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21번이다. 2017년 5월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이후 3년 2개월간 내놓은 부동산 대책의 숫자다.
두 달에 한 번 꼴로 대책을 발표한 셈이다. 목적은 단순하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겠다는 것이다. 누구를 위해서 수차례에 걸쳐 대책을 마련했는지도 명확하다. 사회 초년병인 청년들과 신혼부부들을 포함해 평생 무주택에 청약만 바라보는 모든 서민들이 대상이다. 집값이 너무 비싸 결혼을 포기한다는 얘기까지 들리는 세태를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그렇다면 어떻게 집값을 잡을까. 문재인정부는 집값 상승의 원인이 ‘투기 세력’이라고 진단했다.
집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보는 이들이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가정을 토대로 규제를 펼쳤다. 여기에 수도권 3만 가구 공급과 같은 공급책을 곁들였다. 청년이나 신혼부부들에게 우선권을 주기로 했다. 여기까지의 각론만 놓고 본다면 무한정 박수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선뜻 두 손이 맞부딪혀지지가 않는다.
목표대로라면 내렸어야 할 수도권 집값이 되레 오름세라는 사실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가격 순으로 순위를 매길 경우 정확히 가운데에 있는 가격)이 3년여 만에 3억1000만원 올랐다고 밝혔다.
이번 정부 들어서만 52%나 올랐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14% 오른 수준이라며 반박하고 나섰지만 누가 맞는 들 무슨 소용인가 싶다. 어떤 수치를 들이대도 물가 상승률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큰 폭으로 집값이 뛰었다는 진실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사실 이 문제의 해법은 어찌 보면 단순하다. 세금이라는 정책 수단을 제대로 활용하기만 해도 풀어 낼 수 있는 문제였다.
흔히 우리가 ‘보유세’라고 부르는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가 ‘전가의 보도’가 될 수 있다.
비싼 집을 몇 채나 보유하고 있는 이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내라는 요구는 합리적이다.
비싼 집을 보유할수록 천문학적인 세금을 내는데 어떤 부자가 부동산에 돈을 퍼붓겠냐는 말이다.
현행 부동산 대책처럼 다주택자에게 대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곁들이면 전가의 보도는 투기 세력의 폐부를 찌르는 완벽한 칼이 된다.
‘분배 정의’에도 긍정적이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소유세’에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분배가 가능하다고 봤다. 더 많이 갖고 있는 이들이 더 낸 재원으로 저소득층에게 복지를 늘리자는 논리다. 이 역시 한국의 종부세와 재산세로 실현이 가능하다.
왜 이 간단해 보이는 일이 잘 해결되지 않았을까. 문재인정부의 세법 변천사를 보면 짐작되는 대목이 있다. 정부는 2018년 종부세 인상안을 10년 만에 꺼내들었다. 당시 논의가 들끓기 시작할 때만 해도 무릎을 탁 쳤었다. ‘그렇지’ 하고. 하지만 결과물을 보니 고개가 ‘갸우뚱’했다.
세율 인상률을 고려했을 때 효과가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실제 계산을 해봐도 그렇다. 서울에 공시가격 7억원인 아파트를 두 채 가지고 있는 A씨 사례를 보자.
A씨의 2018년 귀속 종부세는 과세표준(공제액을 제외한 공시가격 합산액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합한 것) 6억4000만원을 기준으로 33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재산세 중복분을 차감한 뒤 농어촌특별세(20%)를 더해야 최종 세액이 나오지만 복잡하니 일단 이 부분만 보자.
종부세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린 2020년에는 어떨까. 과세표준이 7억2000만원으로 오르고 세율도 높아졌지만 2년 전보다 276만원 더 오르는 데 그쳤다.
집값은 하루아침에도 1억원씩 오르는데, 1년에 이 정도 더 내라고 하는 게 부자들에게 그리 큰 부담일까. 종부세 인상에도 부동산에 돈이 쏠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양도소득세를 중과세한 점도 집값 인상에 군불을 지핀 요인으로 보인다. 정부는 2017년 8월 양도세율 중과세 방안을 내놨다. ‘팔면 손해다’라는 인상을 심어 주기 충분한 신호다. 상식적으로 갖고 있어도 세금은 그리 많이 안 내고 팔면 엄청 손해를 본다는 계산이 나온다.
어떤 다주택자가 선뜻 거래에 나서려 할지 의문이다.
수요 대비 매물이 적으면 가격은 오르게 마련이다. 정부의 수요책은 분양까지 이어지려면 수년이 걸린다. 당장 수요가 부족하니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해가 가는 부분은 있다. 노무현정부 당시 종부세를 도입하며 직시했던 반발이 ‘트라우마’로 작용했을 게다. 고 노무현 대통령조차 “부동산 문제 말고는 꿀릴 것이 없다”고 했을 정도로 파장이 상당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과거의 트라우마에 잡혀 있을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질 때가 됐다.
과거를 타산지석 삼아 집을 투자가 아닌 거주의 공간으로 생각하는 이들의 심정을 잘 헤아리면서 상처를 치유하면 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지난해 12월 내놓은 ‘12·16 부동산 대책’ 속 종부세 추가 인상안이 20대 국회에서 폐기된 점은 어찌 보면 다행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세율을 0.1~0.8% 포인트 올리는 안을 내놨지만 국회가 종료되면서 법 개정이 무산됐었다.
이 기회에 좀 더 올려 보면 어떨까. 아니면 공제액(6억~9억원)을 건드려 봐도 좋겠다. 세금 더 낸다고 아우성일 이들이 ‘투기 세력’이 될 수 있도록 보다 고민을 해서 말이다.
물론 양도세도 같이 손봐야 할 것이다. 종부세 너무 많이 올렸다고 아우성을 치던 이들이 당장 집을 내놓아 실수요자에게 돌아갈 여력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세계적 추세에도 부합한다. 보유세를 올리면 거래세(양도세와 취득세)는 내리는 게 추세다.
한국만 요상하다는 소리를 들어야 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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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신문 제774호(202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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