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기준 금융채 오르고 예금금리 토대 한은 기준금리 제자리 때문"
목표이익률 반영된 가산금리 인상도 한몫…'금리 올려 돈 번다' 의구심 못떨쳐

주요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주요 대출상품의 금리를 인상하고 있지만, 예금이나 적금금리는 거의 올리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은행이 예금·대출금리 차이에 의존해 손쉽게 돈을 번다는 비판이 커진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은행은 금융채 등 시장 금리의 변화를 반영한다며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대폭 인상했다.

5년간 금리를 고정하고 이후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가이드금리 경우 국민은행은 31일 연 3.73∼4.93%를 적용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3.29∼4.49%보다 최고·최저치가 0.44% 포인트 높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3.35∼4.46%에서 3.69∼4.80%로, KEB하나은행은 3.625∼4.845%에서 3.925∼5.145%로 가이드금리를 올렸다.

우리은행[000030]과 농협은행은 각각 3.30∼4.30%, 3.43∼4.57%에서 3.64∼4.64%, 3.77∼4.91%로 올렸다.

반면 예금·적금 금리는 제자리걸음이 두드러진다.

국민은행의 정기예금인 'KB스마트폰예금'의 금리는 8월 말·9월 말·10월 말 모두 기본 이율 1.2%(우대금리 반영 시 1.8%)로 변화가 없다.

같은 기간 KEB하나은행의 '하나머니세상 정기예금'과 '하나머니세상적금'의 최고금리는 우대금리 반영 시 최고 금리(만기 1년 기준)가 각각 1.9%, 2.8%로 변동이 없었다. 우리은행의 '짠테크 적금' 최고금리도 2.5%로 동일했다.

신한은행의 '신한 주거래 우대적금'(1년제)의 금리는 기본 1.05%, 최고 2.65%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농협은행 'e금리우대예금'의 이자율은 1.85%로 역시 변동이 없었다.

일부 예금·적금 상품에서 금리가 인상된 사례도 있으나 대출금리 인상과 비교하면 금융 소비자가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은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예·적금 금리가 잘 오르지 않는 것이 각 금융 상품의 금리를 정하는 시스템과 관련이 있다고 해명했다.

은행은 통상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금융채를 기준으로 삼고 예금이나 적금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토대로 정한다.

최근 미국 금리 인상 기대감이나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관측 등 시장의 전망·기대가 반영돼 금융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고 이것이 대출금리 인상의 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은 기준금리는 작년 6월부터 사상 최저 수준인 1.25%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예·적금 금리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 시중은행의 설명이다.

하지만 대출금리 인상 요인이 시장 금리 상승 때문만은 아니다.

전국은행연합회의 공시 자료에 따르면 은행들이 기준금리에 덧붙이는 가산금리를 올린 것도 대출금리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

KEB하나은행은 만기 10년 이상인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가산금리를 올해 8월 1.27%에서 1.37%로 0.1% 포인트나 올렸다.

같은 기간 동종 상품에 대해 국민은행은 1.34%에서 1.38%로, 신한은행은 1.27%에서 1.29%, 농협은행은 1.39%에서 1.4%로 각각 인상했다.

가산금리에는 인건비 등 비용에 해당하는 업무원가 외에도 은행 이익의 원천인 '목표이익률' 등이 반영돼 있다.

은행들이 목표이익률을 어떻게 바꿨는지는 선뜻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가산금리가 인상됐다는 점에서 은행이 금리를 올려 돈을 번다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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