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한테 빌렸다" 우겨도 갚은 기록 없어 '덜미'
"특수관계인 채무, 장기 사후관리"…"전수 파악에는 한계"

국세청이 17일 공개한 부동산 거래 관련 탈루 혐의를 보면 이면 계약이나 부채를 이용한 증여가 흔히 쓰이는 수법이다.

최근 프리미엄이 높게 형성된 인기 아파트단지의 분양권이 거래되고도 세금 신고가 없어 국세청이 조사한 결과 양측이 전매제한기간에 분양권을 수억원에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측은 전매제한이 해제된 후 수천만원에 거래가 이뤄진 것인 양 계약서를 작성하고, 나머지 대금을 현금으로 주고받았다.

국세청은 분양권 매도자에게 양도소득세 수천만원을 추징하고, 이들이 전매제한기간에 분양권을 거래한 사실을 관계기관에 통보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전매제한 규정을 어겼으므로 해당 분양권의 당첨도 취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이나 재산에 견줘 고가인 아파트를 취득한 여성 A는 남편으로부터 취득자금을 증여받은 사실이 세무조사에서 발각됐다.

남편 B는 지인들에게 사업자금을 빌려주면서 원리금을 아내 A에게 상환하도록 했고, A는 상환된 자금으로 고가 아파트를 사들였다.

과세관청은 아내 A에게 증여세를, 남편 B에게는 대여 자금의 이자에 대한 소득세를 각각 추징했다.

신탁회사를 이용한 양도세 탈루 수법도 과세당국의 눈을 피해가지 못했다.

매수자 C는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D로부터 부동산을 사들이는 것으로 계약서를 쓰고, 이 부동산을 신탁회사에 맡기면서 신탁수익자에 D를 포함시키는 이면 계약을 체결했다.

이면 계약이 세무조사에서 들통나 양도인 D는 양도소득세 수억원을 토해냈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며 최근 특수관계인 사이에 부채를 가장한 증여로 자금을 조달하는 일명 '부모찬스' 편법증여도 빈번해졌다.

고액자산가의 자녀 E는 사회 초년생이면서도 투기과열지구에 있는 고가 아파트를 취득했다. 자금조달계획서에서 E는 아버지로부타 자금을 차입했다고 신고했다.

국세청은 조사 결과 원리금 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허위 차용증을 쓴 것으로 결론 내리고 증여세 수억원을 추징했다.

만약 사례와 차용증에 작성한 대로 이자를 꾸준히 지급하는 것으로 꾸미면 과세하기가 힘들어진다.

예를 들어 부모가 시중 주택담보대출보다 1%포인트 정도 낮게 1% 이자로 자녀에게 2억원을 빌려줬다면, 자녀가 매달 25만원만 자동이체하면 정상적으로 이자를 상환하는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

국세청은 채무를 가장한 편법증여에 과세하고자 '부채 사후관리'를 통해 장기간 특수관계인간 채무를 추적하고 있다.

채무를 가장한 편법증여 우려가 커지며 지난해에는 부채 사후관리 점검을 2018년의 2배인 1만5천여건으로 늘렸다. 추징세액도 이에 따라 49억원에서 159억원으로 늘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원금 상환이 이뤄지지 않은 채 채권자가 사망한다면 결국 증여나 상속으로 간주해 과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든 특수관계인간 채무를 장기간 추적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관계자는 "채무를 가장한 증여를 차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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