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부과되는 조세는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여야 한다. 이러한 조세법은 어디에 얼마를 부과해야 할 것인가를 규정한 실체적 규정과 그 조세를 어떠한 방법으로 부과하고 거두어들일 것인가 하는 절차적 규정으로 대별 될 수 있다.  국민들이 납세의무를 이행함에 있어 과세권자로부터 권리를 침해 받을 수 있는 개연성이 더 많은 것은 절차적 규정에서 비롯되는 바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내용은 “신고납세확정제도”다.

납세의무확정제도는 정부부과확정제도와 신고납세확정제도가 있는 바 현대 민주국가의 대부분은 후자인 신고납세확정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며 이는 가장 민주적인 제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상속세와 증여세를 제외하고는 모든 세목에 걸쳐 신고납세확정제도를 채택하여 장족의 발전을 거듭해 왔는데 최근에 “성실신고 확인제도”를 만들어 신고납세확정제도를 퇴색시키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 하는지 안타까운 마음이다.

성실신고확인제도는 국가, 국민, 세무대리인이라는 삼면경(三面鏡)을 통해 바라봐야 한다.
그 바라보는 초점은 민주세제(民主稅制)이어야 하고 합리세정(合理稅政)이어야 한다. 민주란 국민이 주인이란 뜻이며 주인(主人)이란 스스로 결정권을 갖는 사람을 말한다.

따라서 조세제도 또한 국민이 자기 결정권을 행사해야 한다. 이러한 민주세제를 담아내는 그릇으로 등장한 것이 신고납세확정제도다. 이는 1975년 국세기본법이 도입되면서 채택한 제도로서 우리나라 조세제도발전 역사에서 가장 큰 업적으로서 기록될 만한 대목이다. 납세자가 법률에 따라서 스스로 신고하고 납부하면 그것으로 납세의무는 확정돼 버린다는 제도이다. 확정된다는 것은 과세관청 등 타인의 간섭을 배제하는 법률효과가 발행한다는 뜻이다. 이 얼마나 마음 편하고 민주적이며 속 시원한 제도인가?

일제 치하에서 물려받은 과거의 부과과세제도가 국가의 자의적이며 수탈행위에 머물렀던 점을 생각한다면 민주세제의 첩경이라 할 수 있는 신고납세확정제도야말로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고 조세제도를 통해 국민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를 만들어 정착단계에 접어든 오늘에 이르기까지는 70년이 결렸지 않는가? 다만 문제가 남는 것은 납세자의 신고에 탈루 또는 오류가 있어 성실성이 결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두 가지의 조치를 마련하여 법률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 신고납세확정제도를 보장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장치가 세무조정계산제도다

첫째, 사전적 조치로서 마련한 제도가 바로 “세무조정계산서” 작성 제도다.  이는 납세지가 작성한 장부와 결산서에 나타난 소득과 세법에 따라 계산된 소득과의 차이를 세무전문가인 세무사로 하여금 조정하여 과세표준과 세액을 산출하여 신고하도록 하는 선진제도다.
둘째, 사후적 조치로서는 신고로 확정된 조세라 할지라도 오류 또는 탈루가 발견된 경우에 정부는 이를 조사해 경정할 수 있는 권한을 유보해 주고 있기 때문에 신고납부 확정으로 인한 하자를 치유할 수 있도록 보완장치를 두고 있다는 점은 신고납세확정제도를 우려하는 징세관청에게도 납세담보를 제공해 주는 효과를 부여하고 있는 좋은 제도라고 할 수 있다.

■ 경정제도를 두어 신고 후에 정부가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을 유보하고 있다

이러한 선진제도를 놓아두고 그 위에 옥상옥(屋上屋)을 만들어 성실신고를 한 납세자에게만 경정조사 배제 등의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것은 모순과 불합리성, 위법성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신고납세확정제도의 근저에 자리 잡고 있는 또 하나의 전제는 신고납세에 대한 성실성 추정의 원칙이며, 형사(刑事)에 있어서 무죄추정의 원칙과도 일맥상통하는 원리다. 따라서 불성실 신고라고 하려면 그것을 주장하는 정부가 불성실에 대한 입증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에서 비롯된 제도다.

이 두 가지 원칙들의 공통점은 정부의 처분행위가 권력적 작용이라는 점과 그 행위의 상대방인 범죄피의자나 납세자는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들을 보호하려는데 그 입법취지가 있다는 점이다.

성실신고확인제도는 이러한 취지와는 반대편에 서 있다는 것이다. 모든 신고는 불성실하다고 전제하고 정부가 제시한 신고기준에 도달하게 신고하면 이는 성실신고자로 확인하여 세무조사를 배제하는 한편 세액공제의 당근도 마련해 주겠다는 제도다. 같은 법률에서 어느 조항(條項)은 신고서로 확정된다고 규정 했는데 또 어느 조항은 신고기준에 도달해야만 확정해주겠다고 한다면 납세자는 어는 길을 가야만 할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성실신고확인제도가 출발할 때 신고납세확정제도를 아예 염두에 두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정부의 국고주의 또는 징세편의에서 발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필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예를 든다면 성실신고의 권장정책이 개인에게만 적용되고 다른 세목에는 적용되지 않고 더군다나 같은 개인소득자에 대하여도 외형이 일정액 이상인 납세자에게만 적용함으로써 제도의 보편성이 결여됐을 뿐만 아니라 납세자간의 형평성도 결여됐음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하여 법인세에도 이를 도입하려는 개정안까지 국회에 내 놓았다.

정부수립 후 70년의 세월을 거쳐 오면서 우리 세제는 무수히 많은 제정과 개정을 거듭하면서 발전해 왔다. 그 가운데 이와 비슷한 제도를 만들어 시행해 오다가 신고납세확정제도가 탄생하면서 역사의 뒷마당으로 사라진 것이 녹색신고제도다. 그런데 우리는 왜  또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려 하는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글을 마무리한다.

※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711호(2017.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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