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젊은 자산가·민생침해 탈세 혐의자 61명 조사

30대 초반 A는 부모로부터 70억원대 주식을 증여받아 젊은 나이에 대표직에 올랐다. A 대표는 직원 명의로 유령업체를 세워 허위 광고비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세금계산서를 받아내고, 친인척에게 인건비를 지급한 양 꾸며내 회삿돈을 유출했다. A는 이렇게 빼돌린 돈으로 서울에 70억대 주택을 취득해 거주하고 상가건물과 골프 회원권 등을 사들였다. 슈퍼카 2대(합계 9억원)를 굴리고 사치품을 구입하는 등 호화생활에 드는 돈은 회사 경비로 처리했다. 세무당국은 A의 탈루 혐의를 포착해 세무조사를 벌여 법인세 등 수십억원을 최근 추징했다.

국세청은 사주 일가의 편법증여 등으로 재산을 불린 젊은 자산가, 이른바 '영앤리치(Young&Rich)' 등 불공정 탈세 혐의자 61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은 ▲ 젊은 자산가를 비롯해 은닉 소득으로 '꼬마빌딩'이나 레지던스 등을 취득한 호화·사치생활자 38명 ▲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상대로 한 불법 대부업자, 폭리를 취하고 소득을 축소한 의료기기·건강식품업체, 위장업체를 세워 소득을 축소한 유사투자자문업체 등 민생침해 탈세 혐의자 23명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번 세무조사를 받게 된 20∼30대 영앤리치 16명의 평균 재산가액은 186억원이다. 주요 자산별 평균 재산가액은 레지던스 42억원, 꼬마빌딩 137억원, 회원권 14억원 등이다.

주택 거래·보유세 강화로 최근 레지던스와 꼬마빌딩에 자산가의 관심이 높아진 경향이 이번 세무조사 대상에서도 나타났다.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사주 B는 현금 매출을 친인척 명의 차명계좌로 받고 배우자 명의로 유령업체를 세워 가짜 경비를 지출하는 수법으로 수백억대 소득을 숨긴 혐의가 포착됐다. B는 법인명의로 레지던스 3채(총 70억원)를 사들여 가족과 사적으로 사용했으며, 200억원이 넘는 꼬마빌딩을 자녀에게 편법으로 증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세청은 "법인이 사업용으로 레지던스를 취득한 후 실질적으로 사주가 주거용으로 쓰거나 주택으로 임대하면서 임대소득을 누락하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부모와 자녀가 꼬마빌딩을 공동으로 취득한 후 리모델링 비용을 부모가 부담하는 편법증여(밸류애드 증여)도 과세당국이 살펴보는 부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불안과 증시 열기를 틈 탄 민생침해 탈세 혐의자도 이번 조사대상으로 선정됐다.

유사투자자문업체를 운영하는 C는 최근 주식시장 활황을 노리고 무자격자를 주식전문가로 허위 광고, 다수 주식 투자자를 끌어모아 정보이용료를 고액으로 받아챙겼다. C는 매출을 숨기려고 설립한 위장업체 10여개를 통해 정보이용료를 수령하는 방법으로 소득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는다.

국세청은 영앤리치와 부모 등 가족의 자금흐름, 사주 일가의 재산형성 과정과 소비 형태, 관련 기업과 거래내역까지 폭넓게 연계 분석해 탈루혐의를 전방위적으로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조사 과정에서 차명계좌 이용, 이중장부 작성 등 고의로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확인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