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방역대책본부장 "중국 방문자, 14일간 외부활동 삼가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감염 초기, 경증일 때부터 전염력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증상 감염' 가능성에 대해서는 단언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 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국내 25번째 확진자(73세, 한국인 여성)의 사례를 들며 "4일에 며느리가 잔기침 증상이 있었고, 현재 (며느리에게 옮은) '가족 내 전파'로 추정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주요 증상은 발열과 기침, 인후통 등이 꼽힌다.

이날 확진된 25번째 환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중국 광둥성을 방문했던 아들, 며느리와 함께 살고 있다. 광둥성은 중국 후베이성 다음으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곳인 만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부부 중 감염자가 있어 25번 환자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으리라 보고 있다.

다만 25번 환자의 아들과 며느리의 바이러스 감염력이 확인되지는 않은 만큼, 아닐 본부가 발표한 감염 경로는 잠정적인 결과다. 아들과 며느리는 바이러스 검사가 진행 중이며 이날 중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정 본부장은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력이 상당히 높다"며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바이러스가 공중에 떠다니며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는 '공기전파'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질병관리본부와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홍역바이러스의 경우 공기전파가 가능하고, 감염자 한 명이 감염 기간 내 평균 15~20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고 알려졌다.

반면 신종코로나 환자는 1.4~2.5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신종코로나의 추정 전파경로는 '비말전파'다. 비말전파는 바이러스가 침방울에 포함돼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는 경우를 뜻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사촌' 격인 사스와 메르스 바이러스도 비말로 전염된다.

애초 25번 환자의 아들 부부가 감염 증상이 없다고 알려지며 이 환자가 국내 '무증상 감염'의 첫 사례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아직 무증상 감염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상태다. 신종코로나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이어서 분석이 어렵기 때문이다.

정 본부장 역시 이날 "학계에서도 명확하게 무증상 시기에 감염이 된다, 안 된다는 말은 없다"면서 "아직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고, 바이러스의 정확한 잠복기도 지금 더 조사·연구가 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바이러스 전문가들의 학술단체인 대한바이러스학회도 6일 보도자료에서 "무증상 감염자의 역할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냈다. 무증상 감염자가 바이러스를 전파했다는 독일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오류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편 방역 당국은 신종코로나가 중국 전 지역으로 퍼진 것으로 보고, 최근 중국을 다녀온 사람은 14일간 외부활동을 삼가 달라고 권고했다. 정부는 현재 중국 후베이성 방문 이력이 있는 국민의 경우 '자가격리' 조치하고 외국인의 입국은 제한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중국에 다녀오신 분들, 주로 의료계나 시설 종사자분들께는 업무 배제 요청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 증상이 감기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미한 데도 양성이 나오는 건수를 많이 봤기 때문에 (중국에 다녀오신 분에게는) 14일 정도는 집에서 머무르고, 본인의 증상을 모니터링한 뒤 증상이 나타나면 선별진료소를 가시도록 권고와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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