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가 대신 신고제 도입…반려 가능한 유보조항으로 '절충'

국회가 20일 통신요금 이용약관인가제(이하 요금인가제)를 유보신고제로 대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요금인가제는 29년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요금인가제는 통신사가 새 요금제를 출시하기 전 정부에 요금 약관을 제출하고 이를 인가받도록 한 제도로, 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를 견제하기 위해 1991년 도입됐다.

이동통신시장에선 SK텔레콤이, 유선통신시장에선 KT가 인가 대상 사업자로, 가입자가 급격히 줄어든 유선시장에선 제도의 효력이 사실상 없어졌지만 이통시장에선 여전히 SK텔레콤이 정부의 요금 인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가 지배적 사업자의 요금을 인가하는 식으로 요금 인상을 억제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업계에서는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 불합리한 규제라는 불만도 없지 않았다. 소비자 단체를 중심으로는 업체 간 사실상의 담합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따라 이번에 도입된 유보신고제는 인가 대신 신고만으로 새로운 요금 출시가 가능하도록 바꿨다. 그러면서도 신고 내용에 부당한 이용자 차별, 공정경쟁 저해 등 우려 요소가 있을 경우 정부가 15일 이내에 반려할 수 있도록 유보 조항을 달았다.

소비자 단체들은 인가권 포기가 업체의 요금인상을 부추길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법 개정에 대해 "이동통신의 공공성 포기 선언이자 요금 인상법"이라고 규정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지금도 이동통신 3사가 베끼기 요금으로 사실상 요금 담합을 하고 있는데,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면 통신사들이 요금 경쟁 활성화를 통해 가계 통신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꿈같은 얘기"라고 주장했다.

업계는 원칙적으로 환영의 입장을 밝혔지만, 유보 조항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진한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신시장 경쟁 상황 등 제반 요소를 고려해 추진한 법안인 만큼 사업자 입장에서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인가가 유보로 바뀌었지만, 실질적 규제 환경이 크게 달라질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요금인가제가 시장 자유경쟁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서 신고제로 바꾼 것"이라며 "신고 내용을 반려할 수 있는 특별한 신고제로, 인가제 내에서 시장 자유경쟁을 조금 향상하고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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