 제철 과일·채소로 수분 충전

여름에는 각양각색의 제철 과일들이 출하돼 저렴한 가격으로 손쉽게 영양을 보충할 수 있다. 복숭아는 당분이 풍부해 원기회복 효과가 있으며, 폴리페놀 성분이 발암물질 생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복숭아의 카테킨 성분이 비타민C와 더해지면 항산화력이 강화되므로 레몬, 키위처럼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과 함께 먹으면 더욱 좋다. 복숭아를 냉장고에 오래 보관하면 안쪽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상온에 두었다가 먹기 한 시간쯤 전에 냉장고에 넣어 시원하게 먹는 것이 좋다.
수박은 수분 함량이 90% 이상으로 갈증 해소에 좋고, 과당·포도당 등이 더위에 지친 몸의 피로를 빨리 풀어준다. 또 이뇨작용을 원활하게 만들어 자주 얼굴이나 팔, 다리가 붓는 사람에게 좋다. 또 수박씨에 있는 칼슘과 무기질은 가래를 삭이며 노폐물과 나트륨을 내보내므로 버리지 말고 먹는 게 좋다.
참외는 단맛에 비해 열량이 낮고 수분 함량이 높아 갈증 해소에 도움이 되는 대표적인 여름 과채다. 특유의 향과 아삭아삭한 식감이 일품인 참외는 주로 껍질을 깎아 생과일로 즐기거나 오이 등과 함께 장아찌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맛있는 참외일수록 노란색이 진하고 선명하며 골이 깊으니 선택에 참고하자. 참외는 실온에 두면 단맛이 옅어지기 때문에 단맛을 도드라지게 느끼고 싶다면 냉장고에 보관해 시원하게 먹도록 하자.
이런 과일, 채소들은 비타민C가 많이 함유돼 철분이나 칼슘 흡수를 돕는 역할을 하므로 식후에 바로 먹는 것이 좋다. 역으로 다이어트를 한다면 포만감을 느끼도록 식전에 먹는 것을 추천한다.

■ 열대야에는 맥주 대신 우유 한잔…따뜻한 물로 목욕해야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잠 못 이루는 열대야에는 이리저리 밤새 뒤척이는 경우가 많다. 이때 맥주와 같은 차가운 술을 많이 찾는데, 술을 마시면 잠이 드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빨라져 마치 잠이 잘 오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코올은 심장박동을 빠르게 만들어 혈액이 빨리 돌게 하고 체온을 증가시켜 결국 뇌를 자극해 깊은 잠을 잘 수 없게 만든다. 이때는 술보다 우유를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유에는 칼슘이 풍부해 마음을 안정시키고 잠을 유도하는 성분인 트립토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상추, 쑥갓, 양파도 열을 내리고 신경을 안정시켜 숙면을 취하는 데 효과가 있다. 단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 콜라, 녹차는 되도록 저녁에 마시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덥다고 낮에 너무 움직이지 않으면 오히려 밤잠을 이루기 어렵다. 20∼30분 산책이나 자전거 타기 등 가벼운 운동을 잠들기 5∼6시간 전에 마치는 것이 좋다.
잠자기 2시간 전에는 따뜻한 물로 목욕하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온수욕은 신체와 정신의 긴장을 풀어주고 피로를 해소하기 때문이다. 반면 찬물로 목욕하면 오히려 정상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몸이 열을 내며 긴장해 숙면을 방해하므로 삼가야 한다.

■ 복분자, 오이로 지친 피부에 생기를
여름철에는 햇살이 따가워 피부의 각질이 두꺼워지고, 자외선에 의한 색소가 집착돼 기미와 주근깨가 생기기 쉽다. 이럴 때는 미백효과가 있는 복분자를 꾸준히 먹으면 기미를 예방할 수 있다. 근대도 비타민 A가 풍부해 거친 피부를 촉촉하게 해준다. 여름철에 흔한 쑥이나 마늘도 혈액순환을 도와 피부색을 맑게 해준다.
오이는 보습효과와 미백효과가 있고 열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어 피부 미용에 좋다. 또한, 오이에는 비타민 C와 엽록소가 풍부해 얇게 잘라 피부에 바르면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 건강한 피부를 만들어 준다.
여름의 대표 과채인 수박도 피부를 구성하는 단백질인 콜라겐의 생성을 돕는 비타민C 역시 풍부해 피부건강에 도움이 된다. 또 토마토에는 라이코펜이라는 물질이 풍부하게 들어있는데 이 물질은 콜라겐 생성을 도울 뿐 아니라 잔주름을 완화하는 역할도 해 챙겨 먹으면 좋다.

세무사신문 제752호(2019.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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