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호 세무사
이천호 세무사

'1800-1725'는 굿네이버스의 SOS 긴급구호 전화이다. 세계도처에서 굶주리는 아이들과 질병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을 구호하자는 운동이다.
지금은 남의 일이 되었지만 그런 위기는 바로 우리의 것이었다. 보릿고개를 넘는 동안에 미국이 무상 원조로 탈지분유 등을 보내주어 주린 배를 채워주었다.

지금은 처지가 바뀌어 우리가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되었고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방탄소년단의 K-POP‘블랙 스완’이 전 세계음원차트를 휩쓸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상에서 4대상을 휩쓸어 세계 구석구석에서 그 명성을 떨쳐 가고 있다.

K-POP의 탄생은 1992년 랩과 힙합을 접목한 ‘서태지와 아이들’이 ‘난 알아요’로, 또 H.O.T.의 노래가 중국에서, 2001년에는 보아가 ‘Listen to My Heart’, 가을동화 등 드라마도 일본에 진출했다. 동방신기, 소녀시대, 빅뱅 등 다양한 그룹들이 그 전후로 많은 인기를 얻었고 최근에는 방탄소년단이 그 이전의 기록들을 몽땅 갈아치우면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국의 팝송 등 음악을 수입했던 우리가 이제 수출하는 나라가 된 것이다.

문화강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에서, 어디 그뿐인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에서, 중국이나 일본에서,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 한류의 인기는 대성황을 이루면서 대한민국의 성가를 높이고 있으니 가슴이 뿌듯하다. 이제 우리는 K-POP을 넘어 영화를 비롯한 예술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선 것이다.

이러한 한류의 힘은 K-POP의 경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온 우수한 지망생들과 이들을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육성해내는 트레이닝 시스템, 그리고 마케팅의 힘 등 다양한 성공 요인들이 있다.

IT 강국인 우리나라의 특성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상품을 만들어도 판로가 확보되지 않으면 사장되는 것인데 우리는 그 상품을 글로벌시장에 빠른 시간 내에 선보이며 전 세계적으로 동시다발적인 인기를 확보할 수 있게 만들곤 하였다. 가장 큰 힘은 유튜브이고 그 외에도 블로그와 다양한 SNS 등을 활용하여 그 상품성을 극대화시켰다. 하지만 마케팅만으로는 성공신화를 오래 이끌어갈 수 없다. 상품이 다른 나라의 상품에 비해 뛰어나고 독창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어져오고 있다고 하겠다.

우리는 1377년에 세계최초로 구텐베르크보다도 78년을 앞서 금속활자를 만들어 직지심체요절을 인쇄하였고 또 세종대왕은 세계 유일의 과학적인 문자, 훈민정음을 창제하여 백성이 쓰기 편하게 함으로써 우리가 문화민족으로서 긍지를 갖게 했다.

융합과 창조가 빛을 발하게 하는 또 다른 힘은 ‘소통’이다. 자신만의 것을 우직하게 고집하지 않고 현재의 흐름을 신속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단순히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두뇌들이 힘을 발휘해서 뛰어난 제품을 만들고 수출을 통해 발전하여 한국전쟁 이후 짧은 기간 내에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세계인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급속도의 발전을 이루면서 어쩌면 그런 DNA가 짧은 시간동안 우리의 몸에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

이제 한류는 K-POP이외에 K-Drama, K-Food(한식), 전통문화, 영화, 뮤지컬, K-Beauty등 콘텐츠가 다양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이렇게 다양하지 않으면 ‘지속 불가능’한 것이다. 처음에 미국에서 시작되고 발전된 비 보이(B-boy)는 세계적으로 널리 유행하게 되었다. 하지만 결국 우리나라가 세계 5대 비 보이 배틀을 석권하면서 미국은 종주국으로서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아무도 기록을 깰 수 없을 것만 같던 비틀즈의 아성은 조만간 방탄소년단에게 넘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방탄소년단의 명성도, 우리나라 K-POP의 인기도 언제 타인에게 추월당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생긴다. 지금의 콘텐츠로 한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문화관광체육부에서 조사한 유학 온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참고하면 언제 추월당할지 모르는 지금의 콘텐츠로 한류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염려된다.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유학생들이 유학 전·후로 선호도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한식과 한글은 우리민족 고유의 것이고 모방이 어느정도 가능할 수는 있지만 그 모방이 원류와 본질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어찌 보면 한식과 한글이 모방되고 즐기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그만큼 한류는 자연스럽게 확산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나가야 할 ‘신 한류’는 이렇듯 우리민족 고유의 것을 콘텐츠로 했을 때 더욱 견고하고 지속가능하다고 하겠다.

이러한 ‘신 한류’ 중의 또 다른 하나가 바로 우리의 전통예술이다. 전통예술 공연이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새롭게 가공하고 재창조하였을 때 더 큰 경쟁력이 기대된다. 전통음악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사물놀이와 난타는 수많은 해외공연을 통해 팬을 확보하면서 이미 그 가능성이 충분히 검증되었다.

지금도 해외에서 연주되는 부채춤, 종묘제례악, 대취타, 사물놀이와 같은 작품들은 각각 전혀 다른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화려한 한복을 입고 부채로 군무를 하는 부채춤, 느리면서도 여유로우며 예악사상의 결정체인 종묘제례악, 서양의 군악대 이상의 독특함을 선보이는 행진음악인 대취타, 농악에서 유래되었으며 상모를 돌리면서 연주를 하고 각종 개인놀이로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사물놀이 등은 유사한 형태의 외국작품들이 없기 때문에 더욱 경쟁력이 있는 것이다.

2018년에 문예부흥이 시작되었던 이탈리아에서 아카데미아 암브로시아나 도서관의 정회원에 임명된 김우창 교수는 그 자리에서 “우리민족이 현재 민족사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르네상스가 시작되었듯이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문예부흥이 시작되기 직전에 와 있는 게 아닌가 생각 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문예부흥이 영국으로 프랑스로 뻗어 나갔던 것과 같이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신 문예부흥의 불길이 세계 도처로 번져 나가기를 기대한다.

한편 서두에서 말한 세계의 어린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하여 국가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은 별개로 하고 우리 각자도 해야 할 일임에 공감한다. 세계의 평화와 만인의 행복을 위한 홍익인간(弘益人間)은 단군성조가 우리에게 내려준 사람이 해야 할 도리를 다하는 것이니 단군이 내어 준 숙제를 마저 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세무사신문 제768호(20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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