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직접대출 접수 첫날 62개 지원센터마다 긴 줄
새벽에 달려왔다 서류미비로 발길 돌리기도…효과적인 지원체계 희망

"오늘 새벽 6시부터 나와 기다렸어요. 그런데 매출이 감소했다는 증명이 없어서 서류 떼서 다시 와야 한다네요. 1천만원밖에 안 되긴 하지만 그것만이라도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일단 살고 봐야 하니까요."

서울 성동구에서 침구매장을 운영하는 김성식(58) 씨는 25일 오전 9시 40분께 광진구에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서울동부센터에서 상담을 마치고 나와 이같이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경영안정자금 직접대출 접수가 시작된 이날 전국 62개 소상공인지원센터에는 새벽부터 신청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소상공인 직접대출은 신용등급이 4등급을 넘어서는 저신용 소상공인 중 연체와 세금 미납이 없는 경우 센터에서 1천만원을 신속 대출해주는 제도로, 신청일 기준 5일 이내에 바로 대출금을 받을 수 있다.

건물 4층에 있는 서울동부센터 사무실 앞에서 시작된 줄은 계단을 타고 1층까지 이어졌다. 센터는 원활한 상담과 신청을 위해 5명씩 사무실 안으로 들여보냈다.

소상공인들은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준비한 서류를 비교하며 정보를 교환했고, 상대적으로 지원제도를 잘 아는 젊은 소상공인들이 신용등급과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대출 방법을 큰 목소리로 설명해주기도 했다.

줄을 선 이들 중에는 이달 19일 발표된 직접대출 관련 정보를 충분히 얻지 못해 상담만 하려는 사람들도 제법 많았다.

일부 소상공인은 소진공 홈페이지에 필요 서류 공지가 전날 저녁까지 올라오지 않는 등 정부의 홍보가 부족하다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대출을 신청하려 했지만 서류미비로 접수를 못 한 채 인근 구청과 세무서로 서류를 떼러 가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중랑구에서 음식점을 하는 이광숙(60) 씨는 "아들이 소상공인지원센터에 가면 바로 대출을 해준다고 해서 신분증, 사업자등록증 등 대출받을 때 필요한 서류를 챙겨서 아침 8시부터 줄을 섰다"면서 "그런데 과세 증명도 필요하다고 하니 다시 와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소상공인 도와준다고 만든 제도 아니냐. 대출을 받으려면 어떤 서류가 필요하고,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고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를 요구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소진공 서울중부센터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휴대전화 번호를 남기면 카카오톡으로 상담 시간을 알려주는 스타트업 나우버스킹의 나우웨이팅 서비스가 가동되고 있는 이곳에서는 실제 줄을 선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오전 10시 30분께 민원인 대기실은 상담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서울중부센터는 2층에 이어 3층에도 상담창구를 만들어 지원에 나섰다. 또,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자가체크'할 수 있는 안내문을 배포해 상담을 기다리는 동안 인근 종로구청에서 필요한 서류를 뗄 수 있도록 했다.

서울중부센터의 한 직원은 "기존 소진공 보증부 대출과 직접대출 상담 비율이 5대5 정도다. 1~3등급의 고(高) 신용자들에게는 은행으로 가라고 안내하고 있다"면서 "직접대출을 신청하는 분들은 아무래도 대출 시간이 짧아지니 좋아한다"고 전했다.

소상공인들은 1천만원이라도 빠르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점은 반겼지만, 정부가 좀 더 체계적 지원을 해줄 것을 촉구했다.

서울중부센터에서 만난 박 모 씨는 "1천만원이라 해봐야 직원들 월급이랑 임대료로 한 달도 못 가겠지만 그래도 가게 유지를 위해선 이것만이라도 너무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좀 더 효과적으로 소상공인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직접대출을 이날부터 일주일 동안 시범운영을 한 뒤 4월 1일부터 정식 운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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