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공개변론…2017년 말 고강도 규제 위헌 여부 따져

정부가 2017년 가상화폐 이상 열풍을 잠재우겠다며 내놓은 고강도 대책이 헌법에 위반되는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헌재는 16일 오후 2시 청사 대심판정에서 현직 변호사 정모씨 등이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는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과 관련해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심판대상은 정부가 암호화폐 투기를 근절하겠다며 2017년 말부터 내놓은 일련의 고강도 규제다.

정부는 2017년 12월 28일 가상화폐 관련 부처 차관회의를 한 뒤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겠다는 특별대책을 발표한 뒤 이듬해 1월부터 전격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 시 가상 계좌를 활용할 수 없게 됐고, 본인 확인을 거친 은행 계좌와 암호화폐 거래소의 동일은행 계좌 간에만 입출금이 허용됐다.

청구인 측 대리인으로 직접 나선 정씨는 가상화폐가 헌법상 보장되는 국민의 재산권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정부 조치는 가상통화의 교환가치를 떨어뜨리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재산 처분 권한을 제한한다"며 정부 대책이 재산권과 평등권,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국가가 공권력을 행사해 재산권을 제한하면서도 대의기관을 거치지 않았다"며 "법률유보원칙(국회 의결을 거친 법률을 통해서만 국민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이 사건에 대해 합헌이라고 판단하면 국민의 경제적 자유가 금융당국에 의해 유린되는 상태가 마구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피청구인인 금융위 측 대리인은 가상통화 거래 시 본인 확인을 거친 은행 계좌를 이용하게 한 정부 조치는 헌법소원의 대상인 '공권력의 행사'로 볼 수 없어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위 측은 "정부 대책은 시중 은행들의 협조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대책의 직접적인 상대방은 시중 은행들일 뿐 청구인들에 대해서는 간접적·사실적 효과만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만일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고 할지라도 재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도 함께 펼쳤다.

금융위 측 대리인은 "가상통화 거래자들은 거래 실명제를 통해 거래자금을 입금할 수 있으므로 재산권을 침해당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인 상품들과 달리 가상통화를 이용한 자금세탁행위가 우려되는 상황이라 평등권을 침해한다고도 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학계 전문가들도 공방에 참여했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장우진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가상통화 시장 확대로 인한 폐해를 고려할 때 가상통화 시장에 대한 정부의 행정조치는 필요했지만, 이로 인해 기존 가상통화 시장 참여자들의 자산손실은 공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결과였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위 측 참고인으로 나선 한호현 한국전자서명포럼 의장은 "가상통화는 소유자가 누구인지를 특정할 수 없고 컴퓨터 기록에만 존재한다는 점에서 현금보다 자금세탁, 범죄수익 은닉 등에 용이하다"며 "정부 대책은 기존 금융 규제 범위 내에서 적절히 이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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