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 보장수급 자격 잃을까 두려워"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도 신청조차 하지 않은 빈곤 노인이 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소하 의원(정의당)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현재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중에서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65세 이상 저소득 노인은 45만5천명인데, 이 가운데 실제 기초연금 수령자는 40만5천명이었다.

나머지 4만9천명의 빈곤층 노인은 소득 기준 등 기초연금 수급 자격을 충족하고도 스스로 포기했다는 말이다.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도 신청조차 하지 않는 것은 기초연금을 받으면 그 금액만큼 국가에서 받는 생계급여가 줄어 혜택을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가처분 소득이 증가해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에서 탈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초연금 수급 권리를 포기한 빈곤 노인은 2017년 4만2천905명에서 2018년 4만7천526명, 2019년 8월 현재 4만9천232명 등으로 증가세이다.

이들뿐 아니라 실제로 기초연금을 신청해서 받는 65세 이상 기초생활보장 수급 노인 40만5천명도 사실상 기초연금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기초생활 보장제도의 이른바 '보충성의 원리'에 따라 기초생활 보장 생계급여를 받을 때 직전 달에 받았던 기초연금액이 고스란히 공제되면서 기초연금을 받더라도 사실상 곧바로 전액을 돌려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극빈층 노인 사이에서는 정부가 기초연금을 '줬다 뺏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보충성의 원리는 자신의 소득이나 재산, 다른 지원제도에도 불구하고 최저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경우에만 보충적으로 국가에서 지원한다는 뜻이다.

정부가 정한 생계급여 기준액보다 모자라는 금액만 보충해서 지원해준다는 이 원리에 따라 기초연금을 받으면 생계급여를 받는 기준이 되는 소득인정액이 올라가 기초연금을 받은 액수만큼 생계급여 지원액이 삭감된다.

소득인정액은 각종 소득과 부동산 등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을 합친 총액을 말한다.

이에 따라 이들 빈곤 노인은 2018년 9월부터 기초연금이 월 25만원으로, 올해 4월부터 소득 하위 20%를 시작으로 2021년부터 월 30만원으로 오르더라도 인상 혜택을 전혀 볼 수 없다.

윤소하 의원은 "노인 빈곤 해소를 목적으로 도입된 기초연금이 정작 가장 가난한 노인을 외면하고 있다"면서 "기초연금 수급 노인들도 기초연금을 온전히 받을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65세 이상 기초연금,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 현황 (단위 : 명)
구분 65세 이상 노인 기초연금 수령자 65세 이상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A) 기초연금 +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B) 기초연금 미수습자
(A)-(B)
2017.12 7,345,820 4,839,722 439,414 396,509 42,905
2018.12 7,638,574 5,094,713 445,955 398,429 47,526
2019.8 7,885,831 5,257,752 454,599 405,367 49,232
증가율 7.35% 8.64% 3.46% 2.23% 14.7%
*기초생활 보장 생계급여 수급자(일반·시설수급자 포함) *증가율은 2017년 대비 2019년 현재
(2019 국정감사 보건복지부 제출자료, 윤소하 의원실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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