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초 소상공인 매출, 서울 40%·경기 30% 이상 감소
타지역보다 강화한 방역단계 지속…요식 등 서비스업 직격탄
경기도, 2차 전도민 재난소득 지급 검토…한은 "백신 공급되면 나아질 것"

지난 11일 경기도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거리에는 점심시간임에도 오가는 사람은 거의 없이 찬바람만 가득했다.'

거리 입구에 자리 잡은 해장국 음식점 테이블 15개 중 손님이 앉아 있는 곳은 2개에 불과했다.

음식점 사장 A씨는 "1년 전 한 달 매출이 7천만 원이었는데 지난달에는 1천만 원을 겨우 찍어 인건비라도 아끼려고 아르바이트생들을 모두 해고하고 혼자서 음식 만들고 서빙하고 설거지하고 있다"며 한숨 쉬었다.

이날 퇴근 시간 화성 동탄신도시 북광장도 시민 발길이 뚝 끊겨 썰렁한 분위기였다.

이곳 한 고깃집 주인은 "매출액이 지난해의 10∼15% 수준으로 사람으로 치면 링거를 꽂고 하루하루 연명하는 중"이라며 "이제껏 여러 고비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힘든 적은 처음"이라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1월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1년이 지났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지역경제는 침체 늪에 빠져 있다.

특히 '3차 대유행' 직격탄을 맞은 수도권은 다른 지역보다 강화한 방역단계가 지속되면서 소상공인들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13일 전국 소상공인 카드 결제 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2020년 12월 28일∼2021년 1월 3일) 전국 소상공인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의 66% 수준을 기록했다. 매출이 34% 감소한 것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지역 소상공인 매출이 절반에 가까운 41% 줄어 전국 17개 지역 중 하락 폭이 가장 컸고 경기도는 34%, 인천은 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와 대전, 세종, 경남, 충남, 전남, 전북 7개 지역은 20%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난해 12월 8일부터 수도권은 2.5단계, 비수도권은 2단계로 격상·시행되고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도 서울, 인천, 경기에서 지난달 23일부터 가장 먼저 이뤄져 상대적으로 수도권의 하락 폭이 두드러진 것으로 추정된다.

방기홍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장은 "전국 대부분 소상공인이 매우 어려운 상황인데 각종 제약이 많은 수도권은 특히 심각하다"며 "여태까지는 보증금 빼고 대출받고, 노후자금 털고 해서 버텼는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올여름쯤에는 소상공인들의 줄폐업, 줄도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A씨 음식점 근처의 한 카페 점주는 "작년 11월 수도권의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며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된 뒤로 매출이 반 토막 났다"며 "점심시간에 테이크아웃을 하는 직장인들이 있어서 겨우 버티고 있는데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이마저도 줄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탄했다.

수원시 율전동에서 90평 규모 헬스장을 운영하는 문모(41) 씨는 "월세와 관리비 등을 합치면 매달 고정 지출만 500만 원에 달하는 상황"이라며 "17일부터 헬스장 영업 재개를 허용한다지만 회원들이 예전처럼 헬스장에 다시 나와 운동하기까지는 시간이 한참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경기지역 실물경제 동향 자료를 보면 이처럼 소상공인들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요식, 숙박, 문화오락 등 업종이 포함된 서비스업이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아직 지난해 4분기 통계가 취합되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한 지난해 2분기 경기지역 서비스업 생산지수(경상지수)는 -1.6%, 3분기는 -0.9%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지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분기의 경우 1.5%, 3분기에는 1.0%로 집계됐다.

특히 경기지역 주력산업이자 비대면 업종인 반도체, 영상음향통신 장비 등 제조업의 경우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아 코로나19로 인한 지역경제 피해가 서비스업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암울한 상황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현실은 소상공인들의 어깨를 더욱 짓누르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전국 소상공인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10%대의 하락 폭을 유지했지만 지난달 중순(2020년 12월 14일∼20일) 32%로 처음 30% 대의 하락 폭을 보인 이후 계속 매출이 떨어지는 추세로 분석했다.

경기도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2차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고통 겪는 도민을 위로하고 소비심리 회복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방역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 2차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제안한다"고 밝혔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급 여부와 규모, 대상, 시기 등에 대해 숙고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지역경제의 실질적인 회복은 코로나19 상황에 달렸다는 전망이 많아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방기홍 회장은 "올해 상반기 백신이 공급된다고 하는데 백신과 함께 치료제가 개발, 보급되어야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끼고 활동을 늘려 소비도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경기본부 관계자는 "앞으로 경기지역의 경기는 제조업 생산 및 수출과 건설투자가 개선되면서 완만한 회복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의 회복 속도는 코로나19의 전개 양상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여 일단 백신이 공급되면 조금이나마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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