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서울에서 고강도 부동산 실거래 조사를 펼친 결과, 대상의 절반 이상이 탈세나 대출 규정 미준수 등 의심 사례로 밝혀졌다.

조사는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서울시 등 정부 합동조사팀에 의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뤄졌다. 지난해 8∼10월 신고된 주택거래 중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1천333건에 대해 매매계약서, 거래대금 지급 자료, 자금출처 자료, 금융거래 확인서 등을 제출받아 검토한 결과다.

구체적으로는 탈세 의심 670건, 대출 규정 미준수 의심 94건, 명의신탁약정 의심 1건, 계약일 허위신고 3건 등이 드러났다.

◇부모 돈으로 집 사고, 타인 명의로 등기하고

20대 A씨는 서초구 소재 아파트를 10억 원에 사면서 자기 돈은 1억 원만 들였다. 구청에 낸 자금조달 계획서에 따르면 A씨는 전세 보증금 4억5천만 원에 금융기관 대출로 4억5천만 원을 보태고, 나머지는 본인 통장에서 마련했다.

그러나 세입자는 알고 보니 A씨 부모였고, A씨 역시 이 집에서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것으로 의심됐다. 정부는 A씨 부모가 임대 보증금 형태로 자녀에게 편법 증여를 했다고 보고, 국세청에 통보했다.

시세보다 훨씬 낮게 이뤄진 가족 간 거래도 검증을 받게 됐다. 대표적인 예는 B씨 부부로, 이들은 서초구의 한 아파트를 20대 자녀에게 12억 원에 팔았다. 하지만 당시 시세가 17억 원가량이므로 정부는 이들이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이면서 자식의 주택구입을 돕기 위해 시세보다 대폭 낮춰 거래한 것으로 판단했다.

집을 살 때 부모에게 돈을 빌릴 수 있지만 차용증을 쓰지 않은 사례도 걸렸다. C씨는 강남의 17억 원짜리 아파트를 전세 9억5천만 원을 끼고 샀다. 부족한 차액 중 1억5천만 원은 대출을 받았지만 5억5천만 원은 부모에게 빌리고 자기 돈은 5천만 원만 들어갔다. 하지만 부모에게 5억5천만 원을 빌릴 때 차용증을 쓰지 않아 편법 증여 의심을 받고 있다.

타인 명의 등기로 의심되는 사례도 적발됐다. D씨는 지난해 8월 강동구의 한 아파트를 4억5천만 원에 분양받은 후 10월에 명의를 지인 E씨에게 넘기며 E씨와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입주했다. 하지만 자금조달 내역을 조사하니 주택자금 전액을 D씨가 부담해 E씨로부터 명의를 빌렸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국토부는 이 사례가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경찰청에 넘겼다. 수사 결과 위반이 확실해지면 D씨는 주택가액의 30%를 과징금으로 내야 하며, 이와 별도로 5년 이하 징역이나 2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사업자 대출을 위반한 사례도 여러 건 드러났다. 전자상거래 사업자인 E씨는 서초구의 21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7억 원과 사업자대출 5억 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사업자대출로 받은 돈을 주택구입에 유용했을 뿐 아니라, 투기지역에서 사업자대출로 주택을 구입할 수 없다는 대출 규정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자금출처와 세무 조사… 조사 지역 확대

이번에 적발된 의심 거래를 유형별로 보면 불분명한 자금 출처나 편법 증여 의심 사례가 1천203건(90%)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역별로는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가 508건으로 전체의 38%이며, 이어 마포·용산·성동·서대문 12%(158건), 그 외 지역 50%(667건)다.

거래금액 별로는 9억 원 이상 36%(475건), 6억~9억 원 미만 26%(353건), 6억 원 미만 38%(505건) 순이다.

이중 탈세 의심 사례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자금출처 등을 분석하고 필요할 경우 세무조사에도 나선다. 또 대출 규정 미준수 의심 사례는 금융감독원 등이 위반 여부를 조사한 후 유용한 사실이 확인되면 대출금이 회수된다.

한편, 정부는 현재 서울에서만 이뤄지는 실거래 조사 대상을 2월 21일부터 경기도 일부 지역과 세종시, 대구 수성구 등 투기과열지구까지 확대했다. 조사 내용도 기존의 이상 거래뿐 아니라 집값 담합, 무등록 중개 등 전반적인 불법 행위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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