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 가입자는 올해 연말 정산을 하기 전에 지난해 쓴 의료비에 대해 보험금을 청구해야 한다. 뒤늦게 보험금을 청구하면 부당공제에 해당해 가산세를 낼 수도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연말 정산을 할 때 지난해 지출한 의료비에서 실손보험금 수령액을 뺀 금액만큼을 의료비로 계산해야 한다.

개정된 소득세법 시행령에서 '실손의료보험금을 제외한다'는 내용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당초 시행령에 '근로자가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를 세액공제 적용 대상 의료비로 규정하고 있어 과세 당국은 실손보험금 수령액은 세액공제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었으나 이를 확인할 수단이 마땅치 않았다.

이 때문에 암암리에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받았음에도 의료비 공제를 받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게다가 실손보험금 수령액을 제외하는 것이 정당한 조치냐는 이의제기도 있었다. 실손보험금을 받기 위해 보험사에 보험료를 냈으므로 보험금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의료비를 '직접' 부담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보험금은 회계상 보험회사의 부채로 잡힌다. 보험계약자에게 돌려줄 돈이라는 의미다.

한 납세자가 한국납세자연맹을 통해 이런 입장에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이런 논란이 이어지자 정부는 시행령을 개정, 실손보험금 수령액을 제외한다는 내용을 명시하면서 보험사가 실손보험금 지급내역을 과세 당국에 제출하도록 했다.'

법령을 명확하게 정비했으나 의료비 지출 시점과 보험금 수령 시점 간 차이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보험 가입자는 보험금을 받으려면 의료비를 지출한 시점으로부터 3년 이내에만 청구하면 돼 그때그때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다.

즉, 지난해 의료비를 지출하고서 아직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다면 이번 연말 정산에서 전체 의료비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후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금도 받는다. 사실상 편법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의료비를 지출한 연도와 상관없이 실손보험금을 수령한 연도에 의료비 공제대상 금액에서 차감하겠다고 밝혔다.

위의 사례의 경우 올해 받은 작년 의료비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내년 연말 정산 의료비 공제에서 빼겠다는 것이다.

보험금을 받은 연도에 차감하더라도 부당공제 문제가 남는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지출한 의료비에 대해 보험금을 받았는데도 받지 않았다고 신고하고서 세액공제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세 당국은 '연말 정산 후 보험금 수령'과 같은 사례를 부당공제로 봐 가산세를 물릴지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부당공제로 간주하지 않을 경우 보험 가입자가 보험금 청구 시점을 조절해 의료비 공제를 받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과세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는 그때그때 지출한 의료비에 대해 보험금을 받는다고 하면 사실상 의료비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실손보험은 자기부담금이 아예 없거나 10∼20%에 불과해 '직접' 부담한 의료비가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최소 기준인 총급여액의 3%를 넘기 힘들기 때문이다.

단, 의료비를 많이 쓴 해에 당장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이런 공제 문턱을 넘어 소득세 환급을 많이 받을 수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의가 아닌 선의의 납세자들에게 피해가 가도록 갑자기 이런 제도를 시행할 만큼 큰 이유가 있는지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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