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서 코로나19 발생 후 좋아진 점 공유 움직임

"가족이 '베프'(베스트프렌드) 됐어요", "가족들과 보내니 추억이 많이 생기네요", "코로나 발생 전보다 위생 관념이 좋아져 잔병치레가 줄었어요."

최근 해외직구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된 '코로나의 좋은 점을 찾자'란 글에 달린 댓글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한 지 반년이 훌쩍 지나면서 '코로나 블루'로 불리는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SNS에서는 코로나19 발발 이전보다 나아진 점을 찾아보자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가 터진 후 좋아진 점을 하나씩 공유함으로써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다.

◇ "코로나19 터진 뒤 여유시간 늘고 위생관념도 개선돼"

포털 사이트에서 '코로나의 좋은 점'을 검색하면 관련 게시글이 100건 이상 나온다.

누리꾼들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소홀했던 가족과 친밀해진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지난 9일 종로구 서점에서 만난 조영수(61)씨는 "코로나 전만 하더라도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이 적었다"며 "이제는 적어도 2주일에 한 번은 가족과 밥도 먹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접촉이 활성화되고 여유 시간이 늘면서 취미 생활을 즐기거나 생산적인 활동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IT업계에 종사하는 직장인 정모(25)씨는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실시돼 반려묘와 함께 보내는 시간도 자연스레 늘었다"며 "반려묘를 곁에서 지켜보며 위급상황 시 즉시 안전한 곳에 둘 수 있어 안심된다"고 말했다.

영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이서안(23)씨는 "외출을 잘 하지 않아 화장하고 옷 고르는 데 필요한 시간이 줄었다. 남는 시간을 이용해 프랑스 십자수를 하는 등 소소한 취미도 생겼다"며 "'내가 이런 것도 잘하는구나'라고 깨닫는 것이 많아졌다"고 했다.

집에서 반려식물을 기르는 등 이른바 '홈가드닝'을 시작한 이들도 있다.

트위터 이용자 'gen***********'는 "재택근무를 하게 돼 집에 있는 식물에 중간중간 촉촉하게 분무기를 뿌려주고 살랑살랑 바람을 맞으라고 선풍기도 쏘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 한 대학에 다니는 심모(23)씨는 전화 통화에서 "코로나 전만 해도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 수업시간 때문에 지원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며 "지금은 동영상 강의로 대체돼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 선택지가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범국민적으로 방역과 위생을 신경 쓰는 분위기가 정착돼 반갑다는 반응도 있다.

9일 광화문 거리에서 만난 예술업계 종사자 이모(36)씨는 "위생에 철저히 신경을 쓰는 사회 분위기가 정착된 것이 느껴진다"며 "화장실에 나올 때 손을 닦지 않는 사람이 그 전보다 줄었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긍정적인 마음가짐 연습하는 기회 될 수 있어"

전문가들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코로나블루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예측 불가능한 코로나19 사태로 불안정감과 무기력함이 사회 전반에 팽배해있다"며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을 연습한다면 우울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홈 트레이닝, 대청소, 방 비우기 등과 같이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새로운 활동을 찾는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며 "어쩌면 현 상황이 그동안 우리가 잊고 살았던 또 하나의 삶을 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동청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긍정적인 자세를 통해 정신적인 안정감을 찾을 수 있고 보다 능동적으로 문제 상황을 대처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불편을 겪거나 정신적 한계를 느낀다면 심리 전문가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고 제안했다.

사랑의전화복지재단 상담센터(사랑의 전화)가 지난 4월 6일부터 한달간 조사해 8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꼴로 코로나19 때문에 일상 속에서 가끔 불안함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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