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유동인구 많은 곳 점포 영향 커…확진자 이동경로상 점포 고객 '뚝'

평소 유동 인구가 많아 손님이 끊이지 않던 서울역의 한 은행 점포는 최근 들어 유독 한산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여파다.

싱가포르에서 콘퍼런스에 참석한 뒤 신종 코로나 확진을 받은 국내 17번 환자는 서울역 역사 내 푸드코트(식당가)에서 식사했고, 이 식당가는 이달 5일 영업을 잠정 중단했다.

인근 은행 영업점의 한 창구 직원은 "확진자가 밥을 먹은 푸드코트가 폐쇄됐고, 왕래가 잦던 고객들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감염 걱정이 커지면서 '돈도 소독하느냐'는 문의도 들어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점에서 주기적으로 소독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돈을 소독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감염 우려가 은행 점포 영업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확진자 증가 속도가 빨라진 설 연휴(1월 24∼27일) 이후 특히 영업점 방문 고객이 감소하는 추세다.

한 시중은행의 내점 고객 수는 확진자가 4명뿐이던 지난달 28일 29만4천805명이었지만, 확진자가 19명으로 늘어난 이달 5일에는 17만2천804명으로 줄었다. 여드레 사이에 41.4%나 급감한 것이다.

한 영업점 창구 직원은 "확진자가 늘면서 확실히 평소보다 방문 고객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점 고객은 줄었지만, 업무시간 내내 마스크를 쓰고 상담하다 보면 평소보다 목소리를 더 키워야 해서 피로도가 몇 배는 되는 것 같다"고 나름의 고충을 털어놨다.'

점포 환경이나 창구 특성에 따라 신종 코로나 영향은 달리 나타났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몰리는 지역이나 확진자가 거쳐 간 지역의 영업점은 대체로 내점 고객 수가 줄었다. 단순 입출금 업무 등을 보는 예금 창구도 고객이 감소했다.

반면 대출이나 기업 업무 관련 방문 고객 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대형 빌딩 소재 은행 점포도 변화가 작았다.

중국인 관광객을 비롯한 유동 인구가 많은 명동 인근 영업 점포의 한 직원은 "신종 코로나 때문에 내점 고객이 30% 정도 감소했다"며 "대출 등 중요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고객을 제외하고는 단순 업무 내점 고객이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을 찾는 중국 관광객은 거의 없는 편인데,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하는 자영업자 고객의 영업상황이 좋지 않음을 확연하게 느낀다"고 덧붙였다.

6일 확진 판정을 받은 58세 중국인 여성이 명동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돼 이 일대의 영업 점포는 계속해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점포 직원은 "동대문, 약수동 지점 등에서는 중국에서 의류를 수입하는 소기업들이 많은데, 이들 기업이 현지 거래처와의 거래가 줄면 영업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대별 차이도 눈에 띈다. 모바일 환경과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한 젊은 층은 비대면으로 은행 업무를 본다. 반면 스마트폰이 어려운 다수의 노년층은 은행을 방문하는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방문하시는 분들은 아무래도 노년층이 많다"며 "젊은 사람들은 모바일·인터넷 뱅킹으로 하면 되니 방문이 뜸해졌다"고 말했다.

고객의 방문은 물론 은행 직원들의 영업 행위 등 활동도 신종 코로나 탓에 제약받고 있다.

회의에서는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고, 외부 방문자가 있을 때는 안내 데스크에서 일일이 체열을 잰다.

또 다른 은행 직원은 "기존 거래 업체와의 약속 자리도 연기되는 경우가 많다"며 "영업을 하려면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선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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