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자립도 서울 82.2% 전남 25.7% … 수도권-지방 '극과 극'
지방 세수로 공무원 월급도 못 주는 곳 수두룩 '산너머 산'
일부 군 단위 도시, 인구 갈수록 줄어 소멸위기감에 '덜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인구과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옛말의 마법 탓인지 이 현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반면 지방은 재정 부족에다 인구 감소로 허덕이고 있다. 머지않은 시간에 일부 지자체는 소멸할지 모른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나돈다.
지방분권 30년을 맞았지만, 서울을 제외한 지방 시·도는 모두 '시골'로 불리는 실정이다.
한국 지방자치는 정부 수립 직후인 1949년 7월 4일 지방자치법이 제정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듬해 6·25 전쟁이 터지면서 늦춰지기는 했지만, 정전협정 체결 1년여 전인 1952년 4∼5월 전국 광역시·도와 시·읍·면에 지방의회가 처음으로 구성됐다. 시·읍·면장도 주민 직선으로 뽑았지만 시·도지사는 대통령이 임명해 완전한 지방자치라고 보기는 아직 어려웠다.
1960년 4·19 혁명으로 출범한 제2공화국 장면 정부에서야 비로소 시·도지사까지 주민이 직접 뽑는 전면적 지방자치제도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1년 후인 1961년 5·16 쿠데타로 지방의회가 강제 해산되면서 오래가지 못했다.
그러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성과로 지방자치 실시 일정 등이 담긴 개정 지방자치법이 1990년 1월 1일을 기해 발효하면서 지자제는 한세대 만에 부활했다.
그런 영욕의 지자제가 내년이면 30년을 맞는다.
하지만 아직도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지방세로 공무원 월급을 해결하지 못하는 곳도 부지기수다.
그러다 보니 중앙정부에 손을 벌리는 씁쓸한 일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지방재정 통합 공개시스템인 '지방재정 365'를 보면 전국 17개 시·도의 올해 평균 재정자립도는 51.4%이다. 2017년 53.7%, 지난해 53.4%보다 낮다.
지역 격차도 크다. 서울과 경기는 각 82.2%, 72.7%에 달하지만, 하위 5위권의 재정자립도를 보면 충북 35.9%, 경북 31.9%, 강원 28.6%, 전북 26.5%, 전남 25.7%이다.
기초자치단체 상황은 더 열악하다.
전국 226개 시·군·구 중 149곳(66%)은 10∼30% 미만, 59곳(26%)은 30∼50% 미만이다.
전남 함평(9.9%)이나 경북 봉화(9%), 전남 구례(8.7%), 전남 신안(8.5%), 충북 보은(7.7%)처럼 재정자립도가 10% 미만인 곳도 5곳(2%)이나 된다. 대부분의 살림살이를 나랏돈에 의존하는 곳이다.
재정자립도가 50%를 웃도는 시·군·구는 13곳(5.8%)인데, 서울 강남·중구·서초·종로, 경기 화성·성남·용인·이천·하남·수원·안산·과천 등 모두 수도권 지자체다.
지자체는 재정 자립도를 올리려고 세수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재원 확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체납정리반을 구성, 밀린 세금 징수에 나서는 것뿐이다.
지방세수를 늘릴 수 있는 추가 세원 확보는 하늘의 별 따기다.
충북도와 강원도는 시멘트 생산지역 환경오염 저감 및 주민 간접 보상 재원을 마련하려고 '시멘트 지역자원시설세' 신설에 나섰으나 국회 상임위원회 벽을 넘지 못했다.
장기간 저장된 원자력시설 내 방사성폐기물에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도 발의돼 있지만,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국고 보조사업도 지속해 증가하고 있다. 지자체 재정을 옥죄는 요인이다.
대표적 사업으로는 기초연금, 생계급여, 영유아 보육료, 노인 일자리 사업, 아동수당 등이 꼽힌다.
충북도의 경우 기초연금 총액은 6천151억인데, 이 가운데 지방비가 무려 21%(1천293억원)에 달한다.
내년부터 시행될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도 마찬가지인데, 전북도와 시·군은 총사업비 378억원의 30%인 114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없는 살림이 더 빠듯해지는 셈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신규 국고 보조사업은 많아지는데, 국비 지원 비율은 감소 추세"라며 "최소한 생계급여, 무상보육 등 4대 기초 복지사업만큼은 국가가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구마저 감소하고 있다. 청년들의 이탈, 고령화로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된 마을이 많다.
국회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6∼2018년 통폐합된 전국 초·중·고교가 161개교나 된다.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대전시는 수도권에서 이전하는 공공기관·기업의 무주택 직원들에게 아파트 물량의 5%를 우선 분양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부산시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청년 1천명에게 연 1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경북 김천시의 직원들은 밤마다 다세대 주택을 찾아다니며 미전입 가구를 대상으로 전입을 호소하고 있다.
전남 화순 아산초등학교는 학생 유치를 위해 학생과 가족에게 관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난임 시술비, 결혼 축하금, 전입 장려금, 육아비를 지원하는 곳은 허다하고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이자를 대신 내주는 곳도 있다.
그러나 소멸 위험지역은 늘고 있다. 이제는 이 용어가 낯설지도 않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지방소멸지수 2019'에 따르면 올해 10월 주민등록 기준, 97개 시·군·구가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42.9%이다.
2017년 84곳, 지난해 89곳보다 증가한 수치다.
충북의 경우 분만 시설이 없어 임산부들이 이웃 지자체로 가야 하는 기초자치단체도 단양, 보은, 옥천, 증평, 괴산, 음성 등 6곳이나 된다.
지자체 입장에서 지방자치제가 '허울 좋은 외투'일 뿐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부가 국방·외교·통상·통일 정책을 맡고 그 외의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에 넘겨야 제대로 된 지방자치가 실현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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