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존 머튼 특사 인터뷰…"온실가스 감축목표 도전적으로 세워야" 한국에 제안

"이제는 '넷 제로'(net zero·탄소 중립)가 경제 성장을 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끌 것입니다.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에 집중하고 있는데 한국만 다른 길을 고집한다면 결국 뒤처지고 말 것입니다."
존 머튼 영국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력 당사국총회(COP26) 특사는 29일 서울 중구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머튼 특사는 내년 영국에서 개최될 COP26 관련 협력을 요청하기 위해 알록 샤마 영국 기업에너지부 장관 등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조명래 환경부 장관 등과 면담하고 국회와 여러 기업을 방문해 기후변화와 관련한 양국의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머튼 특사는 "한국의 각계 인사들을 만나면서 환경에 대한 인식의 측면에서 만족했다"며 "특히 입법부 및 기업들과 얘기하면서 많이 고무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린뉴딜 등 한국 정부의 여러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진정한 의미에서 그린뉴딜이 가능하려면 한국이 해외 석탄 투자를 중단하는 등 국제 무대에서도 같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머튼 특사는 특히 한국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제로로 달성하겠다는 '넷 제로'를 선언하고, 이를 위해 좀 더 도전적인 2030 온실가스 국가감축목표(NDC)를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기후변화 대응에 매우 적극적인 국가로, 2050년까지 넷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지난해 선언했고 기후변화법을 개정해 이 목표를 법제화했다.

머튼 특사는 이제 에너지 시장의 중심이 석탄 발전이 아닌 신재생에너지로 넘어갔다며 경제의 원리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면 경제 성장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했으나 이제는 아니다"라며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보다 오히려 더 저렴해졌고, 한국은 에너지 집약적인 경제 구조를 지닌 만큼 더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머튼 특사는 "많은 나라가 넷 제로를 선언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가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지 않으면 현대차가 국제무대에서 테슬라와 어떻게 경쟁하겠는가"라며 "국내에서의 도전적인 목표는 한국 기업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원동력이 되고, 이미지 제고도 도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분명한 목표를 수립해 명확한 신호를 보내면 기업들이 빠르게 따라오면서 녹색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며 "뒤처지지 않으려면 빠르게 쫓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2023년 열릴 COP28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COP28 유치국은 내년 총회에서 확정된다.

머튼 특사는 한국이 COP28을 성공적으로 유치하려면 기후행동에 있어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앞으로 COP 의장국은 기후변화와 관련해 협상이나 논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 과제를 해결하도록 격려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한국도 도전적인 기후행동 관련 목표를 수립하고 실행하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야 유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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