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형우(서울신문 경제정책부 기자)

장형우 서울신문 경제정책부 기자
장형우 서울신문 경제정책부 기자

올해 초 한 세무사와 다수의 보험설계사, 학원 강사 등이 엮인 탈세스캔들에 서울 종로구 수송동 서울 지방 국세청 앞은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서울 봉천동에 세무사무소를 두고 있던 Y세무사는 수 년 동안 보험설계사와 학원 강사 등 프리랜서 개인사업자들을 위주로 종합소득세 신고 업무를 대리해왔다. 2010년 즈음 ‘용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수많은 프리랜서 사업자들이 이 세무사에게 세무업무를 의뢰했다. Y세무사도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최대 환급 보장, 저렴한 수수료, 철저한 사후관리’라는 홍보문구로 고객을 모집해왔다.

그런데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Y세무사가 고객들의 장부를 허위로 기장해 부당하게 세금을 환급받은 사실이 발견됐다. Y세무사는 구속기소 됐고, 이 세무사에게 세무대리를 한 프리랜서 사업자들에게 관할세무서의 안내문이 발송됐다. 종합소득세 신고 과정에서 필요경비를 과다하게 신고한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에 이를 소명하지 못할 경우 미납세금과 가산세를 물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보험설계사들을 중심으로 서울지방국세청 앞에서 시위를 하는 등 발버둥을 쳐 봤지만, 결국 Y세무사의 고객 대부분이 필요경비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해 미납세금에다 40%의 가산세까지 물게 됐다.

이 사건을 두고 기자가 만난 세무 공무원과 세무사 대부분은 비슷한 입장이었다. Y세무사가 잘못을 저지른 것은 분명하지만, 그런 세무사에게 의뢰한 프리랜서 사업자들의 책임도 크다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업계의 평가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다. 하지만 ‘잘못한 사람들이 벌을 받았다’고 치부하고 넘어가면 그만일까.

세무 공무원과 세무사 등 세금과 관련된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이야 소득이 많은데 그에 상응하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으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 세무 비전문가인 일반인 다수는 세금이 덜 나오면 ‘세무사가 일(세테크)을 잘해줬구나’라며 좋아한다, 물론 비상식적이다. 하지만 이런 비상식적인 것이 인지상정이란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또 그런 사람들이 세무사의 주 고객이다.

이에 대해 기자의 억측이라고 할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근로소득자들의 연말정산을 생각해보자.
월급쟁이들은 매년 초 국세청 홈택스, 혹은 회사의 연말정산 시스템 마주 앉아 기본 인적 공제부터 월세까지 차례차례 입력하면 그만이다. 신용카드사용 내역, 기부금 등을 입력하면서 몇 퍼센트가 공제되는지 일일이 계산해보는 이는 드물고, 이를 시도해본다 한들 제대로 되지도 않기 마련이다. 그저 다 입력한 뒤 환급을 뜻하는 ‘-’(마이너스)가 뜨면 좋아하고, 그 규모가 자신의 어렴풋한 예상이나 전년도보다 크면 더 좋아한다. 반대로 추가로 납부해야 할 세액이 크면 누락한 공제항목이 없는지 부산스레 찾아본 뒤, 하다하다 안되면 다소간 우울해하고 그만이다. 일일이 개정 세법을 찾아가며 각각의 공제항목의 계산이 제대로 됐는지 되짚어보는 이는 10명 중 1명이 될까 말까다.

다시 생각해보자. 일이 커질 때까지 오직 Y세무사의 악행과 줄지어 그를 찾아갔던 프리랜서들의 이기심과 부족한 세무감각만이 작용한 것일까. 추측컨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Y세무사가 허위 기장으로 과소신고 하고 있다는 사실을 세무당국은 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정말 몰랐다면 세무관서의 역량부족 말고 다른 변명꺼리는 무엇인가. 그게 아니라면 세무서가 Y세무사를 맹목적 신뢰했다거나, 탈법?불법적 행태를 묵인했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어떤 변명이든 세정당국이 줄기차게 ‘첨단, 선진세정’을 외쳐왔다는 점에서 실망이 커지는 대목이다.

물론 국세청이 Y세무사의 비행을 조금 더 일찍 파악했더라면 가산세를 무는 프리랜서가 확 줄었을 것이기도 하다.

또 하나 아쉬운 대목은 Y세무사의 비행을 세무사회 내부의 자체 정화시스템이 세무조사 이전에 먼저 포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주변에 Y세무사의 탈법·불법행위를 어렴풋이 눈치 챈 이가 아예 없지는 않았을 텐데, 동종업계 종사자에게 ‘누명을 씌운다’는 심리적 부담 없이 업계 자율 조사를 의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조금 더 일찍 Y세무사의 비행을 걸러낼 수 있었을 것이다. 업계는 Y세무사 사건을 두고 ‘잘못했으니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상식적 반응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던 자체 정화시스템을 정비하고 강화해 같은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른바 일부 ‘구악’(舊惡)들을 방치하다 업계 전체가 ‘기레기’라는 욕을 먹고 있는 기자들의 전철을 밟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713호(2017.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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