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정국' 큰 상처, 檢개혁으로 정면돌파 의지…"정권성패 직결" 관측도
공수처법·수사권 조정 법제화가 핵심…올해 정기국회, 집권 후 최대 분수령
적폐청산 기조 속 국정원 개혁·기무사 해편 등 성과…'일상 속 개혁' 과제

문대통령, 촛불동력으로 검찰개혁 정면돌파 주목 (CG)
[연합뉴스TV 제공]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국정농단 사건은 없었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이같이 언급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비롯한 검찰개혁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천명했다.

국정농단 사건은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뿌리로 여기는 '촛불혁명'의 기폭제가 된 사건으로, 검찰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에 직결된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이 읽힌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정권의 '명운'을 건다는 각오로 검찰개혁에 나설 것을 시사하는 발언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1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법무부 김오수 차관과 이성윤 검찰국장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조국 파동'의 충격, '공정 위한 개혁'으로 정면돌파…檢 개혁 '올인'
임기 반환점(9일)을 앞두고 불거진 '조국 파동'으로 문재인 정부는 중요한 변곡점을 맞았다.

지지층 이탈에 더해 진보·보수 진영이 중심이 된 대규모 집회가 잇따라 열리는 등 국론분열 양상이 벌어지면서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지난달 22일 국회 시정연설은 이런 사태에 대한 문 대통령 나름의 해답을 내놓는 자리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공정을 위한 개혁'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통한 정면돌파를 택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교육·채용비리·탈세 등 전방위에 걸친 개혁을 약속했지만, 정치권에서는 '검찰개혁이 핵심이자 뇌관'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의 명분이 바로 검찰개혁이었던 만큼 여기서 성과를 내야만 국정운영 동력을 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대로 검찰개혁에서 성과 없이 물러설 경우 정부가 심각한 레임덕에 부딪힐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했다고 자부하는 문재인 정부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조국 정국'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칼끝이 조 전 장관을 향하며 '부메랑'을 맞은 꼴이 됐다.

이런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이 장기화한다면 후반기 국정운영에 있어 막대한 차질을 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청와대 내에서도 참여정부 때에 이어 다시 검찰개혁이 좌절될 경우 그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기관이라는 평가를 받을 때까지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도 이런 엄중함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22일 오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공수처·수사권 조정이 핵심…정기국회 성과가 하반기 국정동력 좌우
다양한 검찰개혁 방안 중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가장 집중하는 것은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이다.

법무부와 검찰도 최근 다양한 개혁안을 발표하고는 있지만, 공수처와 수사권 조정이야말로 검찰의 권력을 분산시키는 데 실효성이 가장 높은 '즉효약'이라는 것이 여권의 판단이다.

문제는 두 사안 모두 국회의 문턱을 넘기가 만만치 않다는 데에 있다.

현재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수처 설치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은 오는 12월 3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될 전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수사·기소권을 가진 공수처를 설치해야 검찰 특권을 해체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반영해 12월 3일 검찰개혁 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의지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당장 공수처를 '친문(친문재인) 보위부'로 부르며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선거제 개혁안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 논의까지 복잡하게 맞물리면서 검찰개혁 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여권 관계자는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검찰개혁 입법에 성공하느냐가 정권 전체의 성패로도 직결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 역시 지난 2월 청와대에서 주재한 권력기관 개혁 전략회의에서 "두려운 것은 법·제도적 개혁까지 가지 않으면 (과거로) 되돌아갈지도 모른다는 것"이라며 개혁 입법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돌파구 못 찾는 여야 협상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검찰개혁 법안과 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면 승부에 들어간 여야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사진은 31일 오후 국회 예결위장 회의장 모습. 2019.10.31 yatoya@yna.co.kr


◇ 국정원 개혁 등 성과…국민체감 개혁 등 과제도
정치권에서는 검찰개혁이 성과를 거둘 경우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에 있어 '화룡점정'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는 지난 2년 반 다른 권력기관에 대한 개혁이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다는 인식도 담겨있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달 30일 전국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한 결과 문재인 정부의 임기 전반기 가장 잘한 정책으로 '사회 부조리, 권력기관 등 개혁'을 꼽은 의견이 18.9%로 가장 많았다.

대표적 성과로 꼽히는 것은 국가정보원 개혁과 국군기무사령부 해편(解編)이다.

우선 국정원의 경우 정부 출범 직후 국내 정보 담당관(IO) 제도를 전면 폐지했고, 경찰은 정보경찰 활동규칙을 제정해 정보활동의 범위를 범죄정보 등으로 제한했다. 지난 정부에서 불거진 정치개입 등의 폐단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기무사의 경우 세월호 유가족 사찰, 댓글 공작, 탄핵 정국에서의 계엄 문건 등이 불거지면서 2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새로 창설된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킨다는 전제하에 보안·방첩 기능을 물려받았다.

한편 일각에서는 국민이 삶 속에서 개혁 성과를 체감토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력기관 개혁과 함께 국민이 생활에서 부딪히는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문 대통령이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생활 속의 적폐를 중단 없이 청산해 나가겠다"고 언급한 점이나, 최근 시정연설에서 "탈세, 병역, 직장 내 차별 등 국민의 삶 속에 존재하는 모든 불공정을 과감하게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권력기관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에 매진해 국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하반기 국정운영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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