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자 출금은 재산도피 방지 목적…신병 확보·심리적 압박 위한 것 아냐”

재산 도피 우려를 따지지 않고 단순히 세금 체납을 이유로 8년간 출국을 금지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지난달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윤경아 부장판사)는 A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출국금지 기간 연장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2017구합63054)에서 법무부가 지난 6월 내린 출금 기간 연장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한때 음반제작사를 운영하던 A씨는 음반 산업의 쇠퇴 등으로 2004년 회사를 폐업했다. A씨가 1998년부터 2010년까지 세무당국에서 부과받은 세금은 3억여원, 여기에 가산금까지 붙어 올 3월 기준 총 4억1000여만원을 체납했다.
법무부는 2009년 6월 A씨에게 국세 체납을 이유로 6개월의 출국금지 처분을 처음 내렸다. 이후 현재까지 6개월 단위로 계속 출금 기간을 연장해 왔다.
출입국관리법과 그 시행령은 5천만원 이상의 국세 등을 정당한 사유 없이 체납한 경우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출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엔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A씨는 “회사 매출이 급감했고 경제적 능력이 없어 세금을 못 낸 것이며, 재산을 해외에 도피시킬 염려도 없다”며 8년간 계속 출국을 금지하는 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우선 “국세 등 조세 체납을 이유로 한 출국금지는 체납자가 출국을 이용해 재산을 해외로 도피하는 등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하는 걸 막으려는 게 주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출국금지 조치는 체납자의 신병을 확보하거나 출국 자유를 제한해 심리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체납 세금을 자진 납부하도록 하기 위한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산의 해외도피 우려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단순히 일정 금액 이상의 조세 체납 사실만으로 바로 출국금지를 하는 건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비춰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세무사신문 제713호(2017.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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