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영국과 독일·한국 비교…"수치 적으면 사람들 거리두기 안 지킬 수도"

"독일에서는 왜 사망률이 그토록 낮은가? 영국은 어떻게 다른 유럽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확진자가 적을까? 그리고 러시아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면서 유독 인기를 끄는 웹사이트가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코로나19 현황 지도 사이트다. 여기에는 전 세계 확진자와 사망자 수, 나라별 감염자 수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고, 또 자주 업데이트된다. 이 사이트는 매일 10억명 이상이 방문한다.

그런데 여기에 나오는 각국 통계를 있는 그대로 비교하는 것은 사실을 오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위험할 수도 있다고 CNN 방송이 26일(현지시간)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각국의 코로나19 보고 기준은 물론 진단검사와 환자 추적에 관한 접근법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다.

심지어 같은 나라 안에서도 진단검사와 보고 기준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저명 생물통계학자 셰일라 버드가 CNN에 전했다.

누가 진단검사 대상인지, 누가 확진자 보고 대상인지에 관한 규칙이 시간이 지날수록 바뀔 수도 있는데 이러한 차이가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나라별 진단검사 역량의 차이가 글로벌 통계의 맹점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지적됐다.

예를 들어 한국시간 27일 오전 6시30분 현재 존스홉킨스대 집계로 1만1천809명의 감염자가 발생한 영국은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환자가 적은 편인데 이는 진단검사를 그만큼 적게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국 정부는 병원 치료가 꼭 필요한 중증 환자에 한해서만 검사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경증 환자는 통계에 잡히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독일은 독감과 비슷한 증상이 있거나 14일 이내에 확진자와 접촉한 적이 있는 사람, 위험 지역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한다. 그 결과 독일의 확진자 수는 4만3천938명으로 세계 5위다.

CNN은 한국 사례도 주목했다.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누구라도 공짜로 자유롭게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한 것은 물론 당국이 접촉자들의 동선을 철저히 추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CNN은 "영국의 감염자가 다른 유럽국보다 적다는 통계는 정말로 아픈 사람이 적다는 뜻이 아니다. 더 적은 사람이 검사받고 있다는 말"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실제보다 감염자 수가 통계에 훨씬 적게 잡히는 경우 그 나라 국민의 경각심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고 방송은 우려했다.

영국 워릭대 마이크 틸데슬리 교수는 "수치에 의존하고 감염자 누적 집계가 정확할 거라고 가정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며 "사람들이 위험이 낮다고 생각해 권고받은 수칙을 지키지 않는 것이 두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퇴치의 유일한 해법이 철저한 사회적 거리두기라고 입을 모으지만, 각국 정부가 정확한 감염 현황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해당국 국민이 이처럼 엄격한 제한 조치에 따르려고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권고를 따르게 하려면 각국 정치인들이 '지금 상황이 그런 희생을 감내할 만큼 정말로 심각하다'고 솔직히 알려야 한다고 CNN은 전했다.

지난 25일 의학저널 랜싯에 게재된 연구보고서를 보면 체코에서 코로나19 초기 재생산지수(확진자 1명이 감염시킬 수 있는 사람 수)는 2.64명이었으나, 각종 제한 조치를 시행한 3월12일 이후에는 1.84명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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