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26억원 지원…보수단체들 재원 삼아 국회선진화법 무력화 운동

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이 국회선진화법으로 쟁점 법안 통과가 어려워지자 보수단체를 동원해 국회를 압박하기로 하고 자금 지원을 비롯한 구체적 방안을 기획한 정황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검찰은 특히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대기업을 압박해 이른바 '고철통행세' 수십억원을 보수단체에 지원하도록 한 것이 국회 압박 활동의 종잣돈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1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남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현대기아차의 수뇌부를 압박해 경우회 산하 영리법인인 경안흥업에 '일감 몰아주기' 방식으로 26억원의 이득을 주도록 한 혐의(국정원법상 직권남용)를 포함했다.

자체 사업 수행 능력이 없는 경안흥업은 현대기아차와 대우조선해양 등의 고철 유통권을 따낸 뒤 다른 회사에 재하청을 주고 수수료처럼 '고철통행세'를 거둬들여 총 40억원 안팎의 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이헌수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과 대기업 임원 등을 조사하면서 경안흥업에 고철 유통권을 몰아주는 과정에 남 전 원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남 전 원장은 이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렇게 남 전 원장의 압박으로 대기업에서 경우회로 흘러든 돈이 구재태 전 대한민국재향경우회장의 주도 아래 불법 정치활동 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판단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전날 구속된 구 전 회장이 대기업에서 지원받은 40억원 가운데 약 20억원을 불법 정치활동에 사용한 정황을 포착했다.

구 전 회장은 특히 2015년 10월 출범한 '국회개혁 범국민연합'의 운영 등에 관련한 비용으로 16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우회를 중심으로 골목상권 살리기 소비자연맹 등 190여개의 직능·시민사회단체가 가담한 국회개혁 범국민연합은 국회가 정쟁에 골몰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개혁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2012년 개정된 국회법(국회선진화법)의 폐기를 주요 개혁과제로 제시하며 국회를 압박하고 정부를 지지하는 시위나 보수일간지 광고, 서명운동 등을 했다.

당시 국회에서는 정부·여당이 노동 관련 법안과 경제활성화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등 주요 쟁점 법안들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이 직권상정 요건의 강화 등을 규정한 터라 다수당이더라도 야당의 반대를 뚫고 이를 통과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여당은 선거구획정안과 함께 쟁점 법안을 직권상정하자며 이를 거부하던 정의화 당시 국회의장을 압박하기도 했다.

아울러 검찰은 구 전 회장이 국정원의 특혜를 얻은 경안흥업의 거래업체로부터 6천만원대 리베이트를 개인적으로 받은 정황도 포착했다.

구 전 회장은 자신이 대주주인 ㈜경우AMC의 주식을 경안흥업이 비싸게 매입하도록 하는 등의 방식으로 10억원대의 개인적인 이득까지 취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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