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가능성이 낮아 구조조정이 사실상 불가능한 조세 지출(깎아주는 세금)이 내년에 3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국세 감면액의 54%에 해당하는 규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수 전망은 어두운데 돈 쓸 곳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재정 부담을 줄이려면 적극적인 조세지출 정비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기획재정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21년도 조세지출예산서'를 보면 정부는 올해와 내년 국세감면액을 각각 53조8천905억원, 56조8천277억원으로 전망했다.

이 중 구조적 지출은 올해와 내년에 각각 11조3천953억원, 11조5천998억원으로 예상됐다. 잠재적 관리대상은 올해와 내년에 각각 18조9천523억원, 19조1천492억원으로 전망됐다.

정부가 각종 비과세·감면을 통해 깎아주는 세금을 뜻하는 조세지출은 지출의 세 가지 특성(특정성, 대체 가능성, 폐지 가능성)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에 따라 3가지 수준(구조적 지출, 잠재적 관리대상, 적극적 관리대상)으로 분류된다.

우선 '구조적 지출'은 특정성, 대체 가능성, 폐지 가능성 모두 갖고 있지 않아 현실적으로 정비가 불가능한 지출을 의미한다. 소득세법상 자녀세액공제, 연금보험료공제와 경로우대자·장애인·한부모 등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추가 공제가 해당된다.

'잠재적 관리대상'은 폐지 가능성이 없으면서 특정성·대체 가능성 중 한 가지만 가진 지출 항목으로, 이 역시 구조조정이 사실상 어려운 조세지출로 분류된다.

'적극적 관리대상'은 조세 지출 특성을 모두 충족하므로 관리 가능성이 높다. 쉽게 말해 정부가 없애기 쉬운 비과세·감면이다.

즉, 구조적 지출에 잠재적 관리대상 지출을 더한, 폐지 가능성이 없는 조세 지출 규모는 올해 30조3천476억원에 이어 내년에는 30조7천490억원으로 31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전체 국세감면액에서 정비가 어려운 조세지출의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처럼 폐지 가능성이 없는 조세 지출이 늘어나면 정부의 효율적인 조세감면 제도 정비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에는 세입 기반 약화, 재정 건전성 악화로 이어진다.

특히 작년과 올해, 내년의 국세수입 총액은 제자리걸음을 하는데, 감면액은 빠르게 불어나는 모습이다.

전체 국세감면액은 작년 49조5천700억원에서 올해 53조8천905억원으로 늘면서 50조원을 돌파하는 등 2년 연속 국세감면율 법정 한도를 초과했다. 내년에도 국세감면율 법정 한도를 또다시 초과해 3년 연속 한도를 초과하는 첫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일몰이 없어 사실상 영구적으로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는 올해 84개에서 내년에 77개로 다소 줄긴 하지만, 여전히 많은 수준이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는 보고서에서 국세감면액 증가와 조세지출 확대 등에 대해 "저소득층 지원과 경기 대응을 위한 조세지출 제도의 활용이 점차 확대되는 상황에서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조세지출 규모를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기존 비과세·감면제도 중 실효성이 낮고 덜 필요한 항목부터 적극 정비해나갈 계획"이라며 "정책 목적이 이미 달성됐거나 실효성이 낮은 제도 등은 원칙적으로 종료하거나 재설계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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