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걱정에 이용 꺼리기도…전문가 "비누로 손 씻어야 철저히 예방 가능"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비누로 꼼꼼하게 손 씻기', '손바닥, 손톱 밑 비누로 꼼꼼하게 씻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을 예방하려면 지켜야 할 사항으로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발표한 위생 수칙에 명시된 내용이다.

그런데 많은 국민이 이용하는 일반 상가 등의 공중화장실에는 비누나 손 세정제가 없는 경우가 많아 신종코로나 확산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서울 영등포·양천·구로구 일대 상가에서 일반에 개방된 화장실 20곳을 조사한 결과 이 중 13곳에 비누 등이 비치돼 있지 않았다.

식당이나 카페, 주점 등 많은 이들이 오가는 장소에 딸린 화장실에 비누가 없어 위생이 더욱 우려되는 사례도 다수 있었다.

고깃집이 있는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상가 화장실에선 비누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식당 주인 박모(38)씨는 "원래 화장실에 물비누를 놔뒀는데, 자주 도난을 당해 더는 두지 않는다"면서도 신종코로나 사태로 비누를 다시 둘 생각이라고 했다.

식당과 카페가 입점한 양천구 신정동의 한 상가 1층 화장실의 비누 걸이도 텅 빈 채였다.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73)씨는 "화장실은 건물주가 관리하긴 하는데, 요즘 신종코로나 사태에 손님들이 걱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구로구 구로동의 한 식당 주인은 "아직 (비누가 없어 불편하다고) 말한 손님은 없지만 나 같아도 신종코로나 걱정에 싫을 것 같다"며 "공용 화장실은 아무나 와서 이용하다 보니 건물 관리인이 비누를 굳이 가져다 두지 않는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시민들은 공중화장실에 비누가 없으면 신종코로나 감염 걱정에 이용이 꺼려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강남구의 한 회사에 다니는 홍모(28)씨는 "요즘 비누가 없는 화장실은 아예 이용하지 않는다"며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니 감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조심하게 된다"며 우려했다.

취업 준비생 김모(28)씨는 "매일 다니는 독서실 화장실에도 비누가 없다"며 "평소에도 조금 꺼림칙했는데 신종코로나 사태 이후 더욱 걱정돼서 해당 화장실을 잘 안 쓰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종코로나를 철저히 예방하려면 물 세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비누를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손을 물로만 씻기보다는 비누를 사용하는 걸 권장한다"며 "비누나 세정제로 씻어야 손에서 바이러스를 완벽에 가깝게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에는 물로만 손을 씻을 경우 손의 균이 88% 정도 씻기지만, 비누로 씻으면 99.8%까지 제거된다고 소개돼 있다. 이 교수는 "일반적인 바이러스에도 이 내용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상엽 고려대 안암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을 씻으면 신종코로나 감염을 예방할 수 있지만, 이는 차선책일 뿐이고 가급적 비누나 손 세정제로 손을 씻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